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사랑하는 국민과 한글단체에 보내는 알림 글]
한글이 태어나고 가장 어려운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일주일 전에 국회 김세연 의원실에서 “김세연 의원, 조순형 의원, 김성곤 의원이 6월 7일 국회에서 ‘한자교육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니 한글단체에서도 토론자를 보내 달라.”고 한글학회로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무슨 내용인지 알아야 참여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겠으니 그 법안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보내왔기에 살펴보니 아래와 같습니다.
이 법안을 제안하는 이유는 “광복 이래 초등 및 중등학교 국어교육에서 한자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 우리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자어에 대한 문해불능자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서,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하는 데에 많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품격 높은 우리말의 사용과 學問 발전을 통한 민족문화의 창달에 막대한 장애가 예상되므로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고 제도적인 한자교육에 대한 요구가 크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고 우리말의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초등 및 중등학교의 한자교육에 대한 중앙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효율적인 한자교육에 관한 교육과정의 개발과 평가 등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데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이법안의 주요 내용은 “ 1)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라 약칭함)는 한자교육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 표준교육과정 등과 관련된 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교육청이 그 시책을 수립, 소요예산의 증액 등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음(안 제3조). 2) 교과부장관은 한자교육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하여 초등 및 중등학교 한자교육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함(안 제4조).
3) 초등 및 중등학교 한자교육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자의 자수, 자형, 필순, 사용빈도, 교재편수 등과 관련된 중요사항을 자문하도록 교과부장관 소속하에 한자교육심의위원회를 둠(안 제5조). 4) 교과부장관은 기본계획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표준한자교육과정 개발 및 평가를 실시할 수 있음(안 제6조). 5) 초등 및 중등학교에서 진행되는 한자교육의 내용․방법과 관련된 표준한자교육과정 개발 및 평가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교과부장관은 한자교육개발원을 설립함(안 제7조). 6) 교과부장관은 한자 교육기관이 표준한자교육과정에 따르는 한자교재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함(안 제9조). “라고 쓰였습니다.
그런데 “제4조(기본계획의 수립 등) ①교과부장관은 한자교육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하여 ‘초등 및 중등학교 한자교육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 한다)을 수립․시행한다. ②기본계획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된다.“면서 ” 1. 표준한자교육 과정 및 프로그램의 개발.
2. 초등 및 중등학교에서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한자 병용교과서의 개발 및 보급. 3. 한자 및 한자어 교육개발단체의 지원. 4. 한자 및 한자어 관련 행사의 개최와 지원. 5. 한자 및 한자어 교육에 소요되는 경비의 지원. 6. 그 밖에 교과부장관이 정하는 사항.“이라고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8조(경비지원 및 보조) ①중앙행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한자교육기관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 안에서 한자교육에 필요한 재정상의 지원할 수 있다. ②중앙행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표준 한자교육에 관한 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관련법인 또는 단체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 안에서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수 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법안은 우리 말글과 교육을 망치겠다는 '한글교육 망치는 법'이고 ‘한국교육 망치는 법’이며 자신들 이익을 챙기겠다는 법입니다. 한자교육단체들이 한자검정시험으로 한 해에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번다고 하더니 그 재미를 계속 보려고 하는 속셈과 한문학과 출신들이 졸업을 하고 갈 데가 없다더니 그 일자리를 만들어 보려는 속셈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또 언어와 글자, 그리고 우리 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일부 국회의원이 한자혼용 단체의 손안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느낌이어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엉터리 법안 토론에 참여한 시간도 뜻도 없다고 김세연 의원실에 알렸습니다.
저들이 말한 것 몇 가지만 살펴봅니다.
1. “초등 및 중등학교 국어교육에서 한자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 우리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자어에 대한 문해불능자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서,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하는 데에 많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두 달 전부터 한글학회는 저들이 내세우는 한자말이 70%라는 것이 얼마나 잘못인지 알려주려고 사전 만들기 전문가인 정재도, 김정섭 선생님을 통해서 표준국어사전에 불필요하거나 우리말이 아닌 중국과 일본 한자말인지 가려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중국과 일본에도 없고 우리가 쓰지도 않는 한자말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한자말은 30% 아래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문해불능자가 급속히 늘어났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광복 바로 뒤가 지금보다 한자말을 더 많이 쓰고, 글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글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억지 부리고 있습니다.
2. 그 법안에 ‘국립국어원’과 같은 ‘한자교육개발원’을 설립하고, ‘국어심의회’와 같은 ‘한자교육심의회’를 둔다고 되어있습니다. 이들은 국어기본법 만드는 것도 반대하더니 이제 예산이 없어 국립국어원과 국어심의회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판에 그 예산을 늘려줄 생각을 안하고, 그 예산마저 빼앗으려고 합니다. 제 4조를 보면 “교과서에 한자를 병용하고, 한자교육 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행사비도 지원한다.”고 되어있으며, 제 9조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자교육과 단체에 예산 지원을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나라 돈으로 한자 교과서와 한자학원과 서당 지원을 돕고 한자바람을 부채질해 검정시험으로 돈을 계속 잘 벌겠다는 기발한 생각입니다.
