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한글날을 경축하자.

한글빛 2013. 1. 16. 11:36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한글날을 경축하자
단순 휴일 아닌 한글과 자주문화 빛내는 날
 
이대로

이제 한글날이 공휴일이 되어서 진짜 국경일답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1990년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빠진 뒤 22년 만의 일이다. 22년 전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뺄 때 그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한글날 국경일 제정운동과 공휴일 되찾기 운동에 앞장선 사람으로서 기쁘고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가 이 일에 앞장 선 것은 하루 더 놀거나 쉬자고 그런 것이 아니다. 한글을 살리고 빛내야 우리 겨레와 나라가 살고 빛나기 때문이다. 한글로 더 잘 사는 나라, 힘센 나라를 만들어 어깨를 펴고 살 밑바탕을 다지자는 것이다. 이제 한글날을 더 뜻 있게 보내고 경축해서 그 꿈을 진짜 이룰 것을 다짐하면서 그 의미를 살펴본다.

한글은 우리 겨레의 보물이며 자존심일 뿐만 아니라 세계 인류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한글이 태어나고 500년 동안 그 훌륭함을 모르고 우습게 여겼다. 그러나 배우고 쓰기 쉬워서 아녀자와 뜻있는 양반들이 씀으로써 그 목숨이 살아 있다가 19세기에 한글과 똑같은 소리글자인 로마자를 쓰는 서양 기독교 선교사들이 한자가 아닌 한글로 성경을 만들어 선교하는 것을 보고 뜻있는 우리 학자와 정치인들이 한글을 살려서 힘센 나라를 만들려고 애쓰기 시작하여 오늘날 이렇게 나라글자로 뿌리 내리고 누구나 즐겨 쓰는 세상이 되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데 아직도 한글을 우습게 여기며 짓밟는 이들이 있어 한글이 몸살을 앓고 있다.

▲ 지난 1월 8일 국무총리가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애쓴 한글단체장들을 초청해 축하모임을 한 자리에서 김종택 한글학회 회장(왼쪽)과 이대로 한글날공휴일추진범국민연합 상임대표(오른쪽)는 김황식 총리에게 고마운 꽃다발을 주었다. 이날 김 총리는 “하루 노는 것보다 그 의미를 되살려 한글을 더욱 빛내자”고 밝혔다.     © 사람일보
19세기 실학자 정약용은 한자로만 글을 썼다. 그뿐이 아니라 많은 조선인들과 정부가 그랬다. 중국의 지배 속에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중국을 섬기는 사대모화사상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때 기독교를 알리려는 외국 선교사들은 한자가 아닌 한글로 성경을 썼다. 그 서양인 가운데 1886년 우리나라 최초 서양식 교육기관인 육영공원 교사로 온 미국인 헐버트는 한글을 일주일 만에 깨우치고 우리 겨레의 우수함을 깨달아서 한글로 조선인을 교육하면 세계 우뚝 서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3년 만에 세계 최초로 ‘사민필지’란 세계지리 교과서를 한글로 만들어 조선인을 교육했다. 또 그는 서재필 주시경과 함께 한글로 독립신문도 만들고 영문으로 한글과 세종대왕의 훌륭함을 알리는 논문을 써서 나라 안팎에 알렸으며 헤이그 밀사로 우리 독립운동도 했다. 고맙고 놀라운  일이다.

그 뒤  고종은 1894년 칙령1호를 발표해 처음으로 한글을 나라글자로 인정하고 ‘국문’이라 부르면서 공문서에 쓰게 했으며 주시경은 1907년 지석영 들 뜻있는 분들과 함께 고종에게 건의해 한글을 갈고 닦아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정부 안에 국문연구소를 만들었다. 또한 주시경은 1908년 세계 최초 민간 말글학회인 국어연구학회(한글학회 처음 이름)를 그의 제자들과 함께 만들고 한글을 갈고 닦기 시작했다. 그러나 1910년 나라는 일본제국에 빼앗기고 1914년에 주시경이 세상을 뜬 뒤 그 활동이 뜸하다가 그 제자들이 다시 조선어학회란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1926년에 한글날을 제정하고 한글맞춤법과 국어사전을 만들어 광복 뒤에 우리 말글로 공문서도 쓰고 교과서를 만들어 자주 문화국가가 될 바탕을 만들어 주었다.

그 때 1942년 일제는 한글을 갈고 닦는 조선어학회 회원과 그들을 도와주는 독립운동가 33명을 불순 독립운동자로 지목하고 함흥 감옥으로 끌고 가서 모진 고문을 해 이윤재, 한징 두 분은 감옥에서 돌아가시기도 했다. 이렇게 목숨까지 바쳐서 한글을 지키고 갈고 닦지 안했다면 광복 뒤에 우리는 조선시대처럼 한문을 쓰거나 일제 강점기에 쓰던 일본글을 쓰거나 아니면 미국 군정 때이니 영어를 쓰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리고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광복 뒤 미국 군정 때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도록 하고 한글 알리기에 힘쓰면서 한글을 가르칠 수 있는 국어 선생들을 양성했다.
 
대한민국을 세운 뒤에도 조선어학회는 이름을 한글학회로 바꾸고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도록 하고 ‘나라사랑 한글사랑’을 부르짖으며 한글을 지키고 살렸다. 일본처럼 한자혼용을 하자는 세력과 50년 동안 싸워 한글 세상을 만들었고, 온 국민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국민 지식수준을 높였다. 그 바탕에서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도 빨리 이루었다. 우리 자주문화, 한글문화가 꽃펴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한글날이 있어 큰 힘이 되었다. 왜정 때 한글날은 한글학자와 독립운동가가 한글을 지키고 살려서 나라독립을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날이었고, 광복 뒤에는 한글을 아는 사람이 없어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온 국민에게 한글을 알리고 쓰게 했다.

이제 왜정 때 한글날을 만든 정신으로 세종대왕과 한글을 지키고 빛낸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한글날마다 모든 학교와 지방자치단체도 경축행사를 크게 하자. 외국인들도 와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관광 큰잔치를 하자. 한글로 이름도 쓰고, 좋은 노래와 시도 짓고 감동스런 극본도 만들어 세계인이 더 열광하게 만들어야겠다. 이제 말로만 한글사랑이 아니라 한글을 써야 한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은 하루 놀거나 쉬자는 것이 아니라, 최고 경사스런 국경일을 더욱 뜻있게 보내어 한글을 빛내어 나라를 일으키고 인류 문화발전에도 이바지하자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래야 한글과 한글날이 빛나고 이 나라가 빛나고 문화강국이 된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기사입력: 2013/01/15 [15:07]  최종편집: ⓒ 사람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