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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글 초안

한글빛 2010. 7. 25. 07:55

한글학회 김종택 회장, 광화문 앞에서 고유제

“세종대왕 등 뒤에 한자 현판이 웬 말인가!”


2010년 7월 22일 낮 12시 정각에 한글학회 김종택(73) 회장이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대통령께 드리

는 청원문’을 바치는 고유제를 지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102년 된 학회의 회장이 왜 삼복더위에 뜨거운 땅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으며 한글단체 대표들이 “세종대왕 등 뒤에 한자 현판이 웬 말인가!”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문화부 청사

와 광화문 과 정부종합청사를 바라보며 광화문 광장을 한 바퀴 돌았는가?


세종대왕 동상 앞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한글학회 김종택 회장


한글단체는 2005년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광화문 한글현판을 떼고 광복 60돌을 맞이해 한자현판으로 바꾼다고 했을 때 “그 한

글현판 자체가 의미와 역사성이 큰 문화재다”라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막았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로서 우리의 자

랑스런 보물이며 새 문화창조의 무기요 도구다. 광화문에 걸린 그 한글현판은 우리의 자긍심이고 새문화창조의 상징으로서 그 자체

가 대단히 의미와 가치가 큰 문화재였다. 그런데 유홍준 문화청장은 군사 독재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글씨라 싫고 아름답지 못

하다면서 정조 글씨체 한문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것도 광복 60돌을 기념하는 뜻으로 바꾼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었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글현판이 자주 독립국가의 상징인데 남의 글자인 한문으로 바꾼다니 정신나간 사람들로 보였다.

 

국민이 반발하고 명분이 안 서니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해서 경복궁 복원 차원에서 광화문을 헐고 다시 지으면서 현판을

 바꾸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현판 글씨는 어떻게 할 것인지 올해 건물이 다 되면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 2월 10 한

글단체는 한글로 써 달라는 건의를 했는데 2월 17일 한글이나 한자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이 "앞으로 문화재위원회 논의를

 거쳐서 결정할 것이다."라고 답변을 하고 그 일주일 뒤인 2월 24일에 한자로 달기로 하고 서둘러 진행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

고 무슨 소식이 있을까 기다리다가 아무 소식이 없어 다시 어찌되고 있는지 건의문을 보냈더니 한자로 바꾸어 달기로 정했으며 10

월 8일에 제막식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현판 원형이 없어 일본까지 가서 흐릿한 사진을 구해 디지털 복제해서 만들 것이라고

 했다.

 

 2월에 우리 건의에  대한 답변을 받았을 때 쯤에 한자로 정한 것이다. 그 때 답변에 며칠 뒤에 논의할 것이라는 것을 숨긴 것이

다. 그리고 왜 하필 한글날에 맞추어 한자현판을 단다는 것인가!  문화재청의 하는 꼴이 기가 막혔다. 우리는 바로 그 결정을 한 문화

재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요구하는 건의를 했다. 그리고 답변이 오지 않고 제막식을 한글날이 아닌 광복절에 앞당겨서 한다고 신문

에 발표했다. 그것도 일제 강제병합 100돌을 기념하고 G20정상회의 때 세계 정상에게 보여주려고 그런다고 했다.

 

떳떳하다면 명단을 알려주지 못할 게 없고, 공개토론에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광화문 한글현판 글씨는 많은 국민이 관심

을 가진 큰 문제이고 한글단체는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로 여기는 것으로서 문화재위원 몇 사람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보아 마지막으로 대통령께 청원문을 보냈다.

 

그리고 한 여름 정오에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광화문과 청와대를 바라보면서 고유제를 지냈다. 대통령과 국민에게 우

리 뜻을 알리고, 세종대왕께 사죄하고, 우리는 끝까지 한자현판을 달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며, 달더라도 떼내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밝히기 위함이었다.

