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조기교육은 잘못된 실패한 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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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만능주의라는 비교육적 망상 버려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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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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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광화문 종합청사 뒷문에서 한글문화연대와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들 한글단체와 교육개혁시민연대의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모임 들, 40여 시민단체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초등영어수업확대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한 조기영어교육은 잘못된 정책이고, 실패한 정책으로서 확대할 게 아니라 당장 중단해야 할 정책임을 외쳤다. 한글단체와 교육단체가 10년이 넘도록 잘못된 정책이라고 알려주어도 계속 그 짓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한국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거듭 추진할지 의문이다. 어쩌면 나라가 망한 다음에 멈출지 모르겠다.
영어 조기교육은 15년 전 김영삼 정부가 준비도 없이 세계화를 외치면서 시행하다가 나라를 국제투기자본의 경제 식민지가 되게 한 원인 제공 정책으로서 아주 잘못된 정책이다. 초등학교는 우리 국어와 역사, 도덕과 건강 교육을 먼저 잘해서 건강한 국민이 될 국민 기초교육을 중요시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 나라말인 영어를 제 말보다 더 섬기고 중요시하는 얼빼는 교육을 하다 보니 국민정신이 약해지고 겨레 얼이 빠진 교육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나라의 체질이 약하고 근본이 흔들리는 나라이기에 국어와 인성교육을 먼저 잘하고 과학기술 교육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남의 말과 남의 나라 문화를 떠받들게 만들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서 외국어와 외국 문화 이해가 중요하게 되었지만 대책 없이 세계화가 만병통치약인 거처럼 떠들었다. 그래서 국민정신의 그릇인 국어를 흔들어 놓고, 국민이 남의 나라나 우러러보게 되니 나라의 뿌리가 흔들리고 기울어서 국제투기자본의 밥이 된 것이다. 영어 조기교육 시행으로 초등학생만 얼빠지게 한 게 아니라, 나라 전체 분위기가 얼빠진 분위기가 되었다. 너도나도 영어 학원 보내다가 불안하니 돈 많은 사람은 조기유학을 보냈다. 돈이 넉넉지 못한 가정은 사교육비를 벌려고 노래방 도우미로 나가는 엄마도 생기고, 기러기 아빠가 생겨서 가정이 흔들렸다. 그래도 안 되니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영어교육을 한다고 수백, 수천억 원을 들여서 영어마을을 만들었다. 그래도 안 되니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하기도 하고, 영어로 국사와 국어까지 가르치자는 영어 몰입교육 이야기까지 나왔다. 거리엔 영어 간판이 자꾸 늘어나고, 온통 나라가 영어 미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영어를 잘해야 하지만 초등학교부터 가르칠 게 아니라 중,고등학교의 영어 교재와 방법을 개선하고 영어 선생님의 영어 교육실력을 늘리고 봐야 할 일이었다. 또 입시 위주 교육풍토를 실용 교육으로 바꾸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개선 노력은 하지 않고 무조건 어린애들만 사교육 수렁으로 내몰아서 얻는 것보다 부작용과 피해만 키운 실패한 정책이다.
영어만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무조건 어려서부터 영어를 가르치면 좋은 것처럼 선전해서 영어열병을 일으킨 것이다. 여기엔 영어 나라인 미국과 영어로 돈을 버는 관련업자들이 보이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처음 영어조기교육을 한다고 할 때 나는 지금 서울시장인 오세훈 변호사가 진행하는 서울방송 토론에 반대 토론자로 나간 일이 있다. 그때 찬성 토론자로 서울에서 가장 큰 영어학원 업자가 나온 일이 있다. 그분은 그때 토익시험 한국대리점을 땄는데 응시자가 없다고 하더니 영어 조기교육이 시행된 뒤 우리가 세계에서 그 시험을 가장 많이 보는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영어열병은 교육을 망치고 나라까지 멍들게 하는 망국병이다. 그 영어열병이 영어조기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외국어는 무조건 어려서부터 가르치면 좋은 거로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어려서 외국어를 아주 잘하는 애도 어른이 되면 다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외국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부한 사람이 외국어를 잘하고 잘 써먹기도 한다. 이제라도 어렸을 때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서 중, 고등학교에 가서 스스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하는 게 더 좋다. 그리고 중, 고교의 영어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지원해라. 그래야, 영어열병이 치료가 된다.
영어열병은 김영삼 정권이 들게 해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아주 심하게 만든 병이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날 정권이 잘못한 영어교육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지 말고, 영어 조기교육부터 당장 중단하고, 중, 고교 영어 교육환경 개선에 힘써라. 그리고 국어와 역사, 건강과 기술직업 교육을 잘해서 튼튼한 국민과 국가를 만들어라. 영어에 미친 교육 정책을 버릴 때 정권도 신임을 얻고, 국가도 튼튼해진다는 걸 알려준다.
중국이 동북공정 정책을 시행하고,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떠드는 것은 제 말도 지키지 못하고 남의 나라말인 영어나 떠받드는 우리 꼴을 우습게보아서 일어나는 고도의 정치 행위이다. 이런 얼빠진 나라가 오래갈 수 없다고 보고 미리 제 몫을 챙기려고 하는 고도의 침략 행위라고 본다. 한마디로 우릴 깔보고 하는 짓이다. 지금 나라가 힘들더라도 우리 애들을 잘 가르치면 걱정이 없다. 그런데 현재 교육이 잘못되어서 앞날이 더 불안하다. 이제라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정신을 차리고 우리 국민의 몸과 정신을 튼튼하게 하는 교육을 철저히 하길 바란다.
