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에게 보낸 건의문

한글빛 2010. 6. 29. 17:15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님께 드리는 건의문

 

제목 : 국회에 새로 짓는 영빈관의 이름을 우리 말글로 지어주길 바라는 건의

 

먼저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 사무총장장이 되신 것을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저는 17대 국회 때 한글 관련 건의를 드리려고 국회에 가서 뵌 일이 있어 사무총장님이 되셔서 국회에 오신 것이 더욱 반갑습니다. 그리고 지난날 우리 학회를 많이 도와주신 것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한 가지 건의를 드립니다.

 

건의 내용

 

제목 : 새로 짓는 국회 영빈관의 명칭을 우리 말글로 지어주시기 바라는 건의.

 

지난 3월 19일 국회방송에서 “국회 의원동산에 들어설 전통한옥 건립 공사가 오늘 첫 삽을 떴습니다. 앞으로 국회를 방문하는 외빈 접견장소로 활용될 한옥 건물의 이름은 ‘윤중’으로 결정됐으며 12월 중순에 완공될 예정입니다.”라는 소식을 국민에게 알렸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국회에 출입하는 한 분으로부터 “국회가 외국 손님을 맞이할 한옥을 지으면서 그 이름을 일본말 둑의 이름인 '와주테이(わじゅうてい)'의 한자표기 ‘輪中堤’를 그대로 베껴서 ‘윤중(輪中)'이라고 짓는다고 하는 제보가 우리 협회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회 담당자에게 전화로 “1968년에 여의도를 개발할 때 여의도 둑길을 만들고 벚꽃을 심으면서 그 길의 이름을 ‘輪中路’ 지었다가 일본말에서 따온 이름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자 1986년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윤중로''는 각각 ''여의도 서로'' ''여의도 동로'' ''국회 뒷길'' 등으로 고쳐 쓰기로 했으며, 1998년엔 이들 공식 명칭을 새긴 도로명판을 설치한 일이 있는데 국회가 일본 말 명칭을 본 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니 그 담당자는 한자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설명을 물으니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해서 자세한 뜻과 제정 과정을 문서로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 允中(윤중)이란 말은 앞의 論語(논어)에 나온 구절 允執厥中(윤집궐중)에서 따온 말이다. 본디 이렇게 따올 경우 執中(집중)으로 따는 것이 일반적이겠으나, 允(윤)자가 진실함, 신실함, 성실함의 의미를 지니기에 允中(윤중)으로 따오더라도 뜻이 매우 아름답다. 진실한 中庸(중용), 참다운 中道(중도)를 말할 수도 있고, 진실하게 그러한 中道(중도)를 선택하라는 의미도 지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允中(윤중)이란 屋號(옥호)를 제안하였다.”라는 내용의 제안자 설명문을 보내왔습니다.

 

지난 3월 국회 박계동 사무총장은 “ 기공식 때 고유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통 주거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우수성을 전파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이 한옥 ‘윤중’에서 매년 150회 이상 국회를 방문하는 세계 각국 외빈들 접견은 물론 의원 동산 방문객들의 쉼터로 활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 글자인 한글을 가진 나라가 외국 손님에게 우리 전통문화와 우수성을 알린다면서 수천 년 전에 쓰던 중국 글을 본 따서 이름을 짓는 것은 한글시대 흐름에도 어긋나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많은 국민이 일본말 ‘輪中’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며 외국인뿐 아니라 우리 국민도 그 이름을 제대로 이해해고 부르기 힘이 듭니다.

 

몇 년 전 철도청은 ‘대합실’이란 일본 한자말을 ‘손님 맞이방’으로 바꾼 일이 있고, 청와대도 청와대를 방문하는 사람을 맞이하는 곳의 한문 명칭을 한글로 ‘청와대 사랑채’라고 바꾸었으며, 최근에 서울시 퇴계로에 있는 ‘한국의 집’은 한문으로 수십 년 동안 쓴 ‘海隣館’이란 한문 현판을 “외국 관광객들로 하여금 중국과 혼돈된다.”는 여론이 있어 한글로 ‘한국의 집’이라고 현판을 바꾸어 달았습니다.

 

이런 설명을 국회 담당자에게 자세하게 했더니 좋은 한글 이름을 지어보라고 해서 원로 한글학자와 단체장들께서 지은 7개의 이름을 지난 4월 30일에 국회에 보냈는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어 새 국회의장님께 정식으로 건의문을 보냅니다.

 

나라 밖에서는 우리 한글과 우리말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는데 정작 나라 안의 지도층은 그 반대임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번에 새 국회의장님께서 국회 영빈관의 이름 ‘允中齋’을 우리가 추천하는 ‘한가람’이나 ‘한누리’, ‘사랑채’로 가운데 선택하셔서 국회가 우리의 ‘얼 ,말, 글’을 지키고 사랑하는 모범을 보여주시고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자랑해주시길 간곡하게 건의합니다.

 

2010년 6월 21일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이 대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