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스크랩] 국어운동대학생회 회지 모음 발간 인사말 - 이대로

한글빛 2016. 5. 20. 14:13

                   

우리는 겨레와 나라를 위해 국어운동 횃불을 들었다.

 

지금부터 27년 전 대학생인 우리들은 우리 말글보다 남의 나라 말글을 더 떠받들고 아껴 쓰는 얼빠진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겨레와 나라를 위해 국어운동 횃불을 높이 들었다. 그 횃불은 우리 겨레와 나라의 앞날을 밝게 해 줄 희망찬 횃불이었다.

 

우리들은 지난 27년 동안 이 고귀한 횃불이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게 하려고 바쁘게 뛰었고, 가슴 조이기도 하고 분노에 떨기도 했었다. 우리들이 바쁘게 뛴 것은 국민들이 우리들의 나라사랑의 참뜻과, 우리 말글의 중요함과 훌륭함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 국민들을 깨닫게 하려고 그랬고, 가슴 조이고 분노한 것은 일제 교육에 길들여진 사대주의 반민족주의자들이 우리들의 국어운동 횃불을 끄려하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27년 동안 우리 국어 운동 길은 우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저들과 싸움 길이었고 고난스런 길이었다. 우리를 이해해 주는 국민들보다 냉대하는 국민이 많았고, 비웃고 헐뜯기까지 하였기 때문이다.

 

4년 전 나는 서울역 앞 대우재단 강당에서 한국어문교육연구회모임이 있다기에 들른 일이 있었다. 그 때 남광우 회장은 한글날이 필요 없다면서 우리 국어운동 대학생회 회원들을 빨갱이 같은 애들이라고 매도하고 있었고 회원이란 이들은 손뼉 치며 호응하고 있었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저런 한심한 이들이 대학 교수요, 학자라고 이 사회에서 행세하고 대접받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며 머지않아 저들의 실상이 국민에게 알려질 것이고 저들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고 믿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았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저들은 정치, 언론, 재벌들과 손을 잡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어 위기의식까지 느끼고 있다. 아직 저들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고 이길 것이다. 우리들은 힘센 나라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한 젊은이들이고 나라 사랑의 뜨거운 정열을 가진 불굴의 투사들이다.

 

27년이란 세월은 짧은 세월이 아니었다. 한 세대가 지나서 그 때 청년 대학생이 어른이 되었고, 그 아들딸들이 대학생이 되었다. 그 동안 어려움을 무릅쓰고 우리 말글 운동을 함께 한 동지들과 지도해주시고 도와준 지도 교수님들과 여러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우리는 누가 알아주거나 댓가를 바라고 국어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깨어있는 젊은 국민으로서 그 도리를 다 한 것이고, 오늘날 나라의 모순과 겨레의 어려움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택한 고뇌의 길이었기에 어려움도 이겨날 수 있었고 보람 있었다고 자부하면서 스스로 위안해본다. 그리고 대학 국어 운동은 어떤 학생운동보다 값지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자료를 정리 분석해 국어운동 학생회 25년사를 만들기로 했으나 자료가 많고 분실될 염려가 있어 1차로 모아진 것으로 자료집을 만들기로 했다. 바쁜 중에도 자료를 모은 강경구 동문회장과 조남철 총무에게 수고 많았다는 인사를 하면서 좋은 역사자료가 되고 후배들 활동에 참고가 되길 바라고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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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 동문회장 이대로   

출처 : 리대로의 한말글 사랑 한마당
글쓴이 : 나라임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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