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원 임창순 이대로
이 나라의 으뜸 한문학자이시지만 한국 사람들끼리 말글살이는 한글만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하시고 그렇게 실천 하신 어른 청명 임창순 선생님을
1995년 가을에 내 벗이고 한글운동 동지인 서울대 초대 국어운동대학생회 초대회장 이봉원군과 함께 수동면 태동고전연구소로 찾아가 뵌 일이 있습니다.
그 때도 한자단체가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내고 김영삼 정권이 영어조기교육과 한자조기교육을 해야한다고 떠들었습니다.
한글날이 지나고 나니 한글을 힘들게 하는 무리들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힘이 빠졌습니다.
가르침도 받고 마음을 다지려고 청명 선생님께 뵙고 싶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 소개를 한 다음에 뵙고 싶다고 했더니 반갑게 연구소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이봉원 동지와 수동면 태동고전연구소로 가는 날,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렸습니다. 선생님을 찾아뵙고 큰 절을 하고 마주 앉았습니다.
날씨와 그 마을 풍경처럼 조용하고 무게가 느껴지는 어른이었습니다. 제 마음까지도 잔잔해지고 어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 때 선생님께서 "한자를 많이 알면 한자혼용을 주장할 게 아니라 옛 한문책을 한 권이라도 국역해야 하는데..." 라고 말하시며 한숨을 쉬셨습니다. 학자와 정치인들이 하는 짓과 꼴이 우리 말글과 겨레를 자꾸 힘들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국어학자가 아닌 한문학자들이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치고 교과서에 혼용하자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연다고 합니다.
한자를 점점 안 쓰게 되고 한문이 대학 수능 과목에서도 빠진다는 말이 있으니 한문학과와 한문 과목까지도 없어질 판이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밥그릇 챙기기에 허우적대는 그들을 보니 갑자기 청명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청명은 참으로 훌륭한 분이고, 깨끗한 분이고 받들고 따를만한 어른이었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청명 선생님, 그립습니다. 그때처럼 오늘도 제게 힘을 주소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