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는 이 두 일이 이루어지도록 앞장선 사람으로서 남다른 기쁨을 느끼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한글은 앞으로 크게 자랄 새싹인데 중국 은허박물관에 갇혀 있는 갑골문자처럼 박물관에서 잠자는 글자꼴이 되어 더 빛날 길을 찾지 못할까 봐서이고, 한글날은 한글을 빛낼 길을 만들고 다짐할 날인데 하루 쉬고 놀기나 하는 날이 될까 봐서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로 우리의 자랑거리이고 그 쓸모가 끝없이 많고 길이 넓어서 우리가 잘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문화 창조 도구요 무기인데,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과 그 뒤 50여년 동안엔 한글을 쓰려고 애썼지만 연산군 뒤 400여년 동안은 나라글자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고 잘 쓰지 않아서 그 빛이 나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100여년 동안 한글을 살리고 써야 이 겨레와 나라가 일어날 수 있다고 깨달은 분들이 일본제국 강점기 때 한글날을 만들고 한글을 지키고 갈고닦아서 광복 뒤에 우리말, 우리글로 공문서도 쓰고 교과서도 만들어 한글을 배우고 쓰게 되어 온 국민이 제 겨레말을 제 글자로 쓰고 읽을 수 있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빨리 발전하고 우리 자주문화가 꽃펴 ‘한류’라는 이름으로 나라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나라 밖에서는 한글을 알아주는 사람이 늘어나고 외국인들은 한글을 누가, 어디서,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하는데 이 나라엔 보여주고 알려줄 마땅한 곳도 없었다. 우리 국민 중에서는 한글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잘 모르고 고조선 때부터 한글이 있었다느니, 일본 신대문자를 보고 만들었다느니 헛소리를 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이제 그런 헛된 논쟁에 힘과 시간을 빼앗기기보다 어떻게 한글을 잘 이용하고 빛내어 이 나라를 빛낼 것인가에 투자하고 노력을 해야 할 때다.
그런데 정부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고 한자 타령과 영어 섬기기에 힘과 돈과 시간을 바치고 있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나는 한글단체 대표들과 함께 한글역사문화관을 짓고 한글 발전의 중심기지로 만들자고 2009년 한글문화관건립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한글문화관 건물을 짓도록 했는데 문화부는 그 명칭도 한글박물관으로 바꾸고, 그 일을 추진하는 데 한글단체는 빼버렸다. 그리고 본래 건립 취지와 목적을 잃어버리고 옛 헌책과 유물 중심의 전시관으로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한마디로 한글은 셈틀(컴퓨터)과 찰떡궁합인 과학글자로서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고 한글을 잘 써먹으면 우리 삶이 풍요롭고 편리해지며 인류 문화와 문명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으니 한글을 빛낼 중심기지를 만들고 한글 기계화와 한글 과학화, 한글 정보화와 한글 산업화, 한글 세계화에 힘쓰자고 한글역사문화관을 짓자고 한 것이다. 옛날 책도 중요하지만 고문서는 대학 도서관에 두고 학술 연구자료로 쓰고, 한글을 더 잘 써먹을 길을 찾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제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이 되었고 국민들도 한글이 훌륭함을 깨닫고 빛나길 바라고 있다. 한글이 빛나면 우리나라와 겨레도 빛난다. 부디 한글박물관이 이름은 박물관이지만 한글문화 발전의 중심기지, 국민에게 자신감과 긍지를 심어주는 국민 교육장으로 운영돼 한글을 빛내어 힘센 나라를 만들자. 그리고 강대국에 눌려 살지 말고 어깨를 펴고 살자. 리대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