 

1967년 국어운동대학생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께 한글전용법을 지키고 사랑해서 나라를 일으켜달라고 건의하고 그 뜻을 알리는 행

사를 했는데 그 보도를 대통령이 보고 이은상 특보와 한갑수 한글학회 이사에게 자문을 받고 즉시 한글전용 정책을 시행하고 광화

문과 현충사, 영릉, 탑골 공원 들을 단장하고 정비하면서 모두 한글현판으로 달았다. 그 당시 나는 국어운동대학생회 한 대표로서 광

화문 지하도에서 호소문을 돌리고 방송 인터뷰도 한 일이 있다.

 

이 일은 한글을 사랑하고 세종대왕을 존경하는 많은 국민의 소리를 무시하고 원형 복원도 아니면서 기와집만 짓고 한자현판만 달면

 문화재 복원으로 아는 한심한 문화재위원 몇 사람이 결정하게 한 일 자체가 아니었다. 광화문 한자현판은 문화재 복원이란 눈으로

 보기보다 이 시대 새문화를 창조한다는 의미와 눈으로 보고 국가 최고 지도자의 결단해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은 옆에 이은상, 한갑수님 같은 보좌진이 있었고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머리와 가슴을 가졌었다. 이명박 대통령 주위

에도 그런 보좌관이 있고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서 역사에 남을 결단을 내리기를 두 손모아 간절히 비손한다.

 

문화재위원 전원이 한자현판으로 달아야 한다고 찬성했다고 한다. 문화재위원들을 보면 역사와 건축학 전공자들이 주인 거 같다. 한글반포를 반대한 집현전 학자와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의 머리와 가슴으로는 한자현판만 보인다. 한글을 만들고 쓰게 한 세종대왕과 나라를 잃었어도 되찾아 자주문화국가를 만들겠다는 백범의 머리와 가슴을 가진 이들에겐 한글현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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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께 드리는 청원문




나라와 겨레의 번영을 위하여 밤낮없이 애쓰시는 대통령님의 노고에 대하여 마음깊이 감사하며 경의를 표합니다.




드릴 말씀은 새로 짓는 광화문 현판을 세종대왕의 뜻을 받들어 훈민정음체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광화문을 다시 짓는 것은 옛 문화재를 복원하는 뜻도 있지만 자랑스러운 21세기 대한민국 시대의 문화재를 창조하는 뜻이 더 큽니다.




세종로는 이름 그대로 세종대왕의 길이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얼굴입니다. 여기 세종대왕의 등 뒤에 한자 현판을 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하여 노력해 왔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여 최후로 대통령님께 청원서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애쓰시는 대통령님께서 용단을 내리셔서 세종대왕의 큰 뜻을 계승하신 자랑스러운 대통령으로 길이 역사에 남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세종로는 세종대왕의 뜻이 살아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얼굴입니다. 여기에 한자 현판은 어울리지도 않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깊이 살피시어 천만 년 후세에 떳떳한 역사의 주인이 되시기를 거듭 거듭 호소합니다.




                                         2010년 7월 19일




           한글학회 회장 김 종택 드림

 

나라 얼굴에 먹칠하는 광화문 한자 현판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이대로





며칠 있으면 새로 짓는 광화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다. 오히려 우울하다. 왜냐면 문화재청이 그 현판을 우리 글자 한글이 아닌 한자로 써서 단다고 하기 때문이다. 광화문 현판은 지난 40여 년 동안 한글현판이었다. 나는 지난 40년 동안 광화문의 한글현판을 보면서 세종대왕과 한글을 떠올렸고 한없는 민족적 자긍심과 자신감을 얻었다. 나뿐이 아니라 많은 국민이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문화재를 복원한답시고 그 한글현판을 버리고 한자현판을 단다고 한다. 정부가 나라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의 심장이고 광화문은 서울의 얼굴이며 나라의 얼굴이다. 많은 서울시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서울에 오면 광화문과 경복궁을 보고 간다. 중국의 지배를 받던 시대처럼 한자현판을 달면 보기도 어둡고 국민의 가슴도 어두워진다. 새로 짓는 광화문에는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한글과  시대정신을 담아서 한글로 써 달아야 문화재로서 한자보다 가치가 더 있다. 그래야 서울과 이 나라가 빛난다.





