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화재청 노중국 사적분과위원장 (계명대 교수),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
‘한글로 쓸 것이냐, 한자로 쓸 것이냐.’ 지난 2년 동안 공방을 이어오던 광화문 현판. 결국은 경복궁 중건 당시에 쓰였던 ‘임태영의 한자현판으로 최종 확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한글파들은 여전히 반발이 거셉니다. 최종확정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데요.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광화문, 이 세 글자. 양측의 입장을 들으면서 여러분의 생각도 정리를 해 보시죠. 먼저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 위원장이세요. 노중국 계명대 교수가 연결이 돼 있습니다.
광화문현판
◇ 김현정> 결국은 임태영의 한자현판으로 최종 확정이 됐네요? 카페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iframe 태그를 제한 하였습니다. 관련공지보기▶
◆ 노중국> 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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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어떤 이유일까요?
◆ 노중국> 광화문에 걸려 있는 현판은 경복궁의 한 부분입니다. 경복궁은 지금 사적으로 지정돼 있거든요. 지금 문화재청에서는 이 경복궁 복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현판도 경복궁 복원이라는 전체적인 틀 속에서 봐야 합니다. 그래서 문화재위원회에서는 이 현판도 국가문화재로서의 성격에 맞도록 해야 된다는 것에 의견의 일치를 봤습니다.
그럼 글씨를 어떻게 할 것이냐 했을 때 현재 유리원판에 남아 있는 고종 때, 경복궁 중건 당시의 현판 글씨, 임태영님 글씨로 하는 게 맞다고 의견 일치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임태영님 글씨로 한자 현판을 만들도록 어제 합동위원회에서 의결을 한 셈이죠.
◇ 김현정> 문화재위원들 사이에서 이게 만장일치로 결론이 났나요?
◆ 노중국> 만장일치는 아니었습니다. 참석한 위원 가운데 한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씀해 주신 분이 한 분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몇 분 가운데 한 분이신 거죠?
◆ 노중국> 전체 스물아홉 분 가운데 한 분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 김현정> 그럼 문화재 위원들 가운데에서는 거의 압도적인 지지로 한자가 됐다는 말씀이군요?
◆ 노중국>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한글단체에서는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거고, 이렇게 글씨를 그대로할 거면서 왜 그렇게 오랫동안 공청회하고 여론조사하면서 국민세금 낭비했냐. 이해할 수가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 노중국> 사실 이 현판 문제가 간단한 사항 같으면 이제 위원회에서 바로 결정을 하면 되겠죠. 그러나 이 문제는 아마 2005년 때부터 쭉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안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도 있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고. 상당히 첨예하게 대립할 때 이거를 함부로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공청회도 열고 토론회도 열고, 의견수렴을 해야죠.
◇ 김현정> 의견수렴을 해 보니까 압도적으로 한자 쪽이었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노중국> 네. 한자 쪽을 얘기하는 분들이 상당히 좀 많았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런 주장도 했습니다. “경복궁이 100% 원형복원도 아니고 어차피 준공된 건데. 한글현판 달아서 우리의 자주문화를 자랑하는 것, 무방하지 않느냐. 앞으로 길이길이 남길 건데 이번 기회에 한글, 우리 글로 교체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 이런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교수님?
◆ 노중국> 경복궁은 현재 복원사업을 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한 번 파괴되거나 소실된 문화재를 100% 복원한다는 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사실 그렇게 하면 복원이라는 거는 영원히 못하게 됩니다.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복원개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에서 이미 많이 논의된 겁니다. 그래서 이 자체 가지고서 얘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요. 사실 광화문 현판도 그렇습니다만, 사용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이용해서 엄격한 학술적인 고증을 거쳤죠. 이렇게 거쳐서 나온 결과물을 복원으로 봐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런데 앞에서 압도적으로 국민들이 한자 쪽으로 여론수렴이 됐다고 하셨는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까요. 전체 응답자의 57.8%가 한글이 좋다, 이렇게 얘기했고요. 한자 지지는 41.3%였더라고요.
