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코스메틱]
매일 쓰는 생활필수품인 화장품, 그러나 알 수 없는 외래어로 사용방법을 혼동해 잘못 사용해 본 적이 있는가. 내수 시장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우리가 만든 화장품에 어울리는 ‘우리말 화장품’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본보는 우리말 화장품의 실태와 업체·소비자들의 인식 수준, 한글 브랜드의 우수성 등을 8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아울러 지난 1년여간 본보가 진행한 아름다운 한글맵시를 살린 우리말 화장품을 발굴하기 위한 일련의 성과를 소개한다. - 편집자주 |
“‘한글은 세계에서 우수한 글자이며 세종대왕은 최고의 왕이었다’는 말은 학교에서 수도 없이 들어봤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는 세종대왕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한말글문화협회’의 리대로 대표는 이같은 모순된 생각을 과감히 깨뜨리고자 오는 8일 ‘한글역사문화관건립추진 위원회’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최근 종로구 신문로 한글학회 사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종대왕의 정신을 가다듬고 학문을 되새기는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위원회 활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한글역사문화관’을 건립해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탄생지를 찾아서 하나의 성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한글역사문화관을 만들면 한글의 의의와 깊이를 깨닫고 세계에 널리 그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 대표는 또 “동남아나 중국에서 한국 상품의 인기는 대단하지만 이름이 영어로 표기되어 있어 외국산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면서 “그래서 현지인들이 오히려 이름 옆에다 한국어 한글자라도 써 넣으라는 부탁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발음하기도 좋고, 배우기도 쉬운데 우리는 정작 왜 한글을 표기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수출품에 한글 이름을 사용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리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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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말글문화협회’ 리대로 대표 © 데일리코스메틱 |
- 올해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로 취임하게 됐다. 취임 후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매달 3째 주 금요일 3시에 ‘한말글 사랑이야기 마당’ 이라는 정책토론회를 하고 있다. 지난달은 국회에서 ‘국어기본법 잘 지키고 있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우리의 한글을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꾸준한 모임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한말글문화협회’가 갖는 목적과 의미가 무엇인가.
이 협회는 한글학회 부설 한글운동단체다. 대한제국 시절, 주시경 선생을 중심으로 시작한 한글학회는 한글과 우리말을 지키고 빛내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즉 하나의 민족독립운동을 위한 것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74년에 이은상, 윤석중, 안호상, 주요한, 백낙준, 전택부 등과 공병호 박사를 중심으로 맞춤법과 한글 사전, 교과서를 만들며 우리말을 알리는데 노력했다. 그때부터 발간한 ‘한글새소식’이 지금 벌써 443호가 되었다.
한글문화운동의 처음 시작은 한글문화협회였다. 그러다 국어순화추진회를 정부에서 시행하여 잠시 중단됐다. 일제 강점기 때는 일제에 맞서 우리말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현재는 영어로 인해 우리 한글이 침체되자 다시 재건을 한 것이다. 대신 한글문화협회만이 아닌 한국말과 글을 동시에 전하고자 ‘한말글문화협회’로 바꿔서 재출범하게 됐다.
- 한글에 특별한 애착들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가.
1962년 농업학교를 다닐 시절, 공부를 하려고 도서관에 간 적이 있다. 농업전문서적을 읽고자 채소원예나 양돈전서 등을 열람해서 나와 보니 우리 책이 아닌 일본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우리말로 쓰여진 전문서적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드물었다. 당시 책들은 일본어를 우리말처럼 바꿔놓아서 읽기가 힘들었다. 지금처럼 쉬운 글이 아니었다.
또 당시 학교에서도 지금처럼 ‘한글은 세계에서 우수한 글자이며 세종대왕은 최고의 왕이었고, 거북선을 만든 이순신은 위대한 인물이었다’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한글을 제대로 쓰기는 커녕 거북선조차 만들지 않았다. 나에겐 그 자체가 모순으로 받아들여졌다. 모순을 바로잡고 우리 민족과 나라가 잘 되기 위해 한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서 ‘국어운동대학생회’를 최초로 만들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 같다. 힘든 적은 없었는가.
