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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국민의 정부’ 5년 국어정책 평가

한글빛 2015. 11. 17. 00:32

 

 

 

'국민의 정부’ 5년 국어정책 평가

한자병용에서 영어공용화, 국어정책은 낙제

 
이대로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것을 보니 ‘국민의 정부’라는 김대중 정권이 물러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다음 대통령이 말글 정책을 제대로 펼지 걱정과 함께 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난 5년간 현 정권의 말글 정책 추진을 평가해보고 국민들의 말글살이를 살펴 보련다.

지난 11월 28일 나는 우리 말글살이를 걱정하는 분들과 함께 우리말로 된 회사이름을 버린 KT와 ‘국민은행’이란 우리말 이름은 조그맣게 쓰고 KB란 영문을 크게 써 단 공기업을 상대로 ‘정신 피해 보상 청구소송’을 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미국말글 상호와 간판, 지나친 미국말 숭배 풍조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법에 호소한 것이다. 현 미국말 남용 분위기가 국어 위기를 불러온다고 보고 바로잡기 위해 여러번 말글로 정부와 관련 기업에 호소하고 건의해도 바로 되지 않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나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언제부터 왜 우리 말글이 이렇게 미국말에 밀려 죽게 되었으며, 어쩌다가 우리 말글살이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멀리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뺀 노태우 정권 때에 싹이 터서 영어 조기 교육을 한다고 나선 김영삼 정권 때부터 자란 못된 싹이지만 현 김대중 정권 때 이를 바로잡지 않고 방치해두거나 오히려 조장해서 더욱 심해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5년 동안에 있었던 국어 관련 정책과 사건 몇 가지만 살펴보면 오늘날 느끼는 국어 위기감이 우연스런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첫째, 현 정권은 들어서자마자 한자와 외국어 병용정책을 강행했다. 우리 국어 정책의 근본은 한글 전용이다. 그러나 집권 초기 김종필 총리와 식낙균 문화관광부 장관은 자리잡아가는 한글전용 정책을 더 잘 추진해서 국어 위기를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미국말글과 일본말글 등 외국말을 공문서와 도로 표지판에 병용하겠다고 했다. 일본인과 미국인 등 외국인을 위해서라지만 한글 발전에 찬물을 끼얹고 외국어 열병을 더욱 부채질 하는 일이기에 한글 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여러번 반대시위를 했다. 그러나 현 정권은 듣지 않았고 한글로 만들기로 된 새주민등록증에 이름을 한자로 쓰게 해서 엄청난 나랏돈을 날라가게 했다. 제 나라 정부에 제 나라 말글을 살려달라고 문화인들이 삭발까지 하며 시위한 일은 우리 나라 역사상에도 처음이고 세계에 유래가 없는 부끄런 일일 것이다.

둘째, 준비 덜 된 영어 조기 교육을 강행하면서 영어 공용어 정책까지 추진한 일이다. 영어 조기 교육은 김영삼 정권 때 세계화 바람을 타고 얼렁뚱땅 정한 엉터리 정책이다. 그런데 영어를 가르칠 만한 선생님과 시설도 없는 산간 벽지 학교까지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전국에서 모두 시행한 것이다. 거기다가 정부가 앞장서서 나라 곳곳에 특구를 만들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니 영어 열병은 점점 더 깊어지고 거리엔 영어 상호와 간판이 점점 늘어나는 데 바로 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제 나라 말로 된 회사 이름을 버리고 영문으로 바꾼 사장을 장관으로 등용했다.

셋째, 나라에서 만든 국어 교과서와 표준 국어사전이 엉터리이고 국어 교육이 전보다 소홀하게 되고 있다는 소리가 높은데도 못들은체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국어 위기감을 더 느끼고 한글날을 문화 국경일로 제정해 국어를 살릴 계기로 삼자고 해도 정부가 반대해서 이루지 못하게 만들고 한자검정시험이나 공인해 사교육비 지출을 늘게 하고 있다. 그 나랏말은 그 겨레의 얼이고 겨레 문화 창조의 중요한 무기요 도구다. 국어 교육은 모든 교육의 기초로서 먼저 잘 해야 다른 교육도 잘 되고 문화가 발전하며 그 바탕위에서 경제도 튼튼하게 된다. 그런데 대통령부터 어린 아이까지 국어 교육보다 영어 교육을 더 걱정하고 있다.

위 몇 가지만 봐도 지난 5년 동안은 국어 암혹기였으며 현 정권의 국어정책 평가 점수는 낙제점이다. 뒤늣게 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에서 국어가 위기라는 것을 느끼고 말로라도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고 국어발전계획을 세우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나온 계획안은 국어 위기를 풀기엔 너무 거리가 멀고 정권 말기라 실현 가승성이 적다. 다음 새 정권은 한글날부터 국경일로 정하고 바람직한 국어발전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 말글과 함께 나라와 겨레도 불행하게 될 것이다. / 본지 고문

* 필자는 우리말글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입니다.


기사입력: 2002/12/16 [22:50]  최종편집: ⓒ 대자보

출처 : 리대로의 한말글 사랑 한마당
글쓴이 : 나라임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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