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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죽이고 영어만 살리는 한국 정부

한글빛 2009. 12. 16. 19:15

초등학교 교육과정 국어 시간 배당 축소 문제에 대한 진정서

 

수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발신: 국어교육 관련 00개 학회

 

우리 국어교육 관련 학회들은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의견수렴의 절차도 생략한 채 슬그머니 국어교육과정의 큰 틀을 축소하려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교육과정운영위원회의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새로운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의하면 국어 교과의 3-4학년 배당 시간을 408시간으로 조정하여 놓았습니다. 이는 현행 교육과정의 3학년 국어 배당 시간에서 34시간을 축소한 결과입니다.

 

국어 교과는 학습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도구교과로서 학습의 기초를 다지는 초등 교육과정과 이후의 교육과정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교과입니다. 더구나 국어 교과는 최근 매체 언어 교육의 필요성이 교육과정에 반영됨으로써 교과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초등 3~4학년 시기는 일상적인 의사소통의 수준을 넘어서서 학문적 사고 능력과 직결되는 수준 높은 의사소통 단계로 들어서는 결정적 시기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초등 3~4학년 시기의 국어교육은 교과 교육의 차원을 넘어서서 국가 기초 공공재로서의 국어에 대한 정책적 측면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국어과의 배당 시수를 더 늘리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더욱이 우리 국어교육 관련 학회들은 새로운 교육과정 총론 시안이 사실상 국어 3-4학년의 시수를 줄여 영어 3-4학년의 시수를 늘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 실망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자국어인 국어 교과의 수업 시수를 줄여 외국어인 영어 교과의 수업 시수를 늘리겠다는 발상은 대한민국 공교육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을 위험한 발상입니다. 영어 교육의 정상화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우리 국어교육 관련 학회들은 본말이 전도된 새로운 교육과정의 시간 배당 기준안이 즉각 철회되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새로운 교육과정 총론의 3학년 국어 시간은 학년군을 묶는 과정에서 논의의 절차도 없이 슬그머니 축소되었고 국어교육 학자나 전문가 그룹이 배제된 상태에서 쟁점화 되지도 않은 채 두 차례의 공청회를 거쳤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그룹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허울뿐인 공청회에 무슨 절차적 효력이 있겠습니까?

 

새로운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 국어 시간이 축소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는 지난 12월 1일자로 교육과학기술부에 축소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어교육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건의서를 접수하였으며 한글학회 또한 12월 8일자로 총론 시안의 시간 배당 축소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접수하였습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과정운영위원회는 우리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하지도 않은 채 지난 12월 9일 교육과정 총론의 시간 배당안을 수정 없이 통과시켰으며 이를 토대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12월 23일 이전에 고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에 우리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과정 개정 주체에게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교육과정운영위원회의 구성 현황을 통보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교육과학기술부의 당국자는 특별한 사유도 없이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교육과정은 그 국가의 100년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과정 개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여야 할 교과 전문가 그룹이 배제된 상태에서 중대한 쟁점 사안을 슬그머니 포장하여 제출하여 국어교육 전문가 집단을 포함하여 교육에 관심이 있는 온 국민을 눈을 가렸습니다. 또한 초등국어교육학회 등의 국어 시간 축소안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일언반구의 해명도 없이 무리한 개정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국회의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다음 사항들을 검토하여 주실 것을 긴급히 요청합니다.

 

첫째,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교과 전문가 집단의 의견 수렴 절차는 필수적입니다. 이번 교육과정 총론 시안을 마련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교과 전문가 집단인 국어교육 학자들이 배제된 배경이 무엇인지 긴급히 조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정당한 절차가 배제된 채 무리하게 추진되는 교육과정 개정의 일정은 반드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입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무리한 교육과정 고시 일정에 대해 연기를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국회 혹은 행정부 차원에서 초등학교 3-4학년 국어과 배당 시간 축소와 관련하여 국어교육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의 개최를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 12월 16일

 

나라와 교육을 걱정하는 학회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