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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조기교육 반대 원고

한글빛 2005. 7. 4. 03:45
흥사단 토론회 원고 (조기영어교육) 1995-10-12 15:15
카테고리 : 1995년 큰마을 이야기 http://blog.paran.com/hitelplaza/876911
 글출처: 큰마을[plaza] 큰마을
 글쓴이: 김미경[langkim]


*다음글은 1995년 10월 7일, <한국 바른말 연구원>의 주최로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국민학교 국어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조기 영어.한자 교육 정책문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한 내용을
주최하신 분의 요청으로 천리안 큰마을에 싣습니다.

<조기영어교육의 문제점에 관하여>
김 미경


세계화 혹은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놓고 그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정확하고 바른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는 누구와도 교류할
수 없으며, 또한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
국민이 언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은 매우 귀중한
경험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효과적인 외국어교육의
방법으로 교육부가 국민학교에서의 조기영어교육을 선택하였다는
것입니다. 조기영어교육의 찬반론이 15년 이상 엇갈리고
있지만, 그 동안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가 어느
정도 있었는 지, 또 조기영어교육을 위해 준비를 한 것이
하나라도 있는 지 묻기조차 민망합니다. 피상적인 말 싸움과
격렬한 감정적인 대립에만 몰두하다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우리아이들에게 조기영어교육을 시키려고 하는 교육부와
영어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들과 영어학과 국어학을 연구하는
언어학자들은 모두 우리아이들과 국민 앞에서 깊은 반성과
책임감을 느껴야할 것입니다.
본인은 국민학교 1학년과 3 학년이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이며, 국민학교에서 5 학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자원 교사입니다.
세계 제일의 교육열을 가진 학부모들 틈에 끼어있는 학무모로서,
실제로 국민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국민학교 영어교사로서,
그리고 취업을 앞두고 영어 때문에 고생하고 고민하는
대학생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대학의 영어교육의
한계를 이해하고 있는 교육자로서, 저에게 '영어교육'은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우리 현실에서 영어를 국민학교 교육과정의
정규과목으로 채택하여 '조기영어교육'을 실시하면 안된다는
판단을 하게 된 몇 가지 근거에 대해 영어자원교사, 학부모
그리고 영어학자 각각의 입장에서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국민학교에서 영어를 직접 가르치면서 관찰해본 결과,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나 당위성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현실적으로
아직은 국민학교에서 조기영어교육을 실시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조기영어교육의 목표가 없다는 것입니다.
국민학교학교에서의 수업을 위해 모였을 때 너무나 놀라웠던
일은 당장 시작할 영어수업의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민학교 일선에서 교육부에서 구상하는
조기영어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국민학생들에게 영어의 읽기와
쓰기, 말하기, 듣기 중 어느 부분을 강조해서 어느 정도까지
가르치겠다는 계획이 없습니다. 국민학교의 영어과정을 중학교
과정과는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 지에 대한 계획은 더더욱
없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외국인을
만났을 때 간단한 인사나 회화 를 할 수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어른들이
우리아이들에게 바라는 것도 외국인을 만났을 때 주눅들지 않고
영어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도록 자신감과 간단한 영어 지식을
가르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영어 때문에 고생해 본
어른들이 자신의 한풀이로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잘못된 기대일
뿐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학교 아이들이 외국인을 만나
영어로 대화해야 할 상황이 1년에 몇 번이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우리에게 영어는 제 2의 모국어일 수 없습니다.
영어는 우리에게 외국어이고, 우리아이들이 영어로 멋있게
누구나와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의 영어교육의 목표가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됩니다. 바른 목적과 목표없이
우리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우리아이들의 정신과
국어생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영어교육도 망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국민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영어교재가 없다는 것입니다.
교육부에서 마련한 교재는 국민학교 특활영어를 위해
교육개발원에서 만든 '영어 배움책'이라는 책 한가지
뿐이었습니다. 영어교사중에 이 책이 국민학교 영어교재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우리가 잘 못되었다고 비난해온 옛날 중학교 교재를
축소해 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이 책으로
가르쳐 보았는 데, 아이들은 이 책을 너무 지루하게
느꼈습니다. 지금은 윤선생 영어라는 사기업에서 만든 교재를
쓰고 있습니다만, 이 책 또한 적당한 교재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기는 40명 내지 50명이 되는 국민학생에게 일주일에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의 수업으로 외국어를 교육 시켜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교재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중에 개인 출판사와 사기업체에서 내 놓은
어린이용 영어 교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교재를은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 혹은 일본에서 만든 교재를 그대로 복사한
것일 뿐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고려해서 우리아이들에게 맞게
개발된 교재는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교육부의 무책임함과 게으름, 그리고
사기업의 영리성 사이에서 이용당하고 있을 뿐입니다.
영어교육이 너무나 중요해서 국민학교 어린아이들에게 까지
영어를 가르쳐야 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바른 영어교육을
위해서 우리만큼 연구하지 않는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국민
전체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 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가 영어교재를 만드는 데 훨씬 더 열심입니다.
