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죽이기에 발 벗고 나선 지식인과 지도자들
이대로 / 우리 말 살리는 모임 공동대표
이 나라 경제를 망친 지도자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국민들에게 사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제 나라와 겨레를 위한답시고 이 나라 말글살이까지 망치려 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오늘날 우리 나라 살림이 어렵게 된 것이 우리 한글 때문이라는 억지 소리를 하면서 한글을 즐겨 쓰는 일반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기 위해 한글을 죽이기 위한 온갖 거짓말과 못된 짓을 서슴없이 벌이고 있습니다.
저들은 현 정권이 한글을 죽이기 위한 가장 좋은 정권이라고 생각하고 이른바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글날이 있는 10월에 한자교육촉진총궐기대회를 크게 열고 지난 50년 남짓 동안 해 온 한글전용 국어정책을 한자혼용 국어정책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엔 출판인들을 모아 음식을 대접하면서 모든 출판물에 한자를 섞어 써 달라고 하소연했다더니 요즘엔 교수, 언론인, 종교인 같은 각계 각층 이름난 사람들에게 발기인이 되어 달라는 글을 보내고 있답니다. 마침 그들이 보낸 주비위원 명단과 발기인 참여 안내문 그리고 한자교육추진궐기대회 선언문, 한자교육의 필요성 주장과 그 뒷받침 자료들이 우리들의 손에 들어왔기에 그 자료 일부를 그대로 소개하고 그 잘잘못을 따지고자 합니다.
〔자료 1〕
尊體 安康하심을 祝願합니다.
別添 內容과 같이 擧國的으로 漢字敎育推進運動을 展開하기 위하여 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를 結成함에 있어 貴下를 發起委員으로 推戴하오니 公私間 多忙하시더라도 國家와 民族의 將來를 위하여 承諾하여 주시기를 仰望합니다.
*下記 承諾書를 暑名 捺印하시어 早速히 郵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發起委員大會의 日時와 場所는 추후 연락 드리겠습니다.
<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 籌備委員>
高柄翊 前 서울大學校 總長 民族文化推進會 理事長
孔魯明 前 外務部長官 前 駐日本大使
權彛赫 前 서울大學校總長 前 學術院長
奇世勳 前 서울高法院長
金守漢 前 韓日親善協會 會長 前 國會議長
金壽煥 天主敎 樞機卿
金膺顯 東方硏書會 會長
金宗西 前 敎育改革委員會 委員長
金俊坤 韓國大學生宣敎會 理事長
…줄임…
南悳祐 前 國務總理
閔寬植 前 文敎部長官
朴錫武 韓國學術振興財團 理事長 前 國會議員
朴晟容 韓日協力副會長 錦湖그룹 名譽會長
朴弘 前 西江大總長
孫性祖 東京韓國學園 理事長
宋月珠 大韓佛敎 曹溪宗 總務院長
徐基源 前 KBS社長
申鉉碻 韓日協力委員會 會長 前 國務總理
安秉煜 前 興士團 公議會長
柳承國 前 精神文化硏究院 院長 學術院 會員
尹吉重 前 國會副議長
尹天柱 學術院 會員 前 文敎部 長官
李基文 서울大學敎名譽敎授 前 國立國語硏究所長
李在田 漢字敎育振興會 會長
張水榮 浦港工大 總長
鄭秉學 國際漢字振興協議會 會長
趙甲濟 朝鮮日報 出版局 副局長
趙完圭 서울大名譽敎授
蔡汶植 前 國會議長
洪南淳 前 光州高法判事
洪一植 高麗大總長
〔자료 2〕
<全國漢字敎育促進國民總蹶起大會 宣言書>
지금 우리는 經濟政策 잘못으로 國家不渡를 당할지도 모르는 史上 최악의 經濟危機에 처해 있다. 이러한 危機를 당하게 된 原因을 表面的으로는 지난 政府의 확고한 經濟政策 不在로 볼 수 있겠으나, 根本的으로는 光復以來 半世紀 동안 百年樹人의 확고한 敎育政策 不在에서 累積되어 온 結果라는 事實을 우선 깨달아야 한다.
敎育政策 不在 중에서도 특히 지난 半世紀 동안 跛行으로 거듭해 온 文字政策의 失踪으로 지금 이 나라에는 知識不在, 思想不在, 哲學不在의 空洞化 現象에 처하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國家百年大計의 政治思想도 經濟政策도 樹立될 수 없음은 明若觀火한 사실이다.
…[줄임]…
지금까지 歷代政府가 우리 나라 말의 特殊性을 인식 못하고 확고한 文字政策을 수립하지 못한 결과 오늘의 危機를 초래한 根本原因을 새 政府에서는 철저히 인식하여 지금 우리가 主張하는 올바른 文字政策의 與論을 수렴하고 즉시 初等學校課程에서부터 한글과 漢字를 철저히 교육하여 21세기는 韓國의 文化가 世界로 浮上할 수 있도록 邁進하기를 강력히 建議하는 바이다. 이는 時代의 使命이며 民族의 所望이므로 우리의 主張이 관철될 때까지 最善을 다하여 努力할 것이며, 擧國的으로 國民蹶起運動을 展開할 것을 闡明하는 바이다.
