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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광화문 한글 현판 2차 건의와 회신 내용

한글빛 2017. 2. 17. 06:24

'카수' 조영남씨, 나와 붓글씨 한판합시다
박정희 붓글씨보다 더나은 현판없다면서 유홍준 청장에겐 왜 시비거나?
 
이기현
경향신문 3월10일 14면 [울퉁불퉁 세상보기]라는 기고를 통해 조영남은 광화문 현판에 박정희의 글씨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고 주장을 하였다.
 
처음 광화문 현판 교체 문제가 처음 문제가 된 것은 문화재청이 경복궁 1차복원사업의 하나로 정조글씨를 모아 광화문 현판으로 내건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후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광화문 복원을2월15일 ‘문화재청 정례기자 브리핑’을 갖는 자리에서 1916년 광화문 전경을 담은 유리원판을 해독해보니 광화문이라는 글씨 윤곽을 판독해냈다고 하면서 현재의 현판을 바꾸면서 정조어필 등의 집자를 포함한 여러 대체안을 문화재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이 논쟁은 더욱 커지게 된다.
 
조영남은 유홍준이 광화문 현판을 교체하겠다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박정희의 붓글씨 솜씨 자체를 비판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조영남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광화문의 박정희 친필 현판이 문제되는 이유는 비전문가인 권력자가 썼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처음 나온 정조어필이 대안으로 나온 이유는 정조 특유의 필법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붓글씨보다 더 나은 현판이 없다며 유홍준 청장의 철거를 정치적 복선으로 몰아간 카수 조영남 씨의 경향신문 기고문     © 경향신문 2월 10일자 지면보기판

조영남은 유홍준이 박정희의 붓글씨 솜씨를 비판한 적이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조선일보를 너무 열심히 보지 말기 바란다. 실제로 그 비판이 어땠는지를 확인해보니 비판이 아니고 비평이었다. 조영남은 조선일보가 예전에 유홍준이 비판한 적이 있다는 기사만을 확인을 했었는데 실제 유홍준이 썼던 글 역시 조선일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홍준 교수가 지난 95년 12월 11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역대 대통령의 글시체에 대한 비평. 유 청장은 대통령 마다 글씨에 따른 개성을 평가했다. 가수 조영남 씨가 이 글을 정확히 읽었다면 유 청장의 '정치적 복선' 운운 하는 수고는 덜었을 것이다.     © 조선일보 1995년 12월 11일자
미술사를 전공하는 나로서는 역대대통령들이 남긴 글씨에 대해 적지 않이 할 말이 있다. 예로부터 글씨란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그 사람의 심성이 남김없이 반영되어,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와 성품을 바로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대통령들의 글씨 또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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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하여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는 획의 매듭이 뚜렷하고 필획에 힘이 한껏 들어 있어 기압이 넘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 기압이란 사령관의 호령 비슷해서 광화문 현판글씨 같은 데서는 살기조차 느껴진다.

그의 정치철학이 담긴 민족중흥과 새마을을 강조하자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이해해주고 싶지만, 지금도 걸려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현판글씨조차 「사령관체」로 되어 있으니, 그분의 천성이 그런가 보다.
요즈음 그가 나오는 텔레비전드라마를 보다 보니 그분의 딱딱 부러지는 살벌한 말투와 아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아침논단] 대통령의 글씨체(1995년12월11일)에서

 
조영남은 이 글을 보지 않았으니 “왜 전두환과 김대중의 글씨체가 빠졌는지 모르겠다.”와 같은 말이 보이는 것은 할 수 없다고 말해야겠다. 유홍준은 위 글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글씨는... ‘탈법체’라 할만하다.”고 말을 했다. 그러므로 조영남이 전두환의 글씨체가 빠졌다는 말은 원문을 읽지 않았다는 것을 공개하는 것이다. 조금 더 심각한 것은 “유청장은.. 1995년 한 신문 지면에”라고 언제 대통령의 글씨체를 말했는지를 밝히고 있는 대목을 겨우 한 문단이 지나자 잊어먹어 버린 것이다. 1995년 당시 김대중은 대통령이 아니었다.
 
조영남은 “왜 잘 쓰지도 못하는 글씨를 갖고 만인이 보는 현판을 써서 보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글씨 고생시키냐.”라는 부분으로 유홍준의 주장을 압축해서 말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것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은 내용을 약간 바꾸고 더하고 빼야 완벽한 주장이 된다. 완벽한 주장은 아래와 같다.
 
왜 잘 쓰지도 못하는(비전문가가 쓴) 글씨를 갖고 “독재자”라고 현판으로 마음대로 걸어두어 사람 피곤하게 하느냐.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재자라고 마음대로 걸어두느냐”이다. 조영남은 “잘 쓰지도 못하는 글씨”가 가장 크게 들렸는지 덕분에 이후 글을 잘 썼다 못썼다 하는 것으로 글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조영남이 “대부분의 한글 서예 중에선 박정희 것이 예술적.문화적 가치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수하다는 사실을 점차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조영남의 독특한 취향이므로 굳이 비판할 이유는 없다.
 
덕분에 광화문 현판 교체 논란은 조영남에 이르러 이상한 곳으로 빠져버렸다. 유홍준이 박정희 글씨에서 박정희의 심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비평이 졸지에 조영남에게 이르러 “출중한 글씨체로 인정해놓고 느닷없이 잘쓰지도 못하는 글씨로 깔아뭉개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광화문 현판 철거 문제는 독재자가 마음대로 걸어둔 것이 문화재로서 인정할만한 것이냐 하는 중요한 논점을 갖고 있는데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귀를 갖고 있어 이 부분은 전혀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중요한 논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조영남은 “차라리 유씨가 "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박씨의 글씨도 싫습니다" 했으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발 더 나가서 "현 정부가 제게 문화재청장 자리를 줬으니 저도 뭔가 보답 차원에서 아쉬운 대로 광화문 현판이라도 갈아치워 드리겠습니다" 했으면 동정의 박수라도 받을 수 있었을 터”라고 말하면서 “정치적 복선”에만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아마도 조영남은 노래 못지않게 붓글씨가 자신있나 보다. 조카수와 유 청장이 붓글씨 시합을 해서 이긴 사람의 의견을 다르자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런데 유홍준은 문화재 청장으로 바쁜 사람이다. 여기저기 친일파가 만든 독립운동가 조각이나 그림을 철거하는 것도 급하고 수십개나 발견할 수 있는 박정희 현판도 갈아치우고 그 동안 훼손된 문화재를 복원하는 작업을 하는 것만 해도 짧은 임기 동안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로 바쁘다.
 
조영남은 바쁜 사람은 내버려두고 비록 바쁘지만 조영남이 부르면 나와줄 수 있는 나와 글쓰기 시합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도 비록 바쁜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영남이 시합하자고 하면 특별히 나서줄 의향은 있다. 심판은 송복이나 김인수나 누구나 상관 없다. 그리고 이긴 사람은 그 이긴 글씨를 집에 액자로 걸어두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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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3/15 [20:24]  최종편집: ⓒ 대자보

출처 : 한말글 사랑, 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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