조기영어교육을 국민학교에서 부터 하겠다고 발표만 해놓으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는 적당히 교재를 만들어
장사하고, 부모들은 알아서 사교육비를 들여 영어과외를
시키라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영어교육을 국민학교에서 실시할 수 없는 세 번째 이유는
영어교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해외동포 2세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외국인, 그리고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주부들을
활용하겠다고 합니다. 제가 영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미국과
영국에서 거주하다온 자모들이 자원 봉사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모두들 부러워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지내다온 학부형은 미국식 발음과 미국식
어투를 쓰며, 미국식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서 살다온
학부형은 영국식 발음을 하며 영국식이 원래 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어느 쪽으로도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한학기가 지나자 4 사람중 한 사람은 개인 사정으로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하여서, 아이들은 몇달 만에 선생님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의욕이나 지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일정한 기술과 연륜이 필요한 것인 데,
학부형들이 가르치는 연한은 길어야 1-2 년입니다.
이런기간으로는 절대로 훌륭한 영어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교육부는 미국, 호주, 캐나다등에서 외국인 강사를 초빙한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를 안다고,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일반국민이 한국말을 잘
한다고 해서 누구나 외국인에게 한국말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미국인이라고 모두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교육의 대상자가 어린이일 경우에는
영어지식외에 다른 많은 요건들이 필요합니다. 영어교사
자격증이 있는 미국인일지라도 그들이 우리 문화와 한국어의
특징과 한국의 국민학교 교육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영어교육을 할 수
없습니다. 교육부는 어느 수준 이상의 외국인 강사를 초빙할
계획인지, 외국인 강사에 대해 어떤 재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지, 또 교육의 연계성을 위해 그들의 의무적인 체류기간을
어느 정도로 계획하고 있는 지 묻고 싶습니다.
최근에 교육부에서는 97년까지 2000명의 국민학교
영어전담교사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단 2000명의
숫자를 확보하는 것도 큰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어려운 일은 국민학교 영어전담교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이들의 교육을 위한 재원이 확보되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10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학교 5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은 나에게 전혀 다른
기술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현재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의 비능률적인 영어 교육의 원인은 영어선생이
숫자적으로 모자란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오늘의
현실에 필요한 영어를 잘 가르칠 적절한 방법과 교재를 알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현재의 모든 영어교사는 대학교와
중고등학교, 그리고 예비교사를 포함해서 모두 과거문법 위주의
방법으로 영어교육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배운대로 그리고 아는만큼만 가르칠 수 있는 법입니다.
과거의 교육이 비효과적이었다면, 그래서 새로운 내용을 새로운
방법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교사들의 재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기존교사들의 재교육
은 계획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훌륭한 국민학교
영어교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현재 국민학교 영어교육의 현장은 모든
면에서 중학교나 고등학교보다도 훨씬 열악합니다. 정확한
교육목표도 없고, 학생들에게 실시해본 교재도 한 가지 뿐이며,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교사 확보에 대한 실질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시킨다면, 실패했다고 비난 받는 과거의 중고등학교
영어교육보다 훨씬 더 크게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비효과적인 영어교육을
국민학교에까지 연장시킬 수는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조기영어교육을 시킬 수 없는
이유 또한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를 하나만 들면, 교육부와 어른들은
아이들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시간은 어른들이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남아도는 빈 시간이 아니며, 어린이들의 머리 속은
무슨 지식이든 가르쳐서 채워주면 되는 빈 상자가 아닙니다.
10 살 짜리 아이는 10 살에 느낄 수 있는 행복과 즐거움을
누려야 합니다. 내일을 빌미로 아이들의 유년기의 시간과
행복을 빼앗아서는 안됩니다. 지나친, 그리고 잘못 방향이 잡힌
교육열로 인해 우리아이들이 얼마나 혹사를 당하고 있는 지
아십니까 ? 잘 못된 교육열을 뿜어내는 어머니들 또한 심한
스트레스와 잘못된 교육 결과로 인해 얼마나 불행해하고 있는 지
아십니까 ? 혹사당하는 아이와 불행한 어머니 사이에서 함께
불행할 수 밖에 없는 가장의 경제적인 압박을 아십니까 ?
조기영어교육은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아이와 어머니와 아버지,
따라서 모든 국민에게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영역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이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로 괴로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로 인해 고통
받은 경험이 있는 부모는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영어에 대해
스스로 부담을 느끼고, 따라서 아이에게 가장 큰 부담을 줄
것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영어를 배우는 데 들이는 그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우리국민의 생명의 시간을
줄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도
영어가 잘 되지 않아서 영어와 나아가 외국인과 외국문화에
대해 느끼게 되는 우리 국민들의 콤플렉스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자주독립하고 싶은 대한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비애를
