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더 철저한 중국동포들의 겨레 말글 지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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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우리 말글살이의 현황과 한글의 세계화10- 남북언어통일 기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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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박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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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근처에 있는 연길시 조선족 자치주는 거리간판에 한글을 먼저 쓰고 한자는 아래에 쓴다. 공문서도 한글로 쓴다. © 이대로 논설위원 | <참말로>는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기획취재> ‘우리 말글살이의 현황과 한글의 세계화’를 15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이번 보도는 지난해 11월 13일부터 12월16일까지 국내와 몽골, 중국, 일본 등의 동포들의 말글살이 현황 취재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참말로>가 문화관광부와 한글학회에서 선정한 언론사 유일의 ‘우리 말글 지킴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우리 말글을 살리고 세계화를 이뤄, 우리 민족이 21세기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코자 합니다.(편집자 주)
“연변은 학자들의 노력으로 순수한 우리말을 살려 쓰는 모범이 되고 있으며, 조선어 사정위원회가 있어 혼란스런 말과 한자 남용을 제한한다. 신문·출판에도 우리말 살려 쓰기 원칙을 지키고, 외래어로 이름 짓는 일이 없다. 유식을 자랑하는 외래어 남용은 없어야 한다” - 유은종 연변대학 교수
중국은 우리와 땅이 붙어 있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이고 역사상 관계가 깊으며, 우리 동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다. 특히 두만강 가까이 있는 연길시는 조선족이 60%이고 거리간판에 한글을 먼저 쓰고 한자는 그 아래에 쓰며 공문서도 한글로 쓰는 조선족 자치주다. 중국 속의 작은 조선, 연길시 지금 중국 연길시와 길림성, 흑룡강성, 료령성 등 중국의 동북 3성에는 조선시대부터 일제 때까지 건너가 살던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우리 동포의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다. 또한 남녘과 교류가 많아 우리말을 아는 사람도 많고 우리말에 관심 있는 중국인도 많다. 최윤갑 연변대학 교수는 조선족의 말글살이와 관련, “우리 동포 스스로 겨레말과 정신을 지키려고 애쓰기도 했지만 중국정부가 소수민족 우대 정책을 세우고 우리 조선말을 쓰게 해주어 가능했다”고 밝혔다.
최윤갑 교수는 “연길시에 있는 모든 학교에서 조선 말글로 교육을 하고 관공서도 중국말과 함께 우리 말글로 공문서를 쓰고 있다”며 “동포 학자들도 우리말을 지키고 갈고 닦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연변 자치주는 우리 동포 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과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길시는 남녘에 가서 돈을 벌어 온 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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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갑 연변대학 원로 교수. ©이대로 논설위원 | 량복선 연변대학 출판사 국장은 “연변조선족자치주 안에서만은 어떤 간판을 걸든 먼저 조선어로 쓰고 한어로 써야한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한족들만 있는 기관·한족학교라도 간판만은 두 가지 문자로 쓰되, 조선어 먼저 쓰고 한어로 써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정부가 제정한 소수민족 정책으로 규정된 이 ‘조선어 우선 표기’ 규정을 어길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에서도 자치주나 시, 각급 정부에서 소집한 회의에는 반드시 번역하는 사람을 두어 한어문·조선문 두 가지로 사회하고 중요한 부분은 꼭 조선문으로 번역한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한어를 써도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규정은 점차 흔들리고 있다.
민족문자가 있는 소수민족은 대학시험도 자기 민족문자로 치를 수 있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조선족 중학생들도 대학시험을 한어를 제외하고는 전부 조선어로 시험을 치고 있다.
연변에는 유치원에서 중학교(초등, 고등)까지 조선족학교가 있으며, 한어 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조선어로 강의하고 있다. 또한, 교과서도 한어를 빼고는 모두 조선문으로 되어있다. 연변교육출판사는 중국 안에 있는 모든 조선족 유치원·소학교·초급중학교·고급중학교에 조선어 교과서를 공급하고 있다.