며칠 전 한글단체 대표들과 문화재청에 방문하여 한자 현판을 달기로 한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알리고 항의했다. 그 때 문화재청은 “본래 경복궁엔 근정전과 한 두 건물만 있고 폐허와 같았다. 모두 불타서 돌계단이나 석축만 남았고 건물 설계도도 없었다. 그래서 1990년부터 제 모습 찾기를 시작했고 여러 개 건물을 지었다. 옛날에 한자였기에 새로 지은 건물의 현판을 모두 한자로 달았다. 그 복원차원에서 광화문도 한자로 하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우리도 경복궁 정비를 찬성한다. 그러나 우리가 왜 광화문 현판만은 한글로 달자고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문화재위원과 문화재청은 정확한 원형이 없으나 기와집으로 건물만 짓고, 글자는 한자로만 쓰면 문화재 복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일반 국민처럼 한자로 썼었던 것이니 한자로 써야 복원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세종 때 처음 원형이 아닐 바에는 세종정신과 국민의 소망을 담아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 한글로 만드는 일은 단순한 복원을 넘어 새로운 문화 창조요 민족문화 발전임을 상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세종대왕은 경복궁 창건 때 정도전이 지은 正門(정문)이란 처음 이름까지 버리고 光化門(광화문)이라고 바꾸게 했다. 단순히 경복궁의 앞쪽 문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나라와 겨레가 빛날 궁궐의 문이라는 큰 뜻을 담아 이름 자체까지 바꾼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으로 나라를 빛낼 정책을 많이 펴고,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을 만들었다. 세종임금의 이 정신과 업적은 그 뒤 임금들의 표본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세종임금의 그 정신을 이어서 전통 민족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어려운 살림에도 광화문을 새로 짓고 한글현판을 달았던 것이다.





우리 한글단체와 많은 국민이 그 세종정신을 받들고 업적을 이어가고 빛내자고 세종이 만든 한글로 현판을 달자는 것인데 문화재위원들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배우고 아는 게 한자와 기와집 짓는 일이고, 사랑하는 게 한자뿐인 사람들로 보였다. 저들의 한글현판 반대는 훈민정음 반포를 반대한 집현전 최만리 일파의 의식과 똑같아 보였다. 우리도 원형 한자현판이 있다면 떼자고 하지 않겠다. 원형 설계도나 설명서라도 있다면 그러자고 하겠다. 그런데 희미한 사진을 보고 디지털 짜깁기로 만든 것은 원형 복원이 아니라 복제요 모조품일 뿐이다.


 


더욱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국치 100년인 광복절과 외국 정상회의 때 외국 손님에 보여주기 위해서 본래 10월 8일에 제막식을 하기로 한 계획도 버리고 8월 15일로 앞당겨서 한자로 단다는 것도 웃긴다. 자주정신과 자주국가가 소망이고 외국인에게 자랑하려면 한글현판으로 달아야 할 것이다. 한자현판은 처음에 한자였다는 거 말고는 큰 의미가 없지만 한글현판은 경복궁이 세계 으뜸 글자가 태어난 세계 문자 문화 성지임과 우리가 문화민족임을 알려주고, 선진국과 이웃나라에 어깨를 펼 수 있도록 해주는 등 그 의미와 가치가 매우 많고 크다. 아! 날마다 세종대왕 등 뒤에 있는 한자현판을 어떻게 볼 것인지, 외국인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제막식도 계획대로 늦추고, 한글 현판으로 달 것을 배달겨레의 이름으로 강력하게 요구한다.





문화재청은 새로 짓는 광화문 현판을 110년 전 한자 현판 사진을 일본에서 구해다 보고 비슷하게 디지털 짜깁기 방식으로 만들어 달 것이라고 발표했다. 21세기 한글시대에 그런 식으로 만든 한자 현판은 모조품이며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고 역사상 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 국민의 큰 관심사인 광화문 현판 글자를 국민은 무시하고 문화재위원 몇이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도 큰 잘못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왜 그런지 밝힌다.

