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지하철 역 이름을 우리말로

한글빛 2011. 3. 1. 18:18

서울 전철역 순우리말 이름 겨우 18개?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 전철역 이름 가운데 순우리말로 된 역명은 전체의 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따르면 서울 전철역 이름 292개 중 순우리말 역명은 18개로 나타났다.

순우리말 역명은 2호선 2개(뚝섬, 잠실나루), 3호선 1개(학여울), 4호선 2개(당고개, 동작), 5호선 2개(애오개, 굽은다리), 6호선 5개(독바위, 연신내, 새절, 버티고개, 돌곶이), 7호선 4개(마들, 먹골, 장승배기, 보라매), 9호선 2개(노들, 샛강) 등이다. 1호선과 8호선에는 순우리말 역명이 단 1개도 없었다.

순우리말 역명 비율이 이처럼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했던 20세기 초 행정구역명을 대거 한자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일본이 식민통치를 하면서 호적뿐만 아니라 행정구역명까지도 일본식 한자로 바꿔 버렸다"고 말했다.

순우리말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행정당국의 태도 역시 순우리말 역명의 등장을 가로막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순우리말이 역명을 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라며 "이왕이면 순우리말이 좋겠지만 그것이 역명을 결정하는 주요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9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지명위원회(행정1부시장, 행정국장, 국문학, 교통학, 한국사, 향토사, 환경학, '지리학*2'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며 해당지역과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옛 지명, 법정동명, 가로명 등을 역명으로 최종 선정한다.

순우리말 역명이 현저히 적은 수준이긴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4호선 순우리말 역명은 5개지만 5~9호선은 13개다.

5~9호선 순우리말 역명이 많은 이유는 '1~4호선 역명 선점'과 '우리말에 대한 인식 변화'로 분석된다.

1974년부터 1980년대까지 건설된 1~4호선이 지명이나 법정동 이름을 먼저 차지한 탓에 1995년부터 신설된 5~8호선은 옛 지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또 1990년대 들어 우리말을 살리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순우리말 역명에 대한 거부감도 사그라졌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순우리말 역명이 앞으로 더 늘어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구로공단역이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며 "새로 만드는 역 이름이라도 정감 있는 우리 토박이 땅이름을 찾아 써야한다"고 말했다.

da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