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스크랩] 박정희 대통령께 보내는 건의문 - 1972년 전국국어운동대학생연합회

한글빛 2015. 6. 3. 22:21

박정희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 - 1972

 

저희는 1967년 봄에 떳떳하게 더욱 잘 사는 내일의 내 조국을 이룩하기 위하여 우리 말 전용의 생활화와, 우리말 사랑과, 우리말을 아름답고 곱게 닦아 국민 정서를 순화시키고 바람직한 민족문화를 이룩하며, 외래어를 올바로 받아들여 우리 겨레 얼을 길이 가꾸는데 젊음을 바치고자 모임 전국국어운동대학생연합회 학생들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두 번의 전국 순회 계몽강연회와 세 번에 걸친 [한글전용 생활화]에 관한 여론조사와, 한 번의 맞춤법 재사정에 관한 여론조사, 그리고 해마다 한글날에 덕수궁 세종대왕 동상 앞에 꽃 바치는 자리를 마련하여 우리 말글에 대한 사랑과 국가 발전을 재 다짐하고 고운 이름 자랑하기 등 행사를 가져 196911월에는 문교부 장관 표창까지 받은 바 있는 민족운동 모임입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문교부에 지시하여 75일자 각 일간신문과 방송에 보도된 "일본어 교육 실시 방안"에 대하여 저희들은 작은 의견을 모아 이 건의문을 드립니다.

 

36년간 일본의 식민치하에 말살될 번한 배달문화를 다시 찾고 키우기에 어언 27! 이제는 우리의 문화도 제법 기틀이 잡혀가고, 식민정치하의 일본문화는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긴 하지만, 지금도 간혹 40대 이상의 국민들 중에 일본이 조국인지, 한국이 조국인지, 일본어가 국어인지, 한국어가 국어인지 분간 못할 정도의 문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지난 5일 각 일간신문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 경제, 문화의 교류가 잦아져서

) 일본 자본 투자와 기술협력이 늘어나서

) 일본인 관광객의 수가 증가하여

) 자연과학과 농업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하여

일본어 교육은 불가피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일본문화는 지난 10여년 간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일본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일본 문화를 냉철히 비판해 본 우리는 우선 위의 각 항목을 하나 둘 검토한 뒤, 아래와 같이 뜻을 모았습니다.

 

)- 경제 문화 교류가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로 급격히 증가했지만 그들의 문화와 경제의 원천과 이론의 기초가 서구(미국,독일,영국)학자들의 이론을 종합 일본화하여 공공연히 자기들의 문화, 경제의 원칙인양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며, 그 경제 문화 교류를 위하여 내왕하는 일본인들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구미 각국, 심지어는 중국과의 외교에서 까지,영어를 사용하면서 우리나라와의 외교 석상에선 일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우리로서는 치욕스런 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그들의 그런 경제와 문화를 우리가 받아들이기 위해 일본어 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 일본 자본의 국내 투자와 기술 협력이 늘어난다 할지라도 이에 관계되는 몇몇 적은 인원을 양성하기 위해 모든 고등학교에서까지 일본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그릇된 일이라고 봅니다. 현재 외국어 대학과 국제대학에서 해마다 졸업하는 일본어과 학생들과, 이미 양성화 한 일본어 강습소를 통하여 배출된 인원 외에 더 필요하다면 각 대학에 일본어과를 증설하면 될 일을 어찌 고등학교에서까지 일본어 교육을 실시하여 국력을 낭비하여야 합니까? 일주일에 2 시간을 우리에게 더 필요한 학문을 연구, 습득하도록 한다면 이것이 조국 현대화의 지름길이 아니겠습니까?

 

)- 일본 관광객의 수효 증가는 외화 획득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대학의 관광학과에서 일본어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선정하여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관광에 필요한 인원 외에 고등교육을 받는 전 국민에게 일본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자연과학 과정의 원서는 영어로 쓴 책을 가지고 학문 습득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했다고 하나 그들 과학 기술 교재도 거의 영어 원서를 가지고 공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영어를 통해 학문을 습득 번역한 일본어 책을 보기 위해 일본어 교육을 강요함은 옳지 않습니다. 또 반드시 농업이나 기술분야의 지식 습득에 일본의 서적과 기술이 필요하다면 그 분야의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그 서적을 읽고 연구하여 우리 말글로 기술을 널리 펴고 가르치는 것이 효과 있고 좋은 방법이라 굳게 믿습니다.

 

그런데도 특수한 일부 사람들에게 약간 편리하고 이익이 있다고 고등학교에서 일본어 교육을 실시하게 되면 일제 식민시대 일본어를 국어로 배워 익숙한 40대 이상의 기성인들은 공공연히 생활 속에서 일본어를 사용하고 약삭빠른 상인들이 그들의 상호나 간판에 일본어를 남용함으로써 거리에서 일본어가 범람하고, 일본 문화가 것 잡을 수 없이 밀려들어와 (한 나라의 언어가 그 나라의 민족성과 그 나라의 민족얼, 민족문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

 

첫째 : 간신히 되찾은 우리 민족성을 다시 식민근성으로 물들게 할 것이며

둘째 : 우리 배달 얼은 말살되고 말 것이며

셋째 : 우리 고유문화는 일본문화에 휩싸여 주체성을 잃고 일본화 된 한국이 될 것입니다.

 

또 일본어 교육을 위해서는 한문 교육이 아닌 일본식 한자 교육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게 되고 한자교육과 일본식 한자혼용으로 인한 피해가 엄청날 것입니다. 더욱이 해방 후 차츰 차츰 자라서 70년에 그 열매를 맺은 한글전용 정책이 물거품 이 될 수 가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고등학교 일본어 교육은 절대로 실시해선 안될 성급한 정책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저희들은 [일본어 교육 반대 건의문]을 바치오니 우리 나라,우리 겨레 얼과 자주 문화를 살리기 위해 우리 뜻을 저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197278

전국 국어운동대학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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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위 건의문은 초안으로서 내가 손보기 위해 가지고 있던 것이다. 1965년 한일회담 체결 뒤 친일파들과 일본식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얼빠진 학자들이 일본과 문화, 경제 협력과 교류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일본어 교육을 강조하며 날 뛰는 것을 막기 위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서울대학에서 일본어 교육을 하는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난 평소 우리와 일본과 중국은 피가 섞인 사람들이고 언젠가 더 가깝게 살게 될 것이니 일본어도 아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리가 친구가 되고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려면 지난날 일본이 잘못한 것을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보는 데, 아직 일본은 반성하지 않고 우리 또한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때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1970년 이후 계속 일본에 무역적자였으며 1995년엔 150억 달러였고 올해는 1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니 우리는 뼈 빠지게 벌어서 일본에 바친 꼴이다. 아마 지금까지 수천억 달러를 일본에 바쳤을 것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에서 구제 융을 받게 된 것도 일본이 갑자기 빚을 갚으라고 해서였다고 한다.

 

우리 말글을 살리는 것은 바로 일본으로부터 독립하는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빨리 말글독립을 하지 않으면 다시 일본 의 식민지가 될 것이다.

 

2000. 6. 12 이대로

출처 : 리대로의 한말글 사랑 한마당
글쓴이 : 나라임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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