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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60대지만 마음은 20대로 사는 삶

한글빛 2010. 2. 21. 05:16

며칠 전 벗들과 함께 택시를 함께 타고 갈 때에 아현동 고개를 넘어가는 데 한 벗이 자신이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살던 집을 알려주면서 그 때 고생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방은 좁고 먹을 것은 없는데 친구들은 찾아오고 고생이 많았는데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나도 학생 때 서울에 올라와서 삼양동 판차촌에서 자취를 하던 이야기, 보문동 독서실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며 고학하던 이야기, 반찬이 없는 도시락을 물에 말아서 먹던 이야기를 하는데 힘이 났습니다. 45년 전 춥고 배고프던 때의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정말 무서운 게 없던 젊은 날이었습니다. 농촌운동, 국어운동, 학훈단 훈련까지 발이 안보이게 날뛰었습니다.

 

그 어려운 때도 살았고, 또 더 힘든 일을 다 해냈는데 지금 이렇게 잘먹고, 좋은 차도 타고 다니고, 살만큼 살았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모두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함께 가던 친구도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떠들다보니 차는 한강다리를 건너 여의도 큰집 앞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제 초저녁에 잠이 일찍 들고, 새벽이면 잠이 깹니다. 글씨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모든 게 젊은 날과 같지 않습니다. 그 때보다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 사는 데도 말입니다. 선배님과 어른들이 들으면 아직 한참인데 무슨 말을 하느냐고 핀잔을 하실 터이지만 진짜입니다.

 

그러나 아직 팔팔합니다. 힘이 납니다. 스스로 채칙질을 해봅니다. 이젠 고삐 말처럼 날뛰진 말자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