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글 더 좋아하는 사대 행태 각성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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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자들이 어찌 우리 말 죽이기에 앞장서 날뛸 수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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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중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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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나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이 중에서도 우리끼리의 일상적인 대화나 모임에서도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를 되도록 많이 섞어 쓰는 같잖은 인간들이 있다. 그래야만 많이 배운 지식인으로 예우받겠지 하는 생각에서 그러는지, 아니면 이런저런 깊은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말하는 자의 얼이 빠져버린 상태라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돼먹지 못한 짓이다. 늘 말하지만 말이란 것엔 그 민족의 얼과 역사가 담겨있는 것이다. 때문에 말이 없어지고 나면 민족의 얼도 역사도 모두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째서 스스로 얼과 역사를 부정하는 짓만 골라하는 무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나. 우리 말은 세계 그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말보다도 섬세해서 정확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참으로 뛰어난 말이다. 한 가지만 예를 들겠다. “붉다”는 말 하나만 해도 “빨갛다” “발갛다” “벌겋다” “뻘겋다” “시뻘겋다” “새빨갛다” “붉디붉다” “볼그스레하다” “붉으래하다” 등등 다른 어느 나라 말보다도 풍부하다.. 이렇듯 아주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좋은 우리 말을 두고 굳이 외국어를 하나라도 더 쓰려고 하는 자들을 보면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다면 몰라서 그런다고나 하지만 배울 만큼 배워 내로라하는 학자나 지성인임을 자처하며 사회지도급 인사인양 행세하는 자들이 앞장서 그따위 얼빠진 짓을 하고 있으니 더욱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상은 학벌이나 세대간의 차이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다. 정신이 똑바로 박혀 있다면 누구든 자기 마누라를 굳이 ‘와이프’라고 하지 않을 것이고, 또 무슨 보수 운운하는 조직을 만든다면서, 하필이면 미제의 레이건 지지집단 명칭이었던 ‘뉴라이트’ 란 이름을 그대로 본 따 민족혼을 병들게 하는 간판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집단의 간판뿐 아니라 거리의 간판과 어린이들의 과자 이름, 이런저런 상품의 이름과 상표 등이 모두 그러할 뿐 아니라 그런 것을 계도하고 바로잡아야 할 언론매체들 역시 도리어 문제제기조차도 않고 조장하는 듯한 짓들만 하는 것 등등 일일이 열거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이승만 정권 때부터 어문정책과 사회 분위기가 얼마나 잘못돼 왔으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사회지도층임을 자부하는 자들부터가 우리 말 죽이기에 어찌 앞장서 날뛸 수 있나. 나라가 망하는 것도 여러 가지다. 외적과 싸우다 설령 힘에 부치어 패하게 됐다 하더라도 민족의 얼과 역사가 서려 있는 자국 말을 보존시키는 민족은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쓸개, 간, 다 빼어 던지고 자국 말보다 외국말 더 좋아하며 아부하는 얼빠진 종노릇만 하다가 언제 어떻게 망한 지도 모르게 아주 더럽게 망해버린 민족은 영영 다시 일어설 수 없이 외세에 먹히고 만다는 것을 왜 모르나. 이제라도 우리 말 우리 글을 두고 남의 말, 남의 글을 숭상하면서 민족혼을 죽이는 인간들은 대오각성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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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8 [12:27] ⓒ참말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