첫째, 한글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이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한글은 경복궁 안에서 세종대왕이 만들었으며, 광화문이란 이름도 세종대왕이 지었다. 오늘날 한글문화를 꽃피우는 일은 시대사명이고 국민의 꿈이다. 한글시대에 그 광화문을 새로 지으면서 한글로 현판을 달 때 세종정신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문화재로서 한자 현판보다 수천배 가치가 더 크다.


 


둘째,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의 중심이고 서울의 얼굴이다. 앞으로 수천년 뒤에도 우리 후손과 외국인이 찾을 것이고 사진을 찍고 관광을 할 것이다. 한자 현판은 나라의 얼굴과 세종정신에 먹칠할 것이다. 한글 현판은 광화문과 경복궁이 상징하듯 위대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정신이 어린 곳을 보여주는 표시로서 천마디 말보다 상징 효과도 크고, 관광객들을 크게 감동시킬 것이다. 우리가 세계 으뜸 글자를 만든 문화민족이고 문명국가임을 알리는 광고 효과도 대단히 커서 나라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다.


 


셋째, 우리가 왜 광화문 앞마당에 세종대왕 동상을 세웠는가! 세종대왕은 우리 역사에서 한글을 만드는 등 훌륭한 업적을 가장 많이 남긴 분으로서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조상이기에 고마워하면서 그 정신을 되새기고 자랑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세종대왕 등 뒤에 한자 현판을 다는 것은 세종대왕과 한글을 모독하는 짓이다.


 


넷째, 많은 사람이 한글은 훌륭한 글자라고 말하면서 한글이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잘 알지도 못하고 나라에서도 그곳에 아무 표시도 해놓지 않았다. 경복궁 안 어디에도 없고, 경복궁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후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고 인류문화 발전도 거스르는 일이다. 한글 현판이 세계 으뜸 글자가 태어난 세계 문자문화 성지가 경복궁임을 알려주는 알림판이고 표상이 될 것이며 날마다 국민이 보면서 기운을 얻을 것이다.


 


다섯째, 문화재를 복원하는 목적은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외국인에게 문화국가임을 자랑하려는 게 아닌가! 예정보다 앞서 8월15일에 준공하는 이유가 경술국치 100돌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외국인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란다. 외국 정상들에게 세계 으뜸인 제 나라의 글자를 천대하고 남의 글자나 섬기는 못난 나라란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 한글이어야 한다. 외국 정상들이 한자 현판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상상만 해도 낯이 뜨겁다. 차라리 준공을 늦추어라.


 


여섯째, 광복 뒤에 경복궁을 지을 때 이름인 ‘한양’이나 일제강점기 때 이름인 ‘경성’이란 지명을 버리고 왜 ‘서울’이란 우리말 이름으로 바꾸었는지 그 의미를 아는가? 대원군이 광화문을 재건하고, 고종이 우리 글자를 ‘국문’이라 부르고 쓰게 한 뜻이 무언지 아는가? 우리 말글을 살리고 자주국가를 만들려는 시대정신을 담아서 떳떳하게 살려는 움직임이고 표시다. 새로 짓는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다는 것은 오늘 시대정신을 나타내고 국운 상승을 부채질하는 일이다.


 


세종대왕이 오늘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의 동상 등 뒤에 한자 현판을 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한글 현판은 겨레와 나라의 품격과 관광자원 가치를 높여준다. 한글문화를 꽃피게 해서 부강한 선진국을 만들어줄 것이다. 문화재청장은 한자 현판 만들기를 당장 그만하고 세종대왕 때 훈민정음 글꼴로 현판을 만들어 달라! 그래야 나라가 살고 빛난다!





