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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편지
한글빛
2005. 8. 1. 22:01
아래 글은 12년 전 국회의원에게 보낸 글입니다.
[우리는 영웅주의자나 혁명주의자가 아닙니다]
국회의원님께
안녕하십니까? 무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좋은 일 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실 줄 압니다. 가정에서도 어버이와 아들 딸 들이 서로 대화가 있어야 하듯이 정치 지도자와 국민들 사이에도 많은 대화가 있어야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정치 지도자를 잘 알지도 못하며 비난하던가 따르기도 하고, 정치인이 국민 마음을 모르고 정치를 하는 데, 서로를 위해 또 나라를 위해 불행한 일입니다. 국민도 정치인도 반성해야 될 줄 압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의 생각을 글로 써 보내 드리오니 눈여겨보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먼저 바쁘신 중에도 우리들을 만나 주시고 우리 한글학회의 말에 귀기울여 주신 의원님들께 머리 숙여 고마운 인사 올립니다. 따뜻한 격려의 말씀도 호된 비난도 모두 우리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 못 만난 의원님들께서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그런데 일부 국민과 의원님들이 우리 한글학회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 몇 말씀드릴까 합니다.
먼저 우리말과 한글을 쓰고 빛내자는 우리의 주장을 국수주의자로 보는 일입니다. 국수주의란 자기 나라 문화 문명만 좋고 자기 겨레만 잘났다고 하며 남의 나라 문화 문명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알고 업신여기며 받아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말과 한글을 쓰자고 하는 것은 한글이 우리 것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한글은 일본글자인 가나나 중국글자인 한자보다 좋은 글자이고 로마자보다도 우리말을 적고 배우는데 좋기 때문입니다.
글자는 말을 적는 연모입니다. 글자는 그 말을 적고 쓰기가 편해야 됩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뜻이 통하지 않고 뜻이 통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서로 어울려 살기가 불편합니다. 한자가 남의 글자라서 가 아니라 한자가 한글보다 훨씬 못한 글자이며 불편하기 때문에 한글을 쓰자는 것입니다. 지난번 중동 걸프전쟁에서 훌륭한 전쟁무기를 가진 미국이 이기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화경쟁 무기인 한글을 잘 이용할 때 우리가 빨리 발전하고 극심한 국제사회 문화경쟁에서 이기고 앞서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수주의자가 아니라 합리주의자요 개선주의자입니다.
다음 한글만 쓰자는 우리들은 한자를 배우지도 말고 전혀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한자를 써왔고 우리말에 한자말이 많다는 것도 압니다. 다만 한자를 국어시간에 가르치지 말고 별도 과목으로 공부해 옛 한문책을 읽을 수 있는 기본을 갖추고 번역할 수 있는 한문 전문가를 키우자는 것입니다. 또 한자말이라도 우리말이 된 것은 꼭 한자로 적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버스나 라디오란 외래어를 한글로 적듯이 말입니다.
모든 국민이 한자와 중국 간체자나 일본글자나 영문이나 아라비아 글자 들, 남의 나라 글자와 말을 모두 다 배우고 잘 할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여러 의원님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재주가 있던가 한자를 공부할 기회가 있어 한자를 좀 안다는 어떤 의원은 다른 국민도 자기와 같은 거처럼 생각하며 한자를 많이 쓰자고 했습니다.
일곱 살 때 한문 사서삼경을 읽었고, 옛책을 번역하신다는 어떤 의원님은 국민이 한자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국회의원 명패라도 한글로 써야 한다 시며 한글이 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요물인 것처럼 말하고 우리를 비난했습니다. 또 어떤 젊은 의원보좌관은 처음 국회에 들어와 공문서가 한자로 되어 있어 크게 불편했는데 수년 동안 공부하고 익숙해지니 이제 한글만 쓴 글은 글 같지 않다며 우리의 주장을 비웃었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지금도 모르는 글자가 더러 있어 계속 한자 공부를 하고 있다고 자랑처럼 말했습니다.
일할 시간에 한자 공부를 한다는 것도 그렇고, 국회의원 명패를 계속 한자로 써야 국민들이 그 명패를 읽기 위해 한자 공부를 할 것이라고 한글 이름패가 싫다는 건 한심하고 답답한 일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처럼 일생동안 한자 공부나 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고 밤낮으로 땀흘리며 공장과 거리에서 일해야 살 수 있는 처지입니다.
자기는 한자를 조금 안다고 한자로 써야 읽기 쉽고 이해가 빠르기 때문에 한자를 자꾸 써야 좋다고 하는 것은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요 자기 편의주의이며 반민중 행위라고 봅니다. 한국 국회에서 한국 국회의원이 한국의 글자인 한글 이름패를 쓰겠다는 원광호 의원을 소영웅주의자나 혁명주의자로 보면서 막는 몰상식한 국회 사무처 직원을 그대로 보고 있는 여러 의원님들께 실망했습니다. 우리들은 4.19혁명이나, 5.16혁명을 일으키고 국회의원을 하는 분들과 달리 수십 년 동안 평화롭고 공손한 말글로 우리 한글을 살리자고 주장했습니다.
한자를 섞어 쓴 신문을 읽기 위해서, 일본이 한자를 섞어 쓰니까, 옛 조상이 한문만 썼으니까, 또 한자로 이름을 써야 권위가 서보이고 체면이 서니까 계속 한자를 써야 한다는 의원님이 안 계시길 바라며 빨리 국회가 제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을 기쁘게 할 일을 많이 하시기를 빕니다.
