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스크랩]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회보 [우리말 우리얼] 4호 - 1998년 10월 1일

한글빛 2015. 6. 15. 12:17

전국한자교육연합회에 묻는다

 

                                          하현철 운영위원

 

 

<보기 1>

 

고요하면 맑아지고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보인다.

 

-성철

 

이 글은 한자는 물론 한자말이 하나도 없는 깨끗한 우리 말로 된 글이다. 아는 것이 많은 분은 이처럼 진리를 쉬운 말로 말한다.

 

첫째 질문 : 당신들은 이 글도 지식 수준이 초등학생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 쓴 글이라고 생각하나요?

둘째 질문 : 이 글을 당신들이 말하는 시각성 어휘와 청각성 어휘를 모두 구사해서 국한 혼용문으로 고쳐 쓸 수 있나요?

셋째 질문 : 당신들은 입으로는 한글의 우수성을 말하면서 속으로는 한글을 속된 글(언문)이라고 얕잡아보는, 한자에 중독된 사람들이 아닌가요? 그래서, 한자나 한자말을 쓰지 않으면 짧은 글도 깨끗한 우리 말로는 제대로 쓸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요?

셋째 질문을 모욕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시면 당신들이 쓴 글 <보기 2>를 한 번 더 읽어 보세요.

 

<보기 2>

各 位

ㅇㅇㅇ(국민 여러분께)

바쁘시더라도 國家民族 위하여 꼭 親覽하여 주십시오.

나라 겨레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要約 內容>

내용 요약

經濟危機보다도 더 큰 文化危機가 닥쳐오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문화위기

이번만은 危機未然防備하기 위하여 有志者들이

위기 미리 막기 뜻 있는 분

總團結하여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모두 힘을 모아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에 묻는다

初等學校課程에서부터 한글과 漢字敎育을 철저히 하

초등학교 교육 과정부터 한자교육

國語敎育正常化 것을 政府促求하고자 합니다.

국어 교육 올바르게 할 정부 촉구하려고

우리 世代가 이번 政府에서 반드시 文字政策을 올바

세대 정부 어문정책

樹立하도록 하지 않으면 永遠回復 수 없는 文化

세우도록 영원 돌이킬 문화

危機 것입니다.

위기 맞게 될

참고 1 : 各位000, 국민 여러분께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보내는 글이라면 ‘000이라고 해야 되고, 많은 국민들에게 보내는 글이라면 국민 여러분께라고 해야 예의를 갖춘 말이 된다. 各位諸位 따위는 우리 말이 아니며, 예의에도 어긋나는 말이다.

참고 2 : 親覽하여 주십시오.읽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해야 쉽고도 예의를 갖춘 말이 된다. 왜 국민에게 명령하는 투의 주십시오.’라는 말을 하는가?

참고 3 : 要約 內容내용 요약

하려는 말의 내용을 요약한 글이니까 요약 내용이 아니고, ‘내용 요약이다.

참고 4 : 有志者뜻 있는 분

유지자는 우리 말이 아니다. 나는 이런 말을 처음 듣는다.

참고 5 : 政府정부

한글로 쓴다고 해서 동음이어인 情夫와 혼동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참고 6 : 文字政策어문 정책

세계 어느 나라에도 文字政策이란 것은 없다. 어문 정책이라고 해야 바른 말이 된다.

 

넷째 질문 : 당신들이 쓴 글 <보기 2>를 밑줄을 긋고 고친 것처럼 한글로 고쳐 쓰면 지식 수준이 낮은 사람이 쓴 글이 되나요?

다섯째 질문 : ‘書籍’, ‘頭腦가 나쁜 사람머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하면 지식 수준이 낮은 사람이 쓴 글이 되나요?

여섯째 질문 : ‘視覺性語彙’, ‘聽覺性語彙따위는 도대체 어느 유식한 분이 만들어 낸 말인가요? 한자가 造語力이 뛰어난 글자라고 하지만, 이런 엉터리 말을 함부로 만들어 내어도 되나요?

일곱째 질문 : 다음 한자들을 일본의 대

 

학생들에게 받아 쓰게 하면 평균 몇 점쯤되리라고 당신들은 생각하나요? (약자가 아닌 정자로 쓰라고 하면 아마도 80%에서 90%는 낙제점일 것이다.)

 

觀覽 關聯 聽覺 語彙 蹶起

 

이밖에도 당신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지만, 우선 이 일곱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시오.

 

쉬운 말로도 내 뜻을 남에게 분명하게 전할 수만 있다면, 어려운 말을 하는 것보다는 쉬운 말로 하는 것이 더 좋다. 이것은 진리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런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그 어려운 한자를 가르치지 않으면 문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국민들과 정부를 협박하는 행위는 나라와 겨레에게 저지르, 용서받지 못할 범죄 행위이다.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현 정권이 나라와 겨레의 이익에 배반되는 국한문 혼용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 당신들은 헛된 꿈을 버리고 하던 일을 곧바로 멈추어 우리 말 우리 글을 바로잡는 일에 함께 참여하기를 바란다. *

 

첨부파일 4호.hwp- 파일

 

출처 : 리대로의 한말글 사랑 한마당
글쓴이 : 나라임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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