너무나 힘들었다. 거의 푸대접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 국어운동대학생회가 가장 먼저 실시한 것은 ‘한글이름표기’였다. 지금의 내 이름(리대로) 역시 순한글말로 직접 지은 이름이다. 나는 국문학과 출신도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앞장서서 민족운동과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리대로’라는 이름처럼 ‘내가 죽는 날까지 국어운동과 농촌운동의 길을 가겠노라’라는 다짐과 함께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서울대, 연대, 고대 등 소위말해 똑똑한 인물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중간에 포기하고 변절하기도 했다. 나는 바보스럽게도 ‘포기하지 말자, 늘 다짐했지 않느냐’ 라는 생각들을 떠올리며 버텼다. 아마도 지금의 내 이름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은 순한글말을 가진 이름들이 너무 많아 기쁘기 그지없다. 특히 금난새라는 음악가도 그분의 아버지인 금수현 선생이 지은 이름이다. 금수현 선생은 한국학회에서 활동하신 훌륭한 분이시다. 지금도 여러 사람들이 순한글말로 이름을 지으며 한글을 알리고 있다.
- 혹 수출품이나 생산품에 한글이름이 사용되고 있는 사례가 있는가.
전혀 쓰지 않고 있다. 동남아나 중국에서 한국 상품의 인기는 대단하다. 특히 베트남에서 한국 전자제품이 큰 인기를 모을 당시 이름이 영어로 표기되어 있어 외국산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오히려 이름 옆에다 한국어 한글자라도 써 넣으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외국에서 자동차도 일본제로 착각할 정도다. 이름을 한글로 써놓았다면 이런 일이 없을텐테 너무나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이 너무나 어이없고 답답하다.
우리의 한글은 모음과 자음이 결합하여 만든 과학적인 글자다. 외국어처럼 한 발음에 여러 소리가 나지 않고, 한 글자에 한 소리만 난다. 쇳소리나 바람소리 같은 경우도 모두 쓸 수 있는 글자가 우리의 한글이다. 외국인들이 발음하기도 좋고, 배우기도 쉬운데 우리는 정작 왜 한글을 표기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 한글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사람은 일단 말이 통해야 한다.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말과 글을 쓸 줄 알기 때문이다. 머리를 쓸 줄 알고 기계를 다룰 줄 아는 것도 말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끼리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용할 때 가장 전달이 잘 되고, 소통이 잘 된다. 그런데 왜 외국어 쓰는 것에 더 치중을 하는가. 그것은 국민통합과 의사전달에 역효과다. 그런데 그게 대단한 줄 착각한다. 다만 지금은 예전과 달라서 교통통신도 발달해 우리가 외국도 많이 가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자주 온다. 때문에 외국어도 잘 하면 더 좋다. 그러나 외국어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우리나라 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한글로 검색어를 입력하더라도 한글문서뿐만 아니라 영문문서나 다른 언어로 된 문서들까지 검색이 가능해진 시대가 온다. 그래서 한글로 번역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런 음성번역기를 우리가 만들어서 수출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러면 세계 어디서나 우리 한글을 직접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나 학자, 연구자, 외교관들은 배워야 하는 언어가 한두 개가 아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시간이 많다고 세계어를 능통할 수는 없다. 이런 기계가 있다면 세계 여러곳을 돌아다니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발 빠른 움직임과 기술들이 필요하다.
- 앞으로 계속 한글이 알려지기 위해 또 보존되기 위해 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재 정책은 영어에 2000~3000억 가량 쓰고 있다. 그러나 국어는 100억밖에 쓰지 않는다.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국어와 한글 발전을 위해 예산을 늘려야 할 것이다. 국어사전도 예전에 없다가 우리 한글학회가 만들어서 나오게 된 것이다. 원래는 일본조선총독부에서 만들어진 엉터리 사전뿐이었다.
이에 정책과 지도층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도 나름대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해야 한다. 지금 영어에 너무 치중되어 있다. 그리고 한글도 엉망이다. 국어생활이 잘 되어야 하는데 이해하기 힘든 말도 많이 있다. 빠른 재정립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글역사문화관’을 건립해야 할 것이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탄생지를 찾아서 하나의 성지를 만드는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는 세종대왕의 넋을 기리는데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글의 근본인 세종대왕의 정신을 가다듬고 학문을 되새기는데 주력해야 한다. 한글역사문화관을 만들면 한글의 의의와 깊이를 깨닫고 세계에 널리 그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 머지않아 그 윤각이 들어날 것이라 믿는다. 이에 ‘한글역사문화관건립추진 위원회’를 오는 8일에 추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