우리의 主張
1. 새 政府에서는 「한글 專用法」을 즉시 廢止하고 國漢文兼用의 文字政策을 確立할 것을 促求한다.
2. 初等學校課程에서부터 한글과 漢字를 철저히 敎育하여 國語敎育을 正常化할 것을 促求한다.
3. 各級 학교의 모든 敎課書에 한글과 漢字를 兼用할 것을 促求한다.
4. 漢字敎育을 통하여 傳統文化를 계승 발전시키어 低下된 人性敎育을 적극 회복할 것을 促求한다.
5. 亞太文化圈의 孤兒로 轉落되는 文化危機를 未然에 대비할 것을 促求한다.
위 한자파들이 쓴 ‘존체 안강하심을 축원합니다. …승락하여 주시길 앙망합니다’ 같은 말투와 한자로만 새카맣게 쓴 주비위원 이름을 보면서 제 정신이 든 오늘날 분들로 보이지 않고 조선시대나 일제시대 정신으로 사는 분들로 보입니다.
그리고 온 국민 누구나 쉽게 읽고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글을 쓰는 것이 민주주의 시대 국민의 기본 자세인데 이 나라의 지도자요 지식인이라는 분들이 어째서 일반 국민들이 읽고 알아듣기 힘든 말글을 쓰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소리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장관과 국무총리, 국회의장, 교육자들로서 이 나라를 잘못 다스리고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을 잘못해서 나라를 이 꼴로 망친 죄책감을 느끼진 못하고 오히려 그 책임과 잘못이 한글과 한글을 즐겨 쓴 국민들에게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꼴이 한심스럽고 분통이 터집니다.
저들은 일제 때 집안 사정이 좋아 또는 일제 교육 모범생으로서 공부했다는 덕택으로 그들이 물러간 뒤에도 관리와 지도자 노릇하며 잘살게 된 것이 일본 덕택으로 생각해서, 그 보답을 하려고 모든 면에서 일본을 본따는 것이 좋은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위 주비위원 얼굴들을 자세히 보면 일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일제의 앞잡이 노릇 한 분도 있고 또는 ‘한일친선협회’와 ‘한일의원연맹’ 그리고 일제 때 경성제국대학 학맥과 와세다대학 출신들이 판치는 것이 그런 느낌을 줍니다. 그런 몇 분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써 보겠습니다.
윤길중 신현확 들은 일제 때 관리로서 식민통치에 참여한 사람이랍니다. 그 윤길중은 오랫동안 ‘어문바로잡기운동범국민협의회장’으로서 한글 죽이기에 앞장선 일이 있습니다. 신현확은 ‘한일협력위원회’ 회장으로서 이번 김대통령 일본 방문에 앞서 사전 공작을 하기 위해 일본을 간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민관식은 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전용정책을 강력하게 펴려는 것을 당시 문교부 장관으로서 김종필 총리와 함께 막은 바로 그 사람인데 이분들도 친일 성향입니다.
기세훈 변호사는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하지 않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헌법소원 공판 때 한자파 참고인으로 나와 “자신이 와세다대학 출신인데 그 대학 일본인 동창들이 자기에게 한국은 일본처럼 한자교육과 한자혼용을 하지 않아 못산다”고 말하더라며 우리도 일본처럼 한자를 교육하고 혼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밖에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많은 분들이 일본이 한자를 섞어 쓰고 초등학교에서 가르치기 때문에 선진국이 되었다며 일본을 본따 우리도 한자혼용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 총장을 지낸 권이혁은 한자파의 본부와 같은 ‘어문회관 건립추진위원장’으로서 몇 년 전 학술원장일 때 한자파 선봉장인 임원택, 이기문, 남광우 님들에게 해마다 한 분씩 학술원상을 주었는 데 같은 한자파이기에 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학술원상을 받은 그분들이 일본식 한자혼용 주장과 한글 죽이기 밖엔 큰 업적이 없어 보입니다.
