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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쓴 글 - 노무현 정부 이야기

한글빛 2013. 3. 21. 16:42

노무현 정부의 외래어 남용 심각하다
외국말 퍼트리기 앞장서는 정부와 공무원들
 
이대로 
나는 우리 한국인들이  머리가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젠다, 태스크포스, 로드맵, 인프라, 재테크, 시스템 등 보통 한국인이 모르는 외국말이 공무원들 입에서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고 학교에 다니지 않은 사람도 그 말의 뜻은 모르지만 잘 따라서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의 머리가 좋은 것이 탈이다. 너무 많은 외국말을 마구 받아들여 멋대로 쓰기 때문에 우리말이 외국말에 밀려 죽어가고 참모습을 잃기 때문이다. 한 겨레말은 그 겨레의 얼이고 뿌리다. 그리고 그 겨레를 하나로 뭉치게 하고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요 수단이다. 스스로 제 겨레말을 죽여서 겨레 얼의 뿌리를 썩게 하고,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게 해서 그 부작용에 의한 피해가 크니 답답하다. 그것도 일반인이 아니고 그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과 공무원, 학자나 큰 기업인들이 앞장서고 있어서 더 걱정스럽다.

▲ 출처: 하이서울 페스티벌 사무국 홈페이지
지난 5월 6일 한국경제신문은 "새 정부는 외국어 남발 정부인가"란 제목으로 "  노무현 정부 외국어 너무 쓰네. 태스크포스.워크숍.코드.프로세스.로드맵, 클러스터, 아젠다·프로젝트, 등 주요 정책과정에서 남발되는 외국어가 끝이 없다. 고위 당국자들 입에서 이런 용어들이 일상적으로 튀어나오고, 공문서에도 여과 없이 오르내린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제3회 국정과제회의가 열렸다. 고건 총리를 비롯해 '대통령 아젠다'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인 13명의 장관(급)과 배순훈 추진위원장 등 14명의 민간위원이 앞에 앉았고 '국정과제 태스크포스' 팀장인 일부 비서관 등 26명은 뒷줄에 배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거론된 개념은 '핵심 클러스터'(산업 및 지원·연구 집적지역이나 단지). 사전 준비된 동북아 전략 주제발표가 '클러스터에 기초한 경제발전 전략:주요 부처별 현황 및 이슈'였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상대로 한 배 위원장과 실무 비서관의 설명 때도 이 용어는 계속 오르내렸다. 

[관련 기사] 盧정부 외국어 너무 쓰네. 아젠다.태스크포스.워크숍.코드.프로세스.로드맵(한국경제신문 2003. 5. 6)

청와대 비서실의 공식 직제에도 '정책 프로세스 개선 비서관''국정모니터 비서관''국정과제 태스크포스 비서관'이 있다. '워크숍' 정도는 흔한 말이 됐다. 노 대통령이 참석한 지난 3일의 '차관급 공직자 워크숍',이에 앞서 국정과제 워크숍(4월16일)과 장관 워크숍, 비서관 워크숍 등. 과거 정부에서는 '연찬회'란 용어가 많이 쓰였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쓰는 외국어는 다른 부처로 퍼져가고 언론을 통해 온 국민에게 전염병처럼 번져가고 있다. 청와대 직원들은 한국말을 잘 모르는 미국 유학파나 교포이거나 한국말을 우습게 여기는 영어 학원 선생이거나 겨레 얼이 빠진 얼간이란 말인가?. '국정 과제'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국정 아젠다'라고 한단 말인가! 현 정부의 말글에 대한 의식이 위험수위로 보인다. 청와대만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대표격인 서울시도 그 꼴이다. 'Hi Seoul Festival'에다가 'Open your Seoul'이더니 'hi 서울 green 청계천'이라고 영문 섞어 쓰기에 열을 올린다. 며칠 전 서울시는 'Hi Seoul Festival'이란 깃발과 벽보를 거리에 덕지덕지 내걸거나 붙이고 청계천 고가도로 도로 난간에 "posco, SAMSUNG "등 영문 광고 현수막을 가득 걸어 놓고 놀자판, 난장판을 벌인 일이 있다. 외국인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우리 글자를 쓰지 않는 것이 외국인에게 불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서울시 누리집(홈페이지)에 가면 '민원 써비스, 서울 라이프, 이메일푸쉬써비스, 하이서울뉴스, 서울시정포털"등 외국말을 섞어 쓴 제목이 수두룩하다. 정부가 지난날 공문서에 한글만 써야하는 한글전용법을 어기고 한자를 혼용해서 말썽이더니 이제 미국말 섞어 쓰기에 열심이니 답답하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떠들썩하게 하는 교육부가 시행한다는 NEIS 란 것을 보자. 이게 무슨 말인지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대통령을 못해먹겠다느니 교육부 장관은 사퇴하라느니 나라가 흔들린다느니 별 소리가 나오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말인데 이 말의 뜻과 그 정책을 정확하게 아는 국민이 많지 않다. 교육부는 이걸 '나이스'라고 하고 전교조는 '네이스'라고도 읽는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가?  일반 국민은 말할 것 없고 영어를 잘 하고 똑똑한 젊은이와 지식인들도 네이스에 대해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 드물다.