다음은 23일 한글 교육시민단체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교과부는 초등 영어 수업 확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초중등 교육은 국가가 맡아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 지역 편차에 구애됨이 없이, 학생들이 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커가도록 인성 함양과 지식 습득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라나는 세대가 한민족의 정체성을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민주시민으로서 우리나라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정부와 교육자의 기본 책무다. 그러나 2008년 초 ‘영어몰입교육’ 파동에서 드러났듯이, 지금 우리 교육은 기회 균등의 원칙을 잃어버리고 민족 정체성마저 부인하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영어 구사 능력이 마치 생존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전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그 결과로 초래된 것이 끝을 모르는 영어 사교육비 지출 증대와 미국의 창을 통해 우리 생활과 세계를 해석하는 정체성의 혼란이다. 비록 국민의 광범위한 저항에 부딪쳐 영어몰입교육 정책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정부 고위 관료들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의 영어 수업 시간을 지금의 주당 1시간에서 주당 3시간으로, 초등 5~6학년은 지금의 주당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려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하여 ‘연구 프로젝트 수행(4월~7월), 공청회 개최(7월 말~8월 초), 교육과정심의회 심의(8월)’라는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업무 추진에 명백히 반대한다. 기자회견문에 명의를 올린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영어는 중국어나 아랍어처럼 하나의 외국어일 뿐인데, 초등 3학년 학생에게 3시간이란 너무 무리한 요구이다. 초등 3학년부터 영어를 하는 현재,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도 미국식 영어 발음을 자랑스러워하는 현상이 보편화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국민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하는 교육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자신의 말과 글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교육적 분위기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애국심은 점차 약해질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나라발전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초등영어교육 강화로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은 폭등할 것이다. 특히 회화와 발음 중심의 교육은 대학출신 학부모의 경우도 자녀에게 이를 잘 가르칠 자신이 없다. 학부모가 도움을 줄 수 없는 교육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사교육비는 자연히 폭등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영어 사교육비로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초등영어강화로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로 더 신음하게 될 것이다. 1997년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이 도입된 이래 초등 저학년뿐만 아니라 미취학 유아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영어 교육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고, 영어 마을을 만들수록 조기 유학생 수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었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 영어 수업을 더 늘리겠다는 것은 이 불길에 부채질하여 학생과 학부모를 사교육비 폭등이라는 불 속으로 옭아 넣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절반 감축, 교육만족 두 배’라는 구호는 ‘사교육비는 폭등하고 학부모의 고통만이 늘어나는’ 현실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5월 25일 내놓은 올 1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도시가구의 가구당 월평균으로 학원이나 과외비에 쓴 돈은 16만4657원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만2319원 보다 15.7%나 증가했다. 이것은 지난 2003년부터 통계청이 가계수지 동향 조사에서 학원과 과외비를 따로 나눠 알아 본 이래 가장 높은 상승폭이었다.
셋째, 영어 교육과 그 밖의 국어 교육을 비롯한 다른 교과목 교육 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영어교육을 중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국어를 비롯하여 다른 교과목은 경시될 수밖에 없다. 이 속에서 ‘영어에 친숙한 가정 혹은 영어 사교육의 기회와 재원을 갖고 있는 가정’의 자녀와 그렇지 않은 아이 간의 편차가 초등학교 때부터 확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학생들의 자기학습능력이 개발되는 나이가 된 후 외국어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 전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때가 있다. 우리 국민들의 지혜와 열정을 모아 지구촌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갈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모국어에 기반을 둔 의사소통능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영어 말하기 능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란 생각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영어교육은 중학교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으며 말하기 교육에 치우쳐서도 안 된다는 영어교육학계의 의미 있는 주장을 경청하여야 한다. 우리는 학생들이 영어사대주의 망상과 무리한 영어 교육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 원래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활동할 것이다. 학교 평가, 수능 평가, 취업 시험에서 영어 시험의 비중을 낮추고, 중등 교육에서 영어 교육 수준을 낮추는 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모든 국민들이 넉넉한 마음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 우리의 요구 - □ 정부는 초등 3~6 학년 영어수업시간을 늘리려는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라! □ 한국 교육의 균형을 송두리 채 깨뜨리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영어교육강화팀을 즉시 해체하라! □ 영어회화 만능주의와 영어 만능주의라는 비교육적 망상을 버려라!
2008년 7월 23일
한글문화연대,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운동본부, 동북아평화연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외솔회, 우리말로 학문하기,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움직이는말글문화, 전국국어교사모임, 짚신문학회, 풀꽃세상을위한모임, 한겨레말글연구소, 한국대학교육연구소, 한글사랑운동본부, 한글재단, 한글철학연구소, 한글학회, 한말글문화협회, 한민족문화학회, 홍세화 작가,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학교자치연대, 그린훼밀리운동연합, 남부교육시민연대, 건강사회를위한보건교육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서울교육혁신연대, 원탁토론아카데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 전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 정의교육시민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학벌없는사회,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한국YMCA전국연맹,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총 40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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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8 [08:13] ⓒ참말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