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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당선인의 인사말, 굿 모닝

한글빛 2008. 2. 4. 17:28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당선인의 ‘굿 모닝’
심히 우려스런 새 정부 언어정책...‘영어식민지’ 막기 위해 힘 모아야
 
이대로 논설위원
 

지난 1월 31일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앞서 인수위원들은 기자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국어 대신“굿모닝(Good morning)”이라고 영어 인사를 건넸다. 회의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도착하기 직전 인수위원들 사이에서는 “오늘도 영어얘기가 나오겠지”라는 목소리가 나왔고, 서로 “굿 모닝” “하우 아 유(How are you)”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이 위원장은 이 당선자가 도착해 승합차에서 내리자 “굿 모닝”이라고 인사를 했고, 이 당선자는 “굿 모닝은 초등학교 1학년이 하는 영어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를 보고 국민의 반응을 보면 “국민 세금을 쓰며 중대한 자리에서 농담이나 하고 놀고 있다. 지금 그런 농담을 할 때인가! 웃긴다. 코미디다. 싹수가 노랗다. 이 당선인이 사람을 볼 줄도 모른다. 새 정부와 나라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거 같다. 영어에 미치거나 얼빠진 게 아니냐? 나라를 이끌 이들이 일반 국민보다 못하다. 근본이 안 되었다. 차라리 내가 정치에 나서야겠다”라는 등 여러 가지로 나왔다. 그리고 인수위원장의 여러 가지 발언에 교육계는 말할 거 없고 일반국민까지도 교육과 나라를 걱정하는 소리가 나라를 뒤흔든다.
 
교육계와 국민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영어 안하겠다는 사람들 (영어) 배우기만 해봐라”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농담이라지만 국민을 협박하는 거 같다. 자신이 일하는 숙명여대 졸업식장에서 영어로 연설을 했는데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단다.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숙명여대에 만든 테솔(TESOL.영어전문교사양성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영어 전문교사 자격을 주겠다고 해서 사범대 졸업생과 영어 교사들까지 들고 있어났다.
 
인수위는 지난 1월 23일에 “영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영어 몰입 교육을 하겠다. 초중등 수업을 영어로 진행할 교사 자격제도를 마련해 매년 3000명을 영어 전담교사로 양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있자마자 사교육관련 기업 주식이 오르고 학원장들이 좋아하면서 표정관리에 땀을 흘린다고 했다. 자신은 굶어도 애들을 영어학원에 보내겠다는 학부모도 나왔다. 이어서 인수위는 “영어문제는 제2청계천식으로 밀어붙이다”고까지 했다. 시민단체와 영어 교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국민이 불안해했다.
 
이런 때에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가 영어 문제를 잘 짚었다. 영어는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이다. 영어 잘하는 나라가 잘 살고, 비영어권에서 영어를 잘 하는 나라의 국민들이 잘 산다”고 인수위를 칭찬했다. 반대하는 사람은 도로에서 역주행하는 자동차로 비교하면서 강력하게 밀고 나가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반대자가 없는 영어교육 공청회를 열고 4조원을 들여서 영어교육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런 꼴을 보면서 온 나라가 영어 때문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내가 아는 이명박 당선인의 뜨거운 지지자인 한 학자는 “나는 일제 말기에 소학교 선생을 했다. 그때 일제는 어린 학생들에게 일본말로만 수업을 하면서 조선말을 쓰면 벌을 주었다. 선생이 어린 학생에게 일본말로 질문을 하면 일본말로 대답을 해야 하는데 모르니 대답은 못하고 서서 오줌을 싸는 것을 보았다”면서 영어몰입 교육이 그 꼴이 될 거라며 반대했다. 또 한나라당 한 정치인은 “반대당이 이번 총선에 이걸 이용하면 우리는 큰 피해를 볼 것이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며 인수위 하는 꼴을 걱정했다.
 
이런 영어 광란에 시민들은 “이경숙 위원장은 테솔(TESOL.영어전문교사양성과정) 선전원 같다. 국무회의도 영어로 할 거 같다. 자신들이 영어로 출세하고 재미를 봤다고 온 국민에게 영어를 강요하고 있다. 영어가 소득을 결정하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든다는 건 생거짓말이다. 영어 식민지로 만들고 있다. 혹시 자기 자식이나 가까운 사람이 영어는 잘하는 데 다른 실력이 없어 취직을 못하는 거는 아닌가? 영어 업자에게 돈을 먹은 거 아닌가? 이번 총선으로 독주를 막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등, 반대 목소리가 대단하다. 이명박 당선자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보도도 있다.
 
얼빠진 영어 섬기기 정책을 막는 길은 행동뿐
 
그러나 이 당선인이나 인수위원장은 이런 국민 반응에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있다. 아니 더 강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민이 많다고 믿고 있고 또 사실이 그렇다. 영어에 완전히 몰입한 저들을 끌어낼 길은 이제 하나밖에 없다. 교육과 국어와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국민이 똘똘 뭉쳐서 얼빠진 저들을 바로 세우고 혼내주어야 한다. 대안을 제시하고 저들을 설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절대로 듣지 않을 것이기에 내가 볼 때는 투쟁밖에 없다고 본다.
 
10여 년 전 영어 조기교육을 강행할 때 바로 잡았어야 하는데 이제 말만으로는 안 된다. 그 때 한글단체만 나서서 막으려 했는데 대다수 국민은 모른 체하다가 이렇게 문제를 키웠다. 두드려 패도 힘들고 멱살을 잡아끌어도 힘들게 되었다. 마음속으로만 걱정하고 말로만 떠들지 말고 행동하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 저들이 하는 짓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설득해서 총선에서 심판하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은 데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하는 지 궁금하다. 이제 어떻게 가르치고 바로 세울 지 의논하고 지혜를 모으자.
 


이대로이대로 <참말로> 논설위원은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중국 절강성 월수외국어대학 한국어과 교수로 재직하며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과 한글과 우리문화의 세계화에 힘쓰고 있다.

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학생회 창립 초대 회장
1990년 한말글사랑겨레모임 공동대표
1994년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회 조직위윈장
1997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2004년 한글날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사무총장
2005년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2008/02/04 [04:49]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