1992년 8월 25일
한말연구회 회장 문학박사 김승곤
한말글사랑겨레모임 공동대표 리대로 올림
[우리는 영웅주의자나 혁명주의자가 아닙니다]
국회의원님께
안녕하십니까? 무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좋은 일 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실 줄 압니다. 가정에서도 어버이와 아들 딸 들이 서로 대화가 있어야 하듯이 정치 지도자와 국민들 사이에도 많은 대화가 있어야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정치 지도자를 잘 알지도 못하며 비난하던가 따르기도 하고, 정치인이 국민 마음을 모르고 정치를 하는 데, 서로를 위해 또 나라를 위해 불행한 일입니다. 국민도 정치인도 반성해야 될 줄 압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의 생각을 글로 써 보내 드리오니 눈여겨보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먼저 바쁘신 중에도 우리들을 만나 주시고 우리 한글학회의 말에 귀기울여 주신 의원님들께 머리 숙여 고마운 인사 올립니다. 따뜻한 격려의 말씀도 호된 비난도 모두 우리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 못 만난 의원님들께서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그런데 일부 국민과 의원님들이 우리 한글학회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 몇 말씀드릴까 합니다.
먼저 우리말과 한글을 쓰고 빛내자는 우리의 주장을 국수주의자로 보는 일입니다. 국수주의란 자기 나라 문화 문명만 좋고 자기 겨레만 잘났다고 하며 남의 나라 문화 문명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알고 업신여기며 받아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말과 한글을 쓰자고 하는 것은 한글이 우리 것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한글은 일본글자인 가나나 중국글자인 한자보다 좋은 글자이고 로마자보다도 우리말을 적고 배우는데 좋기 때문입니다.
글자는 말을 적는 연모입니다. 글자는 그 말을 적고 쓰기가 편해야 됩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뜻이 통하지 않고 뜻이 통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서로 어울려 살기가 불편합니다. 한자가 남의 글자라서 가 아니라 한자가 한글보다 훨씬 못한 글자이며 불편하기 때문에 한글을 쓰자는 것입니다. 지난번 중동 걸프전쟁에서 훌륭한 전쟁무기를 가진 미국이 이기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화경쟁 무기인 한글을 잘 이용할 때 우리가 빨리 발전하고 극심한 국제사회 문화경쟁에서 이기고 앞서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수주의자가 아니라 합리주의자요 개선주의자입니다.
다음 한글만 쓰자는 우리들은 한자를 배우지도 말고 전혀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한자를 써왔고 우리말에 한자말이 많다는 것도 압니다. 다만 한자를 국어시간에 가르치지 말고 별도 과목으로 공부해 옛 한문책을 읽을 수 있는 기본을 갖추고 번역할 수 있는 한문 전문가를 키우자는 것입니다. 또 한자말이라도 우리말이 된 것은 꼭 한자로 적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버스나 라디오란 외래어를 한글로 적듯이 말입니다.
모든 국민이 한자와 중국 간체자나 일본글자나 영문이나 아라비아 글자 들, 남의 나라 글자와 말을 모두 다 배우고 잘 할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여러 의원님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재주가 있던가 한자를 공부할 기회가 있어 한자를 좀 안다는 어떤 의원은 다른 국민도 자기와 같은 거처럼 생각하며 한자를 많이 쓰자고 했습니다.
일곱 살 때 한문 사서삼경을 읽었고, 옛책을 번역하신다는 어떤 의원님은 국민이 한자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국회의원 명패라도 한글로 써야 한다 시며 한글이 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요물인 것처럼 말하고 우리를 비난했습니다. 또 어떤 젊은 의원보좌관은 처음 국회에 들어와 공문서가 한자로 되어 있어 크게 불편했는데 수년 동안 공부하고 익숙해지니 이제 한글만 쓴 글은 글 같지 않다며 우리의 주장을 비웃었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지금도 모르는 글자가 더러 있어 계속 한자 공부를 하고 있다고 자랑처럼 말했습니다.
일할 시간에 한자 공부를 한다는 것도 그렇고, 국회의원 명패를 계속 한자로 써야 국민들이 그 명패를 읽기 위해 한자 공부를 할 것이라고 한글 이름패가 싫다는 건 한심하고 답답한 일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처럼 일생동안 한자 공부나 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고 밤낮으로 땀흘리며 공장과 거리에서 일해야 살 수 있는 처지입니다.
자기는 한자를 조금 안다고 한자로 써야 읽기 쉽고 이해가 빠르기 때문에 한자를 자꾸 써야 좋다고 하는 것은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요 자기 편의주의이며 반민중 행위라고 봅니다. 한국 국회에서 한국 국회의원이 한국의 글자인 한글 이름패를 쓰겠다는 원광호 의원을 소영웅주의자나 혁명주의자로 보면서 막는 몰상식한 국회 사무처 직원을 그대로 보고 있는 여러 의원님들께 실망했습니다. 우리들은 4.19혁명이나, 5.16혁명을 일으키고 국회의원을 하는 분들과 달리 수십 년 동안 평화롭고 공손한 말글로 우리 한글을 살리자고 주장했습니다.
한자를 섞어 쓴 신문을 읽기 위해서, 일본이 한자를 섞어 쓰니까, 옛 조상이 한문만 썼으니까, 또 한자로 이름을 써야 권위가 서보이고 체면이 서니까 계속 한자를 써야 한다는 의원님이 안 계시길 바라며 빨리 국회가 제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을 기쁘게 할 일을 많이 하시기를 빕니다.
1992년 8월 25일
한말연구회 회장 문학박사 김승곤
한말글사랑겨레모임 공동대표 리대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