한자 숭배자들은 지난해 2월 22일에 김세연(한나라당), 조순형(자유선진당) 의원을 앞세워 한자조교육을 하자는 토론회를 국회에서 했고, 올해 2월 22일에는 이강래(민주당), 김광림(한나라당) 의원을 앞세워 한자조기교육을 하자는 토론회를 했으며 많은 국회의원들 지지를 받아 ‘한자교육기본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려고 이번 공청회를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자는 지는 해라면 한글을 뜨는 해입니다. 한자는 죽은 자식과 같다면 한글은 자라나는 어린이와 같습니다. 한글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와 민주주의가 빠르게 발전을 했고, 동남아는 말할 것이 없고 세계 곳곳에서 우리 말글과 문화가 빛나고 있습니다. 한류는 있어도 중국류, 일본류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중국과 일본을 앞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가 우리 말글 발전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다시 최만리를 닮은 무리들이 한자로 한글 발전 발목을 잡으려고 합니다. 한자교육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중, 고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 교육만 잘하면 충분합니다. 한글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시민 여러분! 한글단체는 어떤 국회의원이 한글을 짓밟는데 가담하는 지를 살펴보고 다음 주에 저들의 잘못을 알리는 규탄대회를 하려고 합니다.
저들은 한 해에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한자검정시험으로 돈을 벌어 국무총리 지낸 이들에 이어 국회의원들까지 자기편으로 만들어 한글을 죽이려고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단체는 돈이 없어 그러지도 못합니다. 선열들이 목숨까지 바쳐서 지키고 갈고 닦은 한글을 현대판 최만리 닮은 무리들에게 밀려 죽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믿을 사람은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과 우리 한글단체 스스로뿐입니다. 이제 상대하기로 싫은 자들이지만 마지막 발악이니 우리 손잡고 저 못된 짓들을 막아냅시다. 간절히 호소합니다.
2011년 6월 2일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이대로 올림
한글학회 김종택 회장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법안 철회 권고문을 함께 보내드립니다.
한자교육기본법안’ 철회 권고문
선진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하고 있는 오늘,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자 몸부림치는 시대착오 세력이 있어 깊은 우려와 함께 경고의 뜻을 담아 우리의 견해를 밝힌다.
필요 없어서 안 쓰고, 안 쓰이니 필요 없게 된 한자교육을 억지로 되살리기 위하여 발의한 ‘한자교육기본법안’은 너무도 생각이 모자라고 위험하니 즉시 철회하기 바란다.
“한자교육을 소홀히 하여 한자어에 대한 문해 불능자가 급격히 늘어나서 우리말을 사용하는 데 많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국어교육에서 읽기교육․듣기교육을 더욱 강화할지언정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도 엉뚱하고 터무니없다. 모든 말은 문맥 속에서 쓰이는데, 그 쓰임을 바로 가르쳐야지 단어의 어원을 일일이 밝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은 근본이 잘못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는 영어는 물론 희랍어, 스페인어, 만주어에서 온 말들도 적지 않은데, 그렇다면 그것도 일일이 어원을 밝혀 가르칠 것인가. 예컨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일이 낭패다’ 같은 고루한 말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일이 딱하게 되었다’와 같이 쉬운 우리말을 쓰도록 지도할 것이지 ‘驚愕’, ‘狼狽’ 같은 한자 어원을 가져와서 지도할 것인가. 말의 뜻은 언제나 말소리에 묻어오지 글자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도대체 한자를 몰라서 문해 불능자가 많다는 생각은 너무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광복 이래 수십 년 동안 한자교육을 소홀히 해 왔다고 했는데, 그러면 지금 교육받은 사람들이 모두 ‘문해 불능자’들이란 말인가. 최고의 논리와 지성을 자랑하는 신문의 사설․논설․칼럼에 한자라고는 찾을 수 없는데 그 필자들과 독자들이 모두 문해 불능자들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자교육기본법안’에는 따로 한자교육개발원을 설립하고, 한자 및 한자어 개발 단체의 지원은 몰론, 한자 및 한자어 관련 행사의 개최와 지원, 한자 및 한자어 교육에 소요되는 경비의 지원을 명문으로 내세워 요구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제사에 관심이 있는지 제삿밥에 관심이 있는지 부끄러운 속마음이 너무도 명백히 드러나 있다.
이 시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이 이 따위 법안을 의결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믿으며 법안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
2011. 5. 26.
한글학회 회장 김 종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