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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호 하이서울이 들어간 광고물. ©이대로 논설위원 |
<참말로>는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기획취재> ‘우리 말글살이의 현황과 한글의 세계화’를 15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이번 보도는 11월 13일부터 12월16일까지 국내와 몽골, 중국, 일본 등의 동포들의 말글살이 현황 취재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참말로>가 문화관광부와 한글학회에서 선정한 언론사 유일의 ‘우리 말글 지킴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우리 말글을 살리고 세계화를 이뤄, 우리 민족이 21세기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코자 합니다.(편집자 주)공무원들이 지난날 한자를 즐겨 쓰더니 이제는 영어를 좋아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남녘에 정부가 들어서던 때에 공무원들은 주로 일본어를 국어로 배운 일제식민지 세대가 주축이었는데, 요즘은 미국 유학을 다녀오거나 국어보다 영어를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자란 이들이 많아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정부기관 부서 이름도 테스크포스트팀, 미디어 팀처럼 영문으로 짓기도 하고, 교육부는 아예 영어 조기교육을 확대하고 영어로만 교육하는 영어 몰입교육을 하겠다고 한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대기업과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하겠다면서 영어 바람을 일으켜 학생은 물론, 일반 국민까지 영어 열병을 앓게 되었다.
한글단체들은 지난 수년 동안 공문서부터 우리 말글을 바로 쓰게 하려고, 국어기본법을 만들고 정부기관에 국어책임관을 두게 했다.
국어책임관은 국어기본법(법률 제7368호)과 공문서 사무관리 규정(대통령령제 14989호)을 근거로, 공문서 바로 쓰기 규정을 잘 지키게 하기 위해 중앙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두게 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 몫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광부와 교육부 국어책임관을 만나 그 상황을 자세히 취재 협의하려고 여러 번 연락했으나 만날 수 없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네 달 동안 정부기관 27개 중앙부처와 16개 지방자치단체 누리집(홈페이지) 국어사용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공무원들, 우리 말투와 쉬운 낱말 골라 쓰려는 노력 요구돼
이 조사에 참여한 장은혜 문장사협회 총무는 “외래어와 외국어 사용실태와 한글맞춤법 지키기, 낱말과 문장 호응 관계 등을 조사했다”며 “대체로 누리집 문장은 한글로 쓰기 규정을 잘 지키지만 외국어를 혼용하는 일이 많고, 외국말투와 한자말을 많이 쓰고 있다”고 밝혔다.
장은혜 총무는 또 “공공기관 내부 문서는 아직도 한글로 쓰기로 한 법과 규정을 잘 지키지 않고 있다”며 “쉬운 우리 말투와 쉬운 낱말을 골라 쓰려는 노력이 절실하며, 공무원들이 바른 말글살이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야 국어학자 이수열 선생은 “잘못된 문장으로 된 우리 국어 교과서를 바로잡지 않으면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키고 수학과 과학도 영어로 가르치겠다고 한다”며 “그렇지 않아도 제나라 말보다 영어를 중요시해서 나라 말과 겨레얼이 흔들리는 판에 겨레의 앞날이 몹시 걱정된다”고 밝혔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은 교육인적자원부를 올해 한글날에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뽑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제주도 특별자치구에서 영어로만 수업하는 학교를 세우겠다고까지 발표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와 국립국어원은 오래 전부터 공무원의 국어 경시 태도와 우리말을 잘못 쓰는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국어순화 자료집을 만들어 각급 기관에 나눠주어 바른 말글살이를 호소했지만 대부분 정부기관 공무원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다.
이명박 씨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서울시 구호를 'Hi Seoul'이라고 정하고 서울시 건물과 차, 문서와 광고판 등 곳곳에 선전한 일이 있다. 그러자 전국의 지방 자치단체도 여기저기서 따라서 이런 영문 구호를 만들어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선전하고 있다.
대구는 Colurful Daegu, 대전은 It's Daejeon이란 영문구호를 만들어 선전한다. 서울시가 영어 쓰기에 앞장서니 그 산하 지방자치단체인 구청까지 따라하고 있다. 동대문구청은 Eastco 란 구호를 만들어 세금으로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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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무구청 내부 회의 자료집 표지. ©이대로 논설위원 |
또한 정부 기관은 민원서류나 국민 대상 공문서는 한글로 쓰지만 내부문서나 회의 자료들은 한자를 섞어 쓰거나, 제목은 그전 같이 한자말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말글을 살려 써야 한다는 의식보다는 아직도 한자로 권위를 세우는 간부 공무원이 많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아직도 한자 사용으로 권위 지키려는 공무원 많아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부동산 등기부등본이나 호적등본은 모두 한자였지만 이제 모두 한글로 되었다.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과 법제처 등이 우리말을 살리고 바로 쓰려고 애쓰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영어마을 만들기에 바쁘고, 정부는 특구를 만들고 영어를 공용어로 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말글이 살길은 정부와 공무원, 정치인이 우리 말글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먼저 바른 말글살이를 하고, 말글 관련법과 규정을 지켜야만 가능하다.
국어 정책, 국어 교육정책이 바로 서고 공무원의 정신 자세가 바로 잡히지 않으면 우리 말글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