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06년에 낸 밝힘글 - 영어 조기교육으로 겨레의 뿌리가 썩고 있다.
‘영어 조기교육’에 우리말과 얼의 뿌리가 썩고 있다
이른바 ‘영어조기교육’이 우리 교육과 나라와 겨레를 죽이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꼬부랑 소리를 잘 내게 한다고 어린 아이 혀를 수술하더니 요즘은 나라 곳곳에서 말더듬이와 반벙어리 아이들이 잇달아 나타난다고 한다. 국어와 역사, 체육과 과학 교육 시간이 영어에 밀려 줄고 있다. 영어 유치원에 많은 돈을 들여서 보내고 있다. 겨레의 뿌리가 썩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불나비가 죽는 줄 모르고 불을 쫓아나고 있다.
이제는 땅 위 모든 사람이 한 식구로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제 겨레말로만 살아가기 어렵고, 여러 말을 많이 알수록 좋다. 더 많은 사람과 사귀고 여러 문화를 익혀서 값진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사람만이 아니라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제 나라말을 먼저 잘하고 남의 말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나라의 말을 잘하는 것은 좋지만 다 잘할 수 없다. 사람이 능력과 재주가 다르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마다 환경과 능력과 취미에 따라 어떤 사람은 중국말을, 어떤 사람은 러시아말을, 어떤 사람은 프랑스말을, 어떤 사람은 스페인말을, 열심히 배우고 잘 하도록 해야 한다. 꽃
밭에 한 가지 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꽃이 있으면 좋듯이 개성과 특기에 따라 여러 나라의 말을 각자 잘 하도록 하는 것이 나라 전체로 이익이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자고 미국말에만 매달려 이렇게 날뛰는가! 이것은 미국의 한 주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나라와 겨레의 무덤을 파는 짓이다.
이처럼 우리 무덤 파는 짓을 누가 앞장섰는가? 정부와 기업과 언론이다. 정부는 입으로 세계화를 떠들면서 정책은 미국화만 하고, 기업은 세계시장을 겨냥하면서도 미국말 하는 사원만 뽑고, 언론은 나라와 겨레를 팽개치고 정부와 기업만 따라가며 나팔을 불어댄다. 대통령과 일류 대학 총장, 대기업주, 재벌 언론이 그런다. 힘을 쥔 정부, 돈을 쥔 기업, 말을 쥔 언론이 손을 잡고 국민의 얼을 빼놓으니 누가 견딜 것인가!
정부는 참다운 세계화 정책을 올바로 펴라. 기업은 세계시장을 제대로 겨냥하여 여러 가지 말로 사원을 두루 뽑아라. 방송은 제 이름부터 우리말로 바꾸고 제 길을 찾아라. 무엇보다도 교육부는 영어조기교육 정책을 버려라. 먼저 우리말교육에 시간과 돈을 넣고 힘을 쏟아라. 모국어 뿌리가 튼튼히 내려야 외국어를 더 잘 배울 수가 있다. 영어와 한자만 강조하지 말고 과학과 기술, 체육과 예능 교육에 힘쓰자.
2006년 4월 20일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