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영어 때문에 허둥대는 정부, 영어암에 걸린 한국

한글빛 2005. 11. 3. 09:42
영어 때문에 허둥대는 정부

영어 때문에 허둥대는 정부가 한심하다

우리는 미국 식민지도 아니고, 뛰어난 말글을 가진 나라


이대로 [idaero@hanmail.net]

대자보뉴스 http://jabo.co.kr


지난 16일 대통령이 주재한 민·관 합동 ‘포스트 월드컵 종합대책’ 보고회에서 “올 하반기에 경제특구로 지정될 제주도, 김포, 영종·무의·용유도, 송도, 부산 광양만 배후 등 지역에서 한국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인정해 상용화하기로 했다”고 여러 신문이 크게 보도했다. 그 뒤 문화관광부는 김수연 국어정책과장 이름으로 낸 보도 자료에서 “외국인에게 영어 서비스를 하겠다는 말을 확대 해석한 데서 나온 잘못된 보도”라며 제주국제자유도시 설치법안을 보여주었고, 어문단체들에 그런 해명자료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 정책결정 주체인 재정경제부나 총리실 관계자는 “공용화란 말보다 상용화란 말이 더 적합하다”고 해명하고 있어서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상용화는 공용화를 넘어 일상생활에서까지 영어를 쓰게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에서 말글정책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만 빼고 다른 부처와 관계자들이 영어 공용에 찬성하는 듯하며, 경제단체와 일부에서 끈질기게 요구하는 줄 안다. 더욱이 수많은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하늘처럼 여기는 미국이 뒤에 버티고 있다. 국민이 이 문제의 심각함과 중요함을 깨닫고 반대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점차 공용화 쪽으로 기울고, 수십 년이 흐르면 우리말과 겨레는 영영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영어 공용화나 상용화를 반대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말글이 짓밟히고 더럽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운이 융성하기는커녕 기울 것이 뻔하고, 민족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다. 둘째, 영어를 공용어로 하려면 공무원은 말할 것 없고 일반인도 잘 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별다른 전망도 준비도 없이 외국인 좋으라고 주먹구구식으로 밀고 나가는 정책이 어디있나. 남의 말을 공용화나 상용화할 때는 그의 식민지였거나, 제 나라 말이 너무 부실해서 불편할 때인데, 우린 미국 식민지도 아니고, 세계 으뜸가는 말글을 가진 나라다. 셋째, 외국인 투자를 제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를 없애고 국민 교양과 지식수준도 높이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등 먼저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반대 이유가 많다. 그런데 일부 인사나 언론은 정부가 하는 일만 옳게 보고, 반대자들을 “영어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얄팍한 애국심을 내세우는 국수주의자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어떤 이는 왜 쓰겠다는 자유를 막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 나는 우리 정부와 국민이 프랑스나 중국 정도로 줏대 있고 힘이 있다면 행정기관의 영어 서비스 정도는 강하게 반대하지 않겠다. 우리말글을 지키고 빛낼 대비책을 치밀하게 세우고 정치와 행정수준도 부정부패 없이 세계 4강에 오르게 하고, 자주문화 수준과 자연환경도 그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힘쓰면 진짜 외국어를 잘 해야 할 공무원과 기업인과 기술자들에게 특혜를 주어 전문가로 양성해서 외국인 투자자를 힘껏 돕자고 하겠다. 그러나 남남갈등에다 남북전쟁 위험까지 있는 터에, 잘못된 언어정책은 계층분열을 조장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염려된다. 민족사에 엄청난 비극을 가져올 대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서두르다 국민만 혼란스럽게 하고 낭패를 볼 것이므로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 필자는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이며, 본 기사는 한겨레신문 7월 24일자 왜냐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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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한글날을 공휴일을 뺄 때도 한겨레신문 '더불어 생각하며'에 글을 쓴 일이 있는데 여름 서해안 휴가지에서 그 신문을 보았다. 그 때 정부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해 한글날이 지난 11월에 소문도 없이 한글날 공휴일 제외를 결정 해서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그 때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 경제가 살 것이라고 했지만 그 뒤 경제는 더 기울어 국제통화기금의 식민지가 되었고 우리 말글은 그 때 부터 더 외국어에 짓밟히고 죽어가더니 이제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오늘도 한겨레신문에 쓴 글을 서해안 휴가지에서 보게 되니 이상한 인연이란 생각을 하면서 또 정부가 공용어를 하지 않을 듯하다가 한글날이 지난 올 연말 쯤 그 결정을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역사는 반복한다고 했던가? 12년 전 내가 한겨레신문에 썼던 글을 다시 옮긴다. 그리고 정부를 믿지 못하니 우리 말글을 사랑하는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우리 말글을 지키자고 호소한다. 우리 밖에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막지 않으면 우리 말과 함께 배달겨레는 사라질 위기에 처할 지 모르니...

