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이대로가 처음 내는 책 소개 = 우리말글 독립운동의 발자취.

한글빛 2008. 9. 25. 11:52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추천사

기독교청년회 명예회장 전택부


나의 자랑스런 학우 이대로 교수가 {배달말 독립운동 발자취―힘센 배달말 만들기}를 펴낸다고 한다.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한글운동 차원에서 조명한 문제작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그런 책을 내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평생 그와 꼭 같은 역사관을 가지고 살아왔기에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늙어 기력도 쇠잔하고 능력에도 한계를 느껴 쓰지 못한 것인데, 이대로 교수가 썼다고 하니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찬사와 추천사를 쓰기 전에 먼저 땅에 엎드려 이대로 교수에게 큰절을 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한글학회가 창립 백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런 뜻 깊은 해에 이른 뜻 깊은 책을 보게 되니 어찌 이것이 범상한 일일 수 있으리오! 다시 한 번 저자 이대로 교수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일찍이 한힌샘 주시경 선생은 1908년 한글학회 곧 국어연구학회를 창설하면서 “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도 망한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무력에 의하여 국토는 빼앗겼지만 말과 글을 보존하면 빼앗겼던 국토도 되찾을 수 있고, 독립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뒤 그 후배들은 일제의 탄압을 쇠하기 위하여 국어연구학회를 조선어학회로 이름을 바꿔가지고 오로지 국어학 연구에만 사력을 다했다. 1926년에는 한글날을 제정했고, 1933년에는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발표했고, 그 밖에 한글큰사전 편찬 등 막중한 사업을 착착 이루어나갔다. 그러다가 1942년 드디어 투옥되어 고난을 겪었다. 학회 회원들은 무력행위는커녕 독립이란 말 한 마디조차 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일제는 그들을 더 무서운 독립꾼으로 보고 한글학회 회원들을 일망타진 투옥했던 것이다.

 

1945년, 8․15 해방이 되자 당시 조선어학회 회장이던 외솔 최현배 선생은 스스로 몸을 낮추어 문교부 국어 교과서 편수국장이 됐다. 그때 만약 한글로 국어 교과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해방도 독립도 모두 다 헛일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아, 이제는 공휴일에서 밀려났던 한글날도 국경일로 되살아났다. 한글은 로마자보다도 우수한 글자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러니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있겠는가? 이제부터는 오직 한글 세상을 위해 돌진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대로 교수는 대학생 때부터 한평생 한글학회를 중심으로 한글을 지키고 살리려는 싸움에 선봉장이었고, 우리말과 우리 얼을 빛내는 일에 앞장섰던 시민운동가다. 최근에는 한글날국경일제정위원회 사무총장으로서 나(한글날국경일제정추진위원회 위원장)와 함께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고 승리의 만세를 불렀다. 이제 국내 국어운동을 넘어 해외에서 외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나섰다. 이일도 잘 할 것으로 믿으며 기대한다.

 

끝으로, 아무쪼록 이 책의 애독자가 많이 생김으로써 {우리말 우리얼}에는 영광, 그 씨들에게는 평화가 있기를 기원한다.

 

2008년 8월 30일, 한글학회 창립 백주년기념식에 즈음하여.

----------------------------------------------------------------

추천사

김수업/우리말교육연구소장



  우리말 살리는 일에 한 삶을 온전히 바친 이대로 선생이 회갑을 넘기고 드디어 삶의 길을 간추린 책을 펴내면서 추천사를 청했다. 겨우 십년 남짓 사귄 벗으로 분에 넘치는 노릇이지만 선생의 삶이 너무도 거룩하고 고마워 벗어날 수가 없다.


  삶의 길을 간추려 책을 펴낸다고 했지만, 이 책은 그저 흔히 있는 한 사람의 삶을 돌아보며 간추린 책이 아니다. 삶의 길이 ‘우리말을 살리겠다’는 참으로 남다른 과녁을 겨냥하여 걸어온 길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은 우리말을 살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서 살았기에 같은 길을 걸어온 벗처럼 지난 십여 년 동안 허물없이 사귀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사람의 삶은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 돈을 벌고 집안을 꾸리며 살았기에 조금도 남다를 것이 없지만, 이대로 선생의 삶은 정녕 남다르다. 어떻게 남다른가는 책을 읽어보면 누구나 곧장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말 살리는 일’에 과녁을 걸고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말에 어떻게든 마음이 걸려 있는 사람이 읽으면 여러 모로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 살리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우리 겨레라면 누가 읽어도 재미와 앎과 깨달음을 함께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도 책을 쓴 이대로 선생이 본디 시골에서 농업학교를 나온 농사꾼이며 농과대학을 마친 농학도인지라, 보고 듣고 생각하고 행동한 바를 꾸밈도 숨김도 없이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시원시원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사람은 말을 어떻게 해야 하며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배울 것이고, 어떤 사람은 말과 글이라는 것이 사람의 삶에서 무슨 노릇을 하는지를 배울 것이고, 어떤 사람은 우리말과 우리글이 얼마나 모진 쓰라림과 가시밭길을 헤치며 오늘 우리에게까지 건네져 왔는지를 배울 것이고, 어떤 사람은 앞으로 우리말과 우리글을 어떻게 아끼고 사랑하며 갈고 닦아야 할지를 배울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한 사람의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고, 보람찬 삶과 헛된 삶이 무엇으로 갈라지는 것인지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고, 스스로의 삶을 곰곰이 되돌아보는 말미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대로 선생은 스스로 자기를 ‘우리말독립운동꾼’이라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다. 우리말이 마치 남의 말 종처럼 서러운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그런 종살이를 벗어던지고 떳떳하게 홀로서기를 하도록 돕는 일에 삶을 온통 걸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내가 지난 십여 년 동안 지켜본 바로서 그의 삶은 이런 부름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아서 나는 속으로 그를 우러르며 지낸다. 세상에는 참된 삶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고, 참된 삶이 무엇인지 마음으로 깨달아도 몸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참된 삶이 무엇인지 깨달아서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내가 보기에 이대로 선생은 마지막 갈래에 드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는 이들도 저마다 참된 삶을 깨달아 살아가는 인연을 얻으시기 빌면서, 이대로 선생에게도 이 책이 남은 삶을 더욱 알차게 영글도록 만드는 기름진 거름이 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