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글현판 달기에서 공유가 안 되어 라이영님 방에 와서 공유합니다. 공유가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 세종대왕님께 칭찬 받으려면 ***** 글 : 김 석 (그래픽디자이너, 화가)
<한글의 홍보 및 기초교육>에서 <명조체>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한글의 본 모습은 붓글씨 느낌의 명조체 형태가 아닙니다. 세모, 네모, 원 등이 조합된 형태로서, 삼각자, 콤파스 만으로도 그릴 수 있는 단아하고 기능적인 모습입니다. 또한 <표의문자>인 한자와 달리, <표음문자>라는 점에서도 한글은 영어 알파벳과 비슷한 속성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붓으로 글씨를 쓰는 시대가 아닙니다. 붓글씨체를 근간으로 해서 중국의 명조체, 송조체 등과 비슷한 느낌으로 발전해 온 한글 명조체는 시대와 맞지 않을 뿐더러 중국의 글자체의 느낌을 벗어나려 했던 한글의 독창적인 창제 정신에도 어긋납니다.
<그림 1> 한글을 외국에 소개하는 어느 홍보 사이트에 담긴 명조체. 현대적인 느낌이 아닌 고전적 느낌의 붓글씨체 한글입니다.
<그림 2>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 족> 어린이들을 위한 한글교재. 글자의 뜻과 아무 상관 없는 돌기(serif) 많은 명조체를 사용하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괜한 어려움만 더해줍니다.
<그림 3> 볼리비아 <아이마라 족>에게 한글을 홍보하는 사진. 역시 명조체로 된 교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명조체는 <초성>과 <종성>이 별개의 글자처럼 달라 보이는 경우까지 있어 배우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ㄴ의 경우처럼).
<그림 4> 명조체로 한글교육을 받은 사람이 쓴 볼리비아의 도로 표지판. 한글 명조체의 아무 의미도 없는 돌기부분을 힘들게 따라쓰려한 흔적이 안쓰럽습니다.
<그림 5> 세종대왕께서 돌아가시기 3년전인 1447년에 간행된 <월인천강지곡>입니다. 붓글씨체의 불필요한 멋을 부린 명조체와는 확연히 다르며 <그림 6>의 고딕체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세종대왕께서 돌아가신 뒤 5년 후인 1455년에 간행된 <홍무정운역훈> 등에서 붓글씨 느낌의 명조체 비슷한 글씨체가 처음 등장합니다. 글씨의 모양에서도 은연중에 한자체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며, 또한 붓이 주된 필기도구였던 시대라 역시 붓을 주로 쓰던 중국의 한자체와 자연스레 비슷한 특징들을 갖게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명조체는 태생적으로 붓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필로 한글을 배우는 시대입니다. 한글기초교육 중 특히 <쓰기>에서 명조체를 따라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림 6> 한글기초교육시에 쓰도록 권장하고 싶은 <고딕체>입니다. 연필을 쓰는 초보자들에게 알맞을 뿐 아니라 본래의 한글 모습과 비슷해서 보기에도 간결하고 아름답습니다.
*****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명조체를 굳이 배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명조체는 고딕체보다 <책 본문의 가독성>에 관한 한 형태적으로 유리해서 고딕체보다 약 6.7% 빨리 읽혀지며 책의 페이지수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한글에 익숙한 성인들을 위한 한정된 페이지의 책, 신문 등에 작은 글씨로 조밀하게 쓰일 때는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외국인에게 한글을 처음 소개할 때나 교육할 때, 또는 국내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을 위한 한글 기초교육시에 명조체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교재부터 다시 <고딕체>로 제작되어야 합니다. 또한 <명조체>를 굳이 따라쓰도록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명조체>는 <읽을 때>나 필요할 뿐 <필기를 위한 글자체>가 아닙니다.
한글은 머지않아 알파벳과 더불어 지구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자가 될 것입니다. <세계어>가 될 준비를 좀 더 공고히 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국내외에서 한글의 교육과 홍보에 힘쓰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