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깨우는 벽시·벽화 활활 타오르게” | |
노나메기재단 추진위 첫사업 새달부터 투쟁 현장에 걸어 “예술은 변혁하는 힘 있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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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벽시운동’ 주도하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서울 대학로 뒷골목 통일문제연구소 담벼락에 시 한 편이 내걸렸다.
“슬픔이더냐/ 네게 기대어 한없이 울리라/ 그리움이더냐/ 너를 부둥켜안고 담쟁이처럼 기어오르리라/ 아픔이더냐/ 너를 뚫어 문을 내리라/ 절망이더냐/ 너를 허물어 길을 만들리라”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쓴 ‘다시 벽 앞에서’라는 작품이다. 16일 오전 11시30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시인 신경림·홍일선·송경동씨, 화가 신학철·임옥상씨, 그리고 김세균·강정구·김민웅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벽시 걸기 행사가 열렸다. 오는 5월 결성을 앞둔 노나메기 학술문화재단 추진위원회가 그 첫 사업으로 선보인 행사였다. “자본주의 문명은 인류뿐 아니라 자연의 앞날마저 빼앗아 버렸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모든 분야에서 변혁적 몸부림이 필요하고, 특히 예술이 그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예술에는 그런 빛과 힘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벽시운동과 벽화운동이 아울러 일어나야 한다는 말을 50년대부터 해왔습니다. 오늘을 계기로 벽시운동과 벽화운동이 활활 타오르기를 바랍니다.” 노나메기 재단의 정신적 지주인 백기완 소장은 벽시운동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통일문제연구소 운영이 벽에 부닥쳤던 1998년 6월 연구소 담에 ‘한 발자국만 더’라는 시를 써서 붙인 것을 시작으로 2006년 11월까지, 당국의 교묘한 탄압과 주변의 무관심 속에 외롭게 벽시운동을 실천해 왔다. 노나메기 재단 산하에 ‘벽시운동 또아리(모임)’가 생기고 그 첫 사업으로 이날 벽시 걸기 행사가 열리자 그는 자못 상기된 표정이었다. 백 소장은 “벽과 길바닥 같은 모든 빈텅(공간)에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자”는 말로 벽시·벽화운동의 전국적 확산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신경림 시인은 벽시운동의 문학적 의의를 강조했다. “오늘 한국 시의 문제는 아무도 모르는 시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현실과 동떨어진 시를 쓰는 게 풍조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또한 어떤 시인들은 우리말을 훼손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벽시운동이 오늘날 한국 시의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화가 임옥상씨는 “연구소 담의 벽시를 일주일에 한 번씩 갈아 쓴다는 생각이 마음에 든다”면서 “대학로 큰길에서 연구소로 들어오는 입구의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서 벽시운동과 벽화운동이 어우러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벽시운동은 새달부터는 전국의 노동·투쟁 현장을 대상으로 일반에 퍼트릴 예정이다. 이수호·도종환·이학영·한도숙·송경동·임동확씨로 이루어진 ‘벽시 편집동인’은 이를 바탕으로 연말께 벽시 모음을 책으로 내는 한편 현장문학제를 통해 벽시운동의 성과를 나눈다는 계획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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