먼저 한글을 사랑하고 이 문제의 중심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여러분께 고마운 인사를 드립니다.
1. 중국 정부가 한글공정이란 국가 차원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자체 표준을 만들고 있으며 관련 전문가들이 한글을 잘 살려 쓰려고 연구하고 작업을 하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중국은 일찍부터 자신들의 5개 공용 언어 가운데 4개는 표준을 제정했고, 조선어문이 마지막으로 작업 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2. 그런 과정이 이번 한글날에 한국어정보학회 학술행사에 참석한 중국 조선어신식학회 현용운 회장이 발표를 했고, 그 소식을 전자신문이 보도하면서 한글공정이란 용어를 씀으로써 누리꾼들에게 동북공정을 떠올리게 해서 여론이 일어나 국민과 정부, 기업이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봅니다.
3. 그래서 정부와 기업이 이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되었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번 한글공정 소동을 보면서 우리 누리꾼들에게 고마운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부터 관리와 지배층이 지키지 못한 나라를 우리 일반 백성이 의병을 일으킨 일들을 떠올리면서 든든한 기분입니다.
4. 그런데 이번 문제를 촉발시킨 한국어정보학회는 이 문제가 잘 풀리도록 끝까지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과 의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긴급 성명서를 내고 '한글공정'이란 용어는 잘못 선택한 용어이며 오해란 것을 밝히고, 이번 문제는 우리 스스로 자초한 일임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은 아직도 국내 표준을 만들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이제라도 제대로 된 표준을 만들라고 부탁했습니다.
4. 그리고 그 문제가 일어난 일주일 뒤 한국어정보학회와 뜻이 같은 학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의 생각과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삼성이 쓰는 천리안과 엘지가 쓰는 나랏글 특허가 우리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표절해 낸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한 것임을 밝히고 특허무효 소송에 나설 것임을 밝혔습니다. 사실 1991년 우리 학회 회지에 그 논문을 쓴 분이 특허 무효소송을 냈습니다.
5. 저는 여기서 왜 이 문제가 발생했으며, 정부와 기업 태도와 자세가 바른 것인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 문제가 발생한 것은 우리 보물인 한글을 지키고 빛내는 일은 열심히 안 하고 스스로 한글을 우습게 여기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고 커지니 정부는 반성하고 제대로 된 표준을 정하려고 하기보다 서둘러 얼렁뚱땅 엉터리 표준을 정하려는 거로 보여 걱정입니다.
6. 한글은 우리 것입니다. 우리가 잘 가꾸고 빛내어 한글을 쓰는 온 세계인이 잘 쓸 수 있도록 우리가 갈고 닦고 빛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계속 우습게 여기고 제 할일을 제대로 안 하면 다른 이들이 이 일에 나설 것입니다. 앞으로 한글이 훌륭함을 깨닫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영어를 적는 로마자 이상으로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니까요.
7. 우리가 할 일을 안 하고 남이 하는 것을 탓하는 것은 바보짓으로 생각합니다.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들 때 정부 관리나 대기업만 이용해서 돈 벌어 먹으라고 만들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배워 즐겨 쓰라고 했습니다. 한글기계화 선구자 공병우 박사님도 한글로 자신만 돈을 벌려고 하지 않고 누구나 한글을 즐겨 쓰도록 온 재산과 일생을 바쳐서 오늘날 모두 기계로 한글을 쓰는 세상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한글을 지키고 빛내려고 애썼고 목숨까지 바친 분도 있습니다.
8. 문제가 커지니 기업과 특허권자들이 정부에 기증하고 특허를 개방한다고 합니다. 정부도 표준을 정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순수하게 보이지 않고 잘 될 지 불안하고 걱정입니다. 정부와 기업의 태도와 자세가 그렇게 보입니다.
9. 지난날 한글타자기 표준도, 컴퓨터 표준도 한글의 구성 원리와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엉터리입니다. 어떤 이는 이동통신기 발달로 휴대전화나 컴퓨터 표준이 이제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지난날 잘못된 표준은 말할 거 없고 새 표준을 한글을 빛내는 쪽으로 정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 점에 초점을 맞추어 의견을 내고 힘을 모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0. 이 글은 제가 참여한 모임의 공식 의견은 아니고 갑자기 반가운 마음에 제 개인 의견을 밝힌 것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글학회와 한국어정보학회를 도와주시길 호소합니다. 60평생 한글을 지키고 빛내는 국어독립운동을 한 사람이 떨리는 가슴으로 제 심정을 밝혔습니다.
2010년 10월 23.
이대로 씀
(한국어정보학회 부회장,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세종대왕생가터찾기준비위원회 위원장,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외솔회 부회장,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기 바라는 시민모임 일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