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회장이 한글전용법 폐지 청원자들에게 공개 질의서 보내다
14대 국회에 한자파들이 한글전용법 폐지 청원서를 냈는데 그 청원 취지가 너무 억지스럽고 나라 망칠 일이라 청원자 유정기, 이상돈, 장을병, 서영훈, 김상구, 신국주님과 소개 의원 김길홍, 장영철, 황윤기 의원들에게 공개 질의서를 1993년 7월 27일자로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그런데 아무도 회답을 하지 않고 서영훈 선생님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박종국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이 서영훈 선생이 좋은 분이니 만나보라고 하기에 기독교 연전도회관으로 찾아가니 처음엔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그 청원을 냈다며 자신의 뜻을 내게 설득하려 했다. 나도 한자 교육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글전용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뜻을 자세히 설명하니 내 뜻을 이해하고 앞으로는 한자혼용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셨다.
그리고 당신께서 존경한다는 다석 유영모 선생님에 관한 책과 당신이 쓴 책을 주셨다. 나는 그때 서 선생님이 흥사단 단장도 한 것으로 알고 있기에 도산 안창호 선생을 존경한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뜻밖이었다. 나는 대학생 때 주요한님이 쓴 ‘안도산 전서’를 감명 깊게 읽고 도산을 존경하고 흥사단 대학생모임을 만들 생각도 한 일이 있기에 흥사단 단장을 지낸 서 선생님을 남달리 생각했었다. 그 때 서영훈 선생님은 다른 청원자와 달리 마음이 넓은 분이라는 데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또한 어른으로서 젊은이의 말을 듣고 당신 고집을 꺽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기에 고맙게 생각했다. 청원자 이상돈과 소개의원 김길홍의원에게 보낸 질의서를 옮긴다.
공개 질의서
받을 분 : 이상돈 서울 성북구 정릉동 817-3
보낸 이 : 이대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334
질의 내용: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안녕하신지요. 저는 한국 사람이 한국말과 한글을 쓰며 사랑하는 것은 국민의 바른 도리라고 믿고 25년 전 대학생 때부터 우리말, 한글 사랑운동을 하고 있는 젊은이입니다. 그런데 지난 7월 13일자 국민일보에서 이상돈 제헌의원께서 유정기 노인들과 함께 한글전용법을 폐지하고 한자와 한글을 혼용하는 법을 제정해 달라는 청원을 국회에 냈다는 보도를 보고 놀라고 섭섭했습니다. 저는 지난날 제헌 의원들께서 한글전용법을 만든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 생각하며 제헌 의원들을 존경하고 고마워했기 때문입니다. 유정기 노인들은 전부터 한글 쓰기를 가로막으려 앞장선 분이라지만 제헌 의원이 스스로 만든 한글전용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을 낸 것은 역사에 남을 중대한 일이라 생각되어 그 사실을 분명히 하고자 다음 몇 가지 질의를 합니다.
1. 1948년 제헌 의원들이 제정한 법률 제6호(한글전용법)는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이번 청원서 건은 다른 제헌 의원들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혹시 저 세상에 가시게 되면 먼저 가신 제헌 의원들로부터 반민족 행위자라 지탄받지 않으실까요?
2. 청원서에서 한글을 전용하자는 것은 도적놈 심보요, 한글전용은 우리 민족을 도용민족 (盜用民族)으로 만든다는 등의 청원서 내용이 있는 데 님 생각도 똑 같은 지요?
3. 만약에 똑 같은 생각이라면 한글의 중요함과 훌륭함을 모르시거나 우리말과 한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한글전용자들의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주장이라 생각되는데 우리말과 한글에 대한 지식이 완전하시다고 말하실 수 있는지요?
일제 때 친일 반민족행위를 한 사람들이 요즘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되자, 그 후손들과 추종자들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고 오늘날 잘 한 일도 있었으니 봐달라”느니 변명하는 꼴을 보면서 역사 사실을 분명히 해야겠기에 질의를 하오니 8월 15일까지 답변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만약에 답변이 없을 때는 제 마음대로 해석하고 비판해도 좋다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1993년 7월 27일
전국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이대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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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질의서
받을 분: 김길홍의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1번지 국회의원회관
보낸 이: 이대로 -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334
질의내용:
무더운 날씨에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 사람이 한국말을 하고 한글을 즐겨쓰고 사랑하는 것이 국민으로서 할 도리라고 생각하며 25년 전 대학생 때부터 우리 말,한글 사랑 운동을 하고 있는 국민입니다. 지난 7월13일자 국민일보에 유정기 교수등 6명이 낸 "한자.한글 혼용에 관한 법률 제정 청원서"를 김길홍 의원께서 소개했다는 보도를 보고 민족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대한 일이기에 사실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의를 합니다.
1. 청원 소개 의견서에서 공문서가 한글을 전용함으로써 한자말의 정확한 해독이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는데, 어떤 경우가 있었는지요? 혹시 공무원들이 무성의해서 쉬운 우리 말을 쓰지 않고 어려운 일제식 한자말을 그대로 한글로 쓰기 때문에, 또 한글로 써서 이해하기 힘든 부득이한 말은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괄호안에 써 넣기)는 "한글 전용법"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요?
2.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크게 해치고 있는 것은 순수한 우리 말과 한글 때문이 아니라 정치인, 교수 등 사회 지도층의 정신이 썩었고 학벌과 입시 위주 교육 때문이란 것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상식인데, 자신들의 잘못과 못난 점을 한글과 순 우리 말에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요 반민족 행위라 생각합니다. 김길홍 의원님은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3. 지난번 13대 국회 때 최무룡 의원이 "한글 한자 혼용법 청원"에 앞장선 일이 있는 데 김종필 대표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김길홍의원께서도 김종필대표의 뜻을 받들어 본의 아니게 한글을 짓밟는 데 앞장선 것은 아닌지요?
4. 한자말을 한글로 쓰는 것은 도적놈 애국이고 한글전용을 도용민족(盜用民族)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등의 청원서 내용과 생각이 같으신지요?
요즘 일제 때 친일 반민족 행위를 한 사람들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되니 그 때 본의가 아니고 어쩔 수 없었다느니 하며 그 후손과 추종자들이 변명하는 것을 보고 역사에 남을 중대한 일은 사실을 분명히 밝혀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김의원님의 참뜻을 알고자 질의를 하오니 8월 15일까지 답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답변이 없으면 제 임의대로 해석하고 비판해도 좋다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1993.7.27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회 이대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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