 




 





漢字 명함 받으면 식은땀 흘리는 金대리

한국경제 | 입력 2010.07.23 18:31 | 수정 2010.07.23 21:47 | 누가 봤을까? 20대 남성, 부산





'漢盲 세대' 20~30代 사회 진출

국내외 비즈니스 현장서 '당황'

토익 900점인데 한자실력 최저


무역업체 영업사원 김만수 대리(32)는 명함을 주고받다 식은땀을 흘릴 때가 많다. 업무 특성상 40~50대 사장들을 주로 만나는데 이름을 한자로 적은 명함을 받을 때가 많기 때문.김 대리는 잽싸게 명함을 뒤집어 영어로 적힌 이름을 확인한 뒤 "아! 남승우 사장님!"을 외치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주부 정소미씨(34)는 최근 서예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여섯 살배기 딸의 질문 공세가 두렵다. 한문에 재미를 붙인 딸이 매일 두세 번씩 교재를 들고와 "엄마,이 한자는 뭐라고 읽는 거야?"라고 묻지만 정씨는 아는 한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한자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현재 20~30대들이 사회에 본격 진출하면서 '한자 문맹 세대'의 폐해가 비즈니스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류나 명함에 한자가 조금만 섞여도 독음조차 못해 함께 일하는 부장급 간부들은 "어떻게 기본 한자도 못 읽느냐"며 답답해 한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일하는 김동식 부장(41)은 "외부 미팅에서 부하 과장이 명함에 적힌 한자를 못 읽어 '반대편 저분 성함이 뭐죠?'라고 귓속말을 해왔다"며 "평소 일 잘하던 후배가 갑자기 실속 없는 사람처럼 달리 보이더라"고 말했다.


한자 공백 세대는 6차 교육과정(1992년 10월~1997년 12월)이 도입된 직후 학교를 다닌 이른바 '수능 세대'들이다. 그 전까지 필수교과였던 한문은 1990년대 한글전용론에 밀려 위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노태우정부 시절 조완규 교육부 장관이 만든 6차 과정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김영삼정부의 이명현 교육부 장관이 준비하고 김대중정부 당시 이해찬 장관이 시행한 7차 교육과정(1998년 1월~현재)에서 한문은 교과 재량 활동으로 축소됐다.


그래서 이때 중 · 고교를 다닌 세대는 한자를 제대로 못 배우고 졸업하는 일이 많았다. 일반고 출신 김동환씨(29)는 "고3 때 한문 과목은 있었지만 수능 과목도 아닌데 공부할 이유가 없었다"며 "학교에서 예상문제를 찍어주고 중간 · 기말고사를 치르는 식으로 한문 수업을 받았다"고 말했다.


외고와 과학고 같은 특수목적고는 더했다. 내신은 아예 포기하고 대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교과 과정에 한문이 포함돼 있어도 그 시간에 다른 책을 펼쳐놓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에서 외고를 졸업한 이지혜씨(31 · 여)는 "중 · 고교 때 한자를 거의 안 배웠는데 취업을 앞두고 뒤늦게 공부하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친구 중에 토익은 900점 이상이지만 한자는 빵점 수준인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우리말 어휘의 대부분이 한자어라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도 한자는 중요하다. 중국에 여행 가서 중국인과 수첩에 한자를 써가며 필담을 나눴다는 이야기는 한자를 모르는 세대에는 그야말로 '전설'이다.


특히 최근처럼 중국 비즈니스가 많은 시대에'東方航空(동방항공)'중 '航空'을 못 읽는 수준의 대리,과장급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중국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직원들이 많다. 한 사교육업체의 일본어 강사는 "젊은 사람들이 한자를 몰라서 오히려 일본어를 읽고 쓰는 데 더 난감해 한다"고 전했다.


한자 공백 세대의 부실한 언어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한자교육이 다시 주목받는 추세다.


김근회 홍운서예한문 부원장은 "요즘 대치동 부모들은 꼭 입시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휘력 향상이나 정서 함양 같은 효과에 주목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한문 교육을 시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초등학교에선 2008년 10월부터 한자교육이 부활,900자가량의 기초한자를 가르친다. 일선 군부대에서도 제대를 앞둔 사병들에게 한자 자격증 취득을 독려,응시료를 지원하고 특강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현일/임현우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