이분들은 일제 때 경성제국대학 출신이며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해 한글전용 국어정책을 뿌리째 흔들어 국민들의 국어생활을 혼란케 한 이희승 교수의 수제자요 착실한 추종자들로서, 한글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많은 일을 한 주시경․최현배 님 헐뜯기에 많은 일을 한 업적으로 상을 나눠 가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학술원상 받은 임원택은 서울대 교수일 때 시험지에 한글만 쓴 학생에겐 학점을 주지 않았다는 분이고, 몇 년 전 초등학교 한자교육 해야 한다는 헌법소원까지 낸 분이며 일본식 경제학파랍니다. 남광우 전 어문회장은 세상이 다 아는 일본식 한자혼용과 한글 죽이기 광신자요 열성분자로서 한자옥편 만들었다고 학술원상을 받았답니다. 이기문 교수는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 백제의 말이 다르다는 일본인들 주장과 같은 주장을 하는 방언 연구가 큰 업적이라고 학술원상을 받았답니다.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만지지 말라 했는데, 권이혁은 대단한 학문 업적도 없고 오히려 우리 글인 한글을 죽이는 데 앞장서서 벌받아야 할 한자파들에게 해마다 한 사람씩 학술원상을 주어서 말썽을 빚었고 학술원상 권위를 떨어지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 때 한글 지키기 모임인 바로모임은 임원택 교수에 이어, 한글 발전에 힘쓰는 한글학회의 국어 사전 발행을 방해하기 위해 국어연구소장으로서, 한글맞춤법을 바꿨다는 의심까지 받는 이기문 교수에게 학술원상을 준다기에 학술원장에게 그 반대의 뜻을 전하고 학술원과 이기문 교수에겐 자신의 학문업적에 관해 공개토론 하자고 제의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의를 무시당했으니, 이것은 끼리끼리 상을 나눠먹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 때 우리는 시상식장에 가서 그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하였더니 이기문 교수가 한번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나 여러 회원이 반대해 만나지 않으려 했는데 바로모임 회원인 고운맘 스님이 서울대 국문과 교수들을 만나고 와서, 이기문 교수가 앞으로 한글 쪽에 협조하겠다고 하니 만나 보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전화로 만나 앞으로는 이기문 교수뿐만 아니라 서울대 국문과 출신들이 한글 사랑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우리도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으니 상을 잘 받으시라고 하고 끝낸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어기고 이번에 한글 죽이기에 참여한 것을 보니 몹시 섭섭하고 그분의 인격에 실망합니다.
또 이재전 한자교육진흥회 회장은 김종필 총리와 육사 동기로서 육군 중장 예편한 분인데 한글 가로쓰기 신문인 전우신문을 한자 섞어 세로쓰기 국방일보로 바꾸는 데 힘쓰는 따위 국방계와 천주교계에서 일본식 한자혼용에 발벗고 나서고 있답니다. 얼마 전 국방부가 국군 작전 교육 지침서를 새로 내면서 이름을 일제 때 교재 이름과 똑같은 作戰要務令이라 한 것도 이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분초를 다투는 최첨단무기 전쟁시대에 황소걸음의 한자 글살이로 작전명령을 해야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군이 한심할 뿐입니다.
위 한글 죽이기 모임 주비위원 가운데 박 홍 전 서강대총장이나 고리타분한 한자 속에 허우적대고 발전 못하는 불교계의 송월주 총무원장이 들어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한데, 김수환 추기경은 뜻밖이고 지도자란 분들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실망스런 일입니다. 한글 죽이기와 일본식 한자혼용 실천에 앞장서는 <조선일보> ≪월간 조선≫ 조갑제 편집 부국장의 이름이 있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밖에 여러 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나 글이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말하기로 하고 줄입니다.
마지막으로 한자파들은 나라와 겨레를 괴롭히는 어려운 말글살이로 국민들을 괴롭히려는 한글 죽이기 못된 짓을 그만하도록 권하고 경고합니다. 한자파들은 자신들이 권력과 돈과 외세를 등에 업고 있다고 한글과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들은 아무 힘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글 죽이기 음모를 꾸미고 갖가지 못된 짓을 하는데, 자신들의 이름만 더럽힐 뿐이란 것을 일러 둡니다. 아마 이번에는 자신들의 지원 세력인 김총필 총리와 박태준 자민련 총재 들이 정권을 잡았다고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 착각하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혼용’이라는 말 대신 ‘겸용’이라는 말로 바꾼 것이 그들의 조급함과 초조함을 보여 줍니다. 쉬운 말글 쓰기, 한글 쓰기는 온 겨레가 바라는 것이고 시대의 큰 흐름입니다. 얄팍한 술수로 막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뿐입니다.
한글이 일어날 때 우리 나라도 일어났습니다. 세종 때도 그랬고 가깝게는 박정희 때도 그랬습니다. 한글을 짓밟고 무시한 지도자는 국민들의 멸시를 받습니다. 연산군이 그랬고, 가깝게는 전두환 김영삼 대통령이 그렇습니다. 한글이 죽으면 우리 나라와 겨레와 우리 말이 불행해집니다.
한글 죽이기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며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한글과 우리 말 죽이기는 수천 억 부정축재보다도 더 많은 피해를 나라와 겨레에게 줍니다! 조상이 물려준 문화유산 가운데 으뜸가는 한글, 21세기 문화전쟁 시대에 최첨단 무기 한글을 버리고 무슨 나라를 일으키고 겨레를 위한다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글날과 대통령 일본 방문이 있는 10월 중에 궐기대회를 크게 열고 여론조성을 할 계획이라는 소문인데, 어떤 이들이 참여하고 어떤 짓을 하는지 두 눈 단단히 뜨고 볼 것입니다! 한글 죽이기에 참여한 이들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라도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알립니다! 국민들은 지식인 지도자라는 양의 탈을 쓴 한자파들이 겨레와 우리 말글을 잡아먹는 늑대와 같은 이들임을 알고 이들의 음모에 넘어가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
1. 한글 죽이기에 발 벗고 나선 지식인과 지도자들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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