◆ 노중국> 그 과정에서 여론수렴이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수렴도 있고, 전문가 그룹도 있고, 토론회 과정도 있고. 이 전체 자체를 종합적으로 보고서 판단을 한 것이죠.
◇ 김현정> 국민여론은 이랬어도...
◆ 노중국> 어느 한 요소만 가지고서 이제 판단을 할 수가 없는 것이죠. 우리 위원회에서는 이 문화재라는 것이 현 세대 만의 것은 아니다. 미래세대에도 이걸 같이 공유를 해야 되는데, 그렇게 미래세대가 공유하려면 이 문화재가 갖고 있는 그 성격에 충실해 주어야 된다. 그런 점에서 그렇게 결정을 한 것이죠.
◇ 김현정> 최종 확정입니까? 재론의 여지가 있습니까?
◆ 노중국> 지금 문화재위원회는 자문기관인데요. 문화재위에서 의결한 사항을 문화재청장이 결재를 하면 최종적으로 확정이 됩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는 지금까지 문화재위원회에서 의결한 사항을 문화재청장이 부결한 경우는 한 건도 없습니다.
◇ 김현정> 없군요. 그러면 확정이라 봐도 된다는 말씀?
◆ 노중국> 따라서 재논의 할 가능성이나 번복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재논의 자체는 입장 차이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 뿐이죠.
◇ 김현정>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 위원장, 노중국 계명대 교수의 말을 먼저 들어봤습니다. 교수님, 말씀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이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분인데요. 이분은 어떤 입장일까요?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입니다.
광화문
◇ 김현정> ‘원본대로 복원하겠다’ 라는 문화재청의 결정,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대로> 원형복원도 아니고요. 지금 거짓입니다.
◇ 김현정> 거짓이라니요?
◆ 이대로> 아주 조그마한 사진, 흐릿한 사진을 보고서 모조품을 만든 겁니다. 그리고 원형복원이라고 자꾸 국민들을 속이거든요. 이건 큰 죄악입니다. 그리고 여론이나 국민들이 한자 쪽을 택했다고 저분들이 그러는데요. 공청회 때 문화재청장이나 문화재위원 한 사람도 온 걸 못 봤습니다.
◇ 김현정> 공청회 내용을 듣질 못했다는 말씀?
◆ 이대로> 네. 수 년 동안 공청회 때, 또 우리 한글단체를 모이게 해서 대표들, 70, 80세 어른들 오라고 해서 얘기 들을 때도 문화재청장이나 문화재위원들 한 사람도 본 일이 없습니다. 민주국가에서 이게 있을 수 있습니까?
◇ 김현정> 이분은 말씀하시기를 ‘국민여론조사는 한글 쪽으로 조금 더 많이 나왔더라도 전문가 의견까지 전반적으로 종합해 봤을 때는 한자가 우세했다. 압도적이었다.’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 이대로> 그게 바로 국민을 우롱하는 거고요. 전문가라는 분들이, 그분들 문화재위원이라는 분들입니다. 자기들이 원래 잘못 결정하고 잘못 만들고, 국고까지 낭비하고. 뭐 하러 그러면 공청회는 두 번씩이나 하고, 국민 상대로 여론조사하고. 그동안에 그거 바로 국민을 속이기 위한...
문화재위원들 몇 사람이 결정할 거면 그냥 그 현판을 달던지, 바로 그것으로 할 거면 그렇게 하지. 왜 이렇게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것도 엉터리로 만들어서 다시 만들고. 다시 논의해야 되고요. 다시 결정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문화재 위원들이 국민들, 시민들, 한글단체 의견도 들어야 됩니다. 한 번도 들은 일이 없어요.
◇ 김현정> 그런데 한글단체에서는 반드시 한글로 해야 된다고 주장하신 이유는 뭘까요?
◆ 이대로> 원형은 복원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한글을 살려서, 경복궁 안에서 한글이 태어났고요. 그래서 이 나라를 일으키자고 1968년도에 그 뜻을 담아서 40년 동안 한글 현판을 걸었어요. 그걸 저분들이 뗀 겁니다. 그 자체부터 잘못된 거고요. 그리고 지금 나라 안팎에서 이제 한글이 살아나고, 우리 한류가 퍼져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 깃발, 그 상징으로...
