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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정부가 만든 엉터리 이동통신기기 한글 입력 표준안

한글빛 2011. 3. 24. 16:14

이동통신기 한글입력 표준 자판 제대로 정해야
학계와 전문가 의견 수렴해 한글의 우수성 알릴 수 있어야
 
이대로
지난 3월 18일 서울 언론회관에서 한나라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하고,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상부,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이 공동 주관한 ‘국민 편의성 향상을 위한 모바일 정보기기 한글 문자판 표준화 추진 제2차 공청회’가 있었다.

공청회에서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은 전문지식이 없는 소비자 여론조사만 토대로 문제가 많은 ‘천지인’ 방식으로 정한 것은 잘못이고, 그 보다 더 좋은 새 방식을 표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또 이번 공청회는 기업 측 이익과 공무원 편의를 위한 요식행위라고 주장했다.

성보경 소비자시민모임 이사는 “소비자시민모임, 전국주부교실중앙회 들 8개 소비자 단체에서 11명을 뽑아 소비자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1000여 명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한 결과 천지인 방식이 좋다는 사람이 가장 많아서 관련 업계 대표들과 합의해 천지인 방식 단일 표준을 제안했다”면서도 “새로운 입력방식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전제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므로 새로운 방식을 개발 또는 기존 방식을 채택하는 데 기술적 검토를 거치는 것이 우선”이라며 “본 제안은 휴대전화 방식 선호도 조사 결과에 의한 것이므로 다른 이동통신기기에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구룡 문자입력기술자협회 대표는 “나랏글 방식은 자음 입력방법이 필기순서와 반대로 되어있고 천지인 방식엔 한글자소가 아닌 기호가 배치되어 있다. 천지인 방식은 유니코드 모음 자소 모두 입력이 불가능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자판 전문가인 송현 한글문화원장은 “지난 날 만든 현행 타자기와 피시 표준자판은 엉터리인데 비전문가들이 졸속으로 제정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이동통신기 한글문자판 표준 작업도 그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지난날 우리 정부가 컴퓨터 한글 입출력 방식을 두벌식 자판에 한글 2350자만 쓸 수 있게 한 완성형 코드를 표준으로 정한 것은 큰 잘못이다. 그런데 또 그런 엉터리 방식과 태도로 이동통신기기 한글자판 표준까지 정하려는 정부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한글은 매우 훌륭한 글자이기에 그 장점 30%만 살려도 우리 정보통신을 이렇게 발전시켰다. 한글은 무한한 글자를 만들 수 있고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세계 으뜸 글자다. 그 장점과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표준을 정해 한글국제음성기호화, 음성인식 컴퓨터와 통번역기 들 여러 정보통신기기 발전에 활용하고 돈도 벌면서 한글을 빛내고 자랑할 수 있어야겠다.

정보통신 시대에 정보통신기기 한글입력 방식 표준을 정하는 문제는 우리 말글과 겨레 운명에 엄청나게 중요한 일인데 언론도 국민도 무관심이다.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 의견만 들을 것이 아니라 한글단체와 정보통신 학자와 기술자 의견을 듣고 제대로 된 방식으로 표준을 정해야 한다. 일반 국민이 잘 모른다고 문제가 많은 방식을 표준으로 정하면 잘한 업적이 아니라 역사의 심판을 받을 일이다.
 
 
<이대로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1/03/24 [13:34]  최종편집: ⓒ 사람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