량복선 국장은 “조선족들이 한족들보다 한어가 뒤떨어져 대학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조선족 학교에서 한어를 쓰게 되면 우리 민족 언어를 잃어버릴 수 있다”며 “신문이나 책에서 한자를 섞어 쓰자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말 발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견결히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어 열풍, 조선족 말글살이 망치고 있어 량 국장은 또 남녘과의 교류가 조선족 말글살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변에서 ‘한국’의 영향으로 신문·잡지에 영어를 섞어 쓰거나 일부 상점이 영어로 이름을 짓고, 간판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량 국장은 “새로운 외국 전문용어를 한국은 영어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중국은 영어발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한어에 맞추어 새로 이름 짓는 경우가 많다”며 “영어의 뜻을 포함하면서도 자기 언어 특징에 맞게 이름을 지어 내는 것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말글 통일의 가교가 되고 싶고, 우리말글 출판물 생산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남쪽은 말글살이가 문란하고 북쪽은 출판할 힘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말을 잘 아는 중국 연길 사람들이 싼 인건비로 교정을 보고 남쪽에서 출판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남쪽 모 출판사가 남쪽 출판물을 연길에서 싼값으로 교정을 보고, 출판 준비를 해서 도움을 받고, 그 대가로 연길동포와 북쪽 출판을 도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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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30일부터 8월2일까지 중국 연길에서 남·북·중국학자들이 모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쓸 우리말 체육용어 통일에 관한 학술토론을 벌였다. © 이대로 논설위원 | 남녘과 북녘 말글 통일 준비에 앞장 한편, 연변 자치주는 남북이 서로 만나기 힘든 상황에서는 만남 장소를 제공하고 만남을 연결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남북학자들이 지난 1995년 중국에서 말글 통일을 위한 학술회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동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녘 한국어정보학회는 그동안 중국에서 북녘 학자와 중국 연변 학자들을 함께 여러 번 만나 전자통신용어 통일 작업을 해왔다. 또한 2006년 11월 29일에는 베이징에서 ‘겨레말 큰 사전’ 학술회의를 열기도 했다.
남·북·중국학자들은 지난해 7월 30일부터 8월2일까지 중국 연길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쓸 우리말 체육용어 통일에 관한 학술토론을 하여 다국어체육용어사전을 만들기로 했다. 또한 ‘올림말과 뜻풀이 원칙에 관한 협의와 합의’를 하고 내년 중으로 사전을 낼 예정이다.
중국에서 부는 우리말 열풍 박영대 중국 주재 한국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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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중국 주재 한국문화원 원장. © 박득진 기자 | 기획취재팀은 지난 9월 문을 연 중국 주재 한국문화원 박영대 원장을 만나 우리말 보급 현황들을 들어 보았다.
박영대 원장은 “한국어강좌를 연다고 하니 지망생이 몰려와 문화원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중국인들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며 “한국어강좌에는 초급반 700명, 중급반 300명이 모집됐고 내년 초 단독 건물로 이사해 더 많은 중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영대 원장은 이어 “전국 40여개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고, 대련대학은 한국어문화원, 내몽고 자치주에서는 한글문화원을 스스로 열어 한국어·한국문화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연길 조선족 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안휘성의 조성현 교수, 인민대학과 중국 여러 대학의 한국어 교수들이 한국어 강좌를 열고 있다”며 “중국 곳곳에서 한국어 웅변대회도 열리고 있고, 지금 문화원에서 일하는 원장과 사무관 한 명으로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선단체나 교민모임에서 하는 한국어 교육 교재와 교육환경이 좋지 않아 앞으로 표본교재도 만들고 조금씩이라도 재정지원을 할 것”이라며 “국어원과 협조해 내년에는 한국어학교도 열어 중국인들에게 체계 있는 한국어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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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0 [10:43] ⓒ참말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