그리고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 안팎 어디에도 한글이 어디서 누가 만들었다는 표시 하나 없습니다. 광화문 안에서 태어났다는 거 알리고 자랑하기 위해서, 광화문 현판이라도 한글로 하자. 그리고 국민에게도 알리고, 외국인들에게도 자랑하고, 우리의 자주문화를 키우자. 꽃피우자, 이런 간절한 국민의 소망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1968년부터 40년간 걸려 있던 한글 현판을 뗄 때, 그리고 한자를 바꿀 때, 그때 근거는 “원래의 원형사진을 보니까 거기에 쌍구모본이라는 방식으로 해서 복제를 해 보니, 한자로 돼 있더라.” 예전에 이렇게 주장하셨는데요?
◆ 이대로> 한자로 된 거는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 그분들이 자료를 복사한 것 봤는데요. 확대한 것도 알 수가 없어요. 그게 어떻게 원형복원입니까? 한자로 돼 있지만 1968년도에도 이제는 우리 중화사상이나 중국 섬기는 그 속박에서 벗어나고, 이제 제대로 자주국가를 만들자는 뜻으로 국민이 외쳐서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 현판으로 달았던 겁니다.
그런데 그때도 한자 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그거를 좋아했죠, 한자를. 그런데 그렇게 한 걸 떼고, 원형복원도 아니면서 원형복원한다? 쌍구모본이라는 게 본떠서 모조품을 만든다는 그 소리예요. 어려운 한자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어차피 복원의 원칙이라는 건 원형 그대로 가는 게 맞긴 맞지만 이건 지금 남아 있는 근거자료라는 것이 워낙 부족하다. 때문에 원형 그대로 복원도 못하면서 한글의 자주성까지 지금 훼손한 거다, 이런 주장이신 거죠?
◆ 이대로>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문화재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복원의 원칙에 충실한 게 맞다.” 이런 입장이신가 봐요. 그래서 압도적으로...
◆ 이대로> 그렇죠. 그래서 처음부터 뗐고요. 우리는 전문가라고도 믿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신가요?
◆ 이대로> 문화재 전문가라고 하는 건데. 만약에 원형이라면 처음 경복궁, 세종대왕이 광화문이라는 이름을 짓고요. 그때 썼던 그게 원형입니다. 원형이 뭡니까? 처음 형태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건 중간중간부터 그때 사람이 쓰고요. 그때 글자로, 한자시대 글자로. 임진왜란 때 또 타고, 왜놈들에 의해서 헐리고.
◇ 김현정> 몇 번이나 바뀌었어요?
◆ 이대로> 세 번이죠. 전쟁 때 타고. 그래서 이제는 우리 한글 대한민국 자주 문화시대가 됐으니까 오늘날 글씨로 그 소망을 담아서 걸어놨는데 그걸 또 떼고. 여기 또 중국 관광객들이 지금도 엄청나게 오죠. 앞으로 더 옵니다. 그 사람들이 ‘이야, 이게 옛날에 우리 손안에 있었는데..’ 그들은 안타까워하고. 사실 아닙니까?
◇ 김현정> 어떤 말씀이신지 알겠고요. 문화재청에서는 어쨌든 “이미 결정이 났다. 재론의 여지는 전혀 없다” 라고 앞에서 말씀하셨는데요?
◆ 이대로> 그거는 그분들 얘기고요. 지금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문화재위원 몇이나 문화재청장이 마음대로 이 중대사를 다른 현판, 다른 문화재하고 달라요, 광화문이라는 데는.
◇ 김현정> 그러면 반대투쟁 같은 걸 하실 생각이세요?
◆ 이대로> 우리는 오늘 11시에 문화재청장을 항의방문할 거고요. 고궁박물관에 청장실이 있어요. 그리고 당장 문화재청하고 문화재위원들 즉각 자진사퇴하라고 요구할 겁니다. 왜냐하면 국고를 얼마나 낭비하고 국민들을 얼마나 우롱하고 상처를 준지 모릅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양쪽의 입장을 듣고 아마 청취자들이 지금 나름대로 판단하고 계실 거예요.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