금할 수가 없습ㅂ니다. 모든 국민이 영어를 배우는 데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친다는 것은 국력의 낭비이며, 우리
국민의 생명을 단축 시키는 것입니다. 가능한한 적은 시간과
적은 노력으로 학생들이 필요한 만큼의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효과적인 영어교육 방법과 교재를 개발하고, 영어와 외국인에
대해 불필요한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도록 교육의 체계를 바로
잡는 것이 교육부가 해야할 당면과제입니다. 그러나
조기영어교육은 이를 위한 적절한 해결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영어학자로서도 조기영어교육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국민학교 3 학년 아이들은 아직 우리말을 다
익히지 못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한글을 읽을 줄 알고
받아쓰기를 할 줄 안다고 해서 우리말을 다 배운 것이 아닙니다.
3 학년 아이들은 아직 우리말의 맞춤법도 다 알지 못합니다.
또 한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글의
내용의 욧점을 다 이해하지 못합니다. 3 학년의 아이들은
자기의 생각을 우리 말로 조리있게 말하지 못하고, 글로
표현하는 것은 아주 미숙합니다. 또 우리말의 발음규칙도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국어를 배우는 것은 굉장히 긴
시간을 요하는 것으로 국민학교 삼사학년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말로 생각하고 느끼고, 또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정확하고 조리있게 전달하는 것을 이제 막 배우고 있는
우리 어린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어린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피아노나 미술을 배우는 것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모국어를
수단으로 생각하고 느끼며, 성장해 갑니다. 한국 사람은
한국어로 생각하고 느끼며 성장해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과 나아가 국가의
사고력이 저하되고, 우리국민이 감정적으로 풍부하지 못한 삶을
영위한다는 것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또한 인간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서로간의 유대감을 키워
나갑니다. 같은 사투리를 쓴다는 사실 만으로 서로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나, 외국에서 코 큰 외국인과
외국어 속에서 외로워하다가 한국어를 들었을 때 느끼는
안도감과 기쁨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정서입니다. 아직
모국어를 다 알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어설프게 영어를 가르키는
것은 그 어린이의 사고력의 성장과 감정의 성숙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한국인으로서 필요한 동족에 대한
인간적인 유대감을 잃게 만들 것입니다. 이렇게하면 제대로된
영어교육에도 실패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국어생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되고, 이는 어린이의 정신세계와 감정의세계를
모두 망쳐버리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어른이 배우기 어려운 영어를 어린이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배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미신일 뿐입니다. 좋은 교사와 좋은 교재와 적절한 교육
환경 없이는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영어를 잘 배울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영어교육이 실패했다면, 그 이유는 영어공부
시작의 시기가 늦었거나 영어공부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비효과적인 영어교육을 효과적인
교육으로 바꾸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과 투자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조기영어교육을 실시한다는 발표를 하기
이전에 먼저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의 영어교육
환경을 한 번만이라도 성실히 관찰해 보았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우리 영어교육의 실패의 원인이 교육연한의 길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교육 환경에 있다는 것을 쉽게
깨달았을 것입니다. 과거의 문법과 독해중심의 영어교육이
오늘의 현실에 맞지않는 다고 이야기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현재의 대학에서의 영어교육의 방법과 내용은 20년 전에 제가
대학에서 배우던 때와 거의 변하지 않은 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잘못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을
개선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조기영어교육을 시킨다면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도 똑같은 실패를 하리라는 것은 확실한
일입니다. 국민학교의 영어교육 환경이라고 더 낫지 못할 것이
뻔하고, 아무리 국민학교 영어교육이 잘 되어도, 이어지는
중고등학교와 대학의 영어교육이 변하지 않는 한 영어교육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효과적인 영어교육이 중요하다고 발표만 하면 훌륭한 영어교육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효과적인 영어교육을
위한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있어야만 영어교육에도 진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른 외국어 교육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은 바른 우리
말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국어작문 실력의 실상을 아는 사람이라면,
대학생들의 영작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이 전혀 놀라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국어 생활을 제대로 못하면서 외국어를
잘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헛된 욕심입니다. 언어란
각기 문법은 다를지라도, 의견교환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은
동일한 것이어서, 우리말로 언어생활을 잘하는 사람이
외국인과도 의사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준비를 시키기 위한 기초작업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바른 우리말은 가르치는 것입니다. 한글을 읽고 쓰는
것만 가르치면 국어교육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바른 국어 교육을 통해 올바르고 효과적인 언어 생활을 익히고,
또 한국인으로서의 자기 확인과 나라 사랑, 그리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영어를 잘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한국을 사랑할 줄도 모르는 방랑아를 키운다면,
영어교육의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외국어 교육 이전에 우리가
바른 국어 교육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효과적인 외국어교육도
절대로 성공시킬 수 없습니다.

langkim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