[공휴일 축소와 불신풍조의 진원지]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으뜸빛 이대로

총무처는 지난 5월 초순 노동자들이 노는 날이 많아 회사의 경영이 어려우므로 공휴일을 줄여 달라는 재벌들의 요구에 식목일, 국군의 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하려다가 한글문화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여론이 있어 미루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26일 다시 국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이번엔 '노총'까지 가세한 반대여론 때문에 또 상정을 보류했다. 여론을 받아들여 강행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나, 국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도 없이 반대여론을 무조건 무시하고 임시방편으로 조용하면 그대로 강행하려는 비민주적인 태도가 더 큰 문제라 생각한다.

공개토론 제의 거절

우리 국어운동대학생회와 동문회는 지난 4월 15일과 5월 1일, 5월 17일 세 차례에 걸쳐 한글날 공휴일 폐지의 부당성과 반대 뜻을 청와대와 문화부 등 정부 여러 기관에 건의하면서 공휴일 조정이유에 대해 공개토론 할 것을 제의한바 있다. 그런데 대부분 장관들은 건의내용이 총무처 해당이어서 총무처에 이송했다는 대답이었고, 총무처에선 앞으로 공휴일제도 개선연구 때 참고하겠다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공개 토론 할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나와 달라고 간청했으나 총무처에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키고 논의한 일도, 결정한 일도 없으니 당신들끼리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이미 여러 번 신문과 방송에도 보도된 사실인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신문보도는 거짓이라고 했다.

우리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기로 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보도 또한 사실이 아니란 것을 문서로 답변해줄 것을 또 요청했으나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사정, 여론을 반영해 취소할 것으로 순진하게 믿고 있었는데 지난 7월 26일 다시 국무회의에 상정 시행하려 했던 것이다.

나는 총무처 담당자에게 왜 지난번에 거짓말을 했느냐고 추궁했더니 재벌들과 높은 분들이 하는 일이라 자신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다시 문화부와 총무처장관실에 전화를 해 이에 대해 문의하자 장관비서관으로부터 방금 상정 취소되었다는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으나 지난번에도 속아서 믿을 수 없다며 언제 다시 날치기통과 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높은 분들이 하는 일이니

지금 나라안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믿지 못하여 갈등이 심하고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 사회의 불신풍조가 심해서 학원이 시끄럽고 정국과 경제가 안정이 안 되고 지역갈등 해소와 통일도 어렵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사실인데 이 나라를 이끄는 일부 고위정치 지도자와 재벌들이 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게 하고 국민에게 불신감만 일으키는 일을 거리낌없이 하고 있으니 너무나 한심하고 답답하다.

거리낌없이 거짓말

정부 관리들 또한 힘있는 일부 사람들이나 과격한 행동의 요구는 들어주고, 평화롭고 조용한 국민의 요구는 무시하는 것 같다. 평화스런 건의와 주장을 귀담아 듣고 서로 대화를 진실 되게 해야 하고 옳은 것은 서로가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들의 기득권에 해가 된다고 해서 발전을 위한 당연한 주장을 거부해선 안 된다.

나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한문이나 영어보다 한글을 더 사랑한다. 나는 지난날 한글을 훌륭한 글이라고 나에게 가르치면서도 쓰지 않았던 기성세대의 모순된 행위를 불신하면서 한글을 살리고 쓰는 것이 우리 겨레와 통일에 이롭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다.

공휴일 3일 줄여서 경제성장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불신풍조부터 푸는 것이 더 급하다는 것을 재벌과 정부 당국자에게 말하고 싶다. 〈1990.8.3. 금.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