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님, 당신이 숨을 거두었다는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고마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난 당신에게 빚진 사람입니다. 내 한글사랑운동을 지지해주고 도와준 분이었습니다. 그렇게 한글단체가 바라고 애쓰던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게 했습니다. 그런데 감사패 하나 못 드렸습니다. 내가 중국 대학에 있을 때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이해 귀국해서 내 책 ‘우리말글 독립운동 발자취’ 출판기념회 때 몸이 불편한 데도 와주었습니다. 그 때 찍은 이 사진이 당신과 마지막 만남이 될 줄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민주투사로만 아는 데 당신은 우리 말글 독립운동꾼이었습니다. 당신은 큰 사람이고 참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당신과 동갑인데 당신 앞에 서면 저절로 작아졌습니다. 아직 우리는 젊고 할 일이 많고, 내 든든한 버팀목인데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다니 당신의 영전 앞에 가서 작별 인사를 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오늘 찬바람이 부는 새벽에 당신이 언젠가 준 목도리를 두르고 올해 마지막 뜨는 해를 바라보면서 해와 내 가슴에 당신을 묻고 당신의 명복만 빌었습니다.
10여 년 전 겨울 당신과 같이 눈꽃열차를 타고 여행하던 일, 당신이 국회본회의장에서 단식농성을 할 때 만나본 일 들들 당신과 좋았던 일과 당신이 힘차게 움직이던 일만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못 다 이룬 당신의 꿈과 정신을 이어 이루도록 힘쓰겠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