나도 신문에서 한참 떠들 때까지도 네이스에 대해 잘 몰라서 교육부 누리집에 가보니 '네이스'란 영문으로 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이며 우리말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외국인을 위한 정책인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인이나 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도 영문 머릿글자만 모은 약자 이름으로는 알기 힘들다. 더욱이 국민들은 그 이름부터 생소하니 내용은 더 캄캄하고 알려는 관심도 떨어진다. 

나 같으면 외국인을 위해서는 영문을 쓰고 우리 국민을 위해서는 '국립교육행정통신망'이라고 하거나 '교육행정정보망'이나 '교육행정정보체계', '교육행정정보화시책'이라고 하고 그 정책 내용을 국민들에게 자세히 알렸을 것이다. 그렇게 했으면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받아 고칠 것은 고치고 무난하게 합의해서 추진했을 것이다. 국민은 무슨 정책인지도 모르고 교육부와 전교조 양쪽이 다투는 것을 강 건너 불을 보듯 구경만 하고 있다. 그리고 왜 밤낮 싸울까 낙심해 할 뿐이다.  

교육부는 우리말로 풀어 쓴 말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라고 했던데 꼭 '시스템'이란 미국말을 넣는지 알 수 가 없다. 교육부는 정보화시대에서 전자정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요 시대 의 흐름이기 때문에 국민이 출신학교나 교육청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서류를 떼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정보화 시책을 추진한다고 설명하면서도 " 디지털화, 스마트한 정부', '정보시스템 구축'등 어려운 말을 써서 이 외국어를 모르는 국민들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자! 이제 '대통령 아젠다'가 어떻고, '하이 서울, 서울 라이프' 가 어쩌고 되지도 않는 말을 쓰지 말자. 정부 기관이 외국말을 쓰는 것은 조상과 후손에 대한 죄악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폭력이고 바른 말글살이를 훼방놓는 일이고 나라를 망신시키는 일이다. 영어를 잘 하면 외국인을 만났을 때나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모두 빨리 알아듣고 가슴으로 느끼고 함께 따르고 도울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로 설명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이며 자신들을 위한 일이다.  

며칠 전 어떤 신문에 성균관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론 샤프릭 선생이 "영어가 객지에 와서 고생? 한국어화된 외국어 홍수"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보니 우리가 무심코 쓰는 외국말이 엉터리가 많은 것을 알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가 엉뚱한 뜻으로 쓰이고 '아지트, 아바타'가 영어로 알고 있는데 아니란다.  그는 " 물론 에피소드(episode)는 영어다. 그러나 이렇게 쓰면 영어식 표현이 아니다. 에피소드는 TV나 영화가 시리즈로 제작될 경우 제1편, 2편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해프닝 비슷한 재미있는 일, 일화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 같다.  

또 일제 식민지 36년 미군 주둔 50년이 모든 외국어는 영어라고 생각하게 한 것 같다. 나는 ‘아지트’와 ‘아바타’는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 뜻을 아는 사람조차 주변에는 없다. 어떤 이들은 그리스어라고 하고, 러시아어라고도 하고 자플리시(Japlish)라고도 한다. 사전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아시는 분은 연락주세요!).

‘Food Bank’라는 분식점이 있는데,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Food Bank’는 노숙자들이 공짜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혹시 그 분식집에 밥 먹으러 가면 다 공짜일까? 또 ‘Hooter’s’라는 호프집이 있는데 ‘Hooter’s’는 미국에서 유명한 스트립 쇼를 하는 곳이다. 아마 외국인들은 거기에 가면 그냥 술집이라 실망하지 않을까? 언니, 왜 옷입고 있어요??? 

사실 이런 것들은 사소한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큰 회사에서 영어를 쓰려면 spelling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모든 외국인들이 ‘CLRIDE’라는 옷가게를 보면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영어에는 ‘c-l-r’이 같이 붙어있으면 발음이 불가능하다. 

‘WHO.A.U’라는 가게를 처음 봤을 때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당황했다. 다른 외국인 친구들도 ‘화’라고 밖에 발음을 못하는데 한국인 친구들은 누구라도 대번에 “Who are you?”라고 읽는다. “아하, 내가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구나!!!” 

가게에 들어가 보면 잘못 쓴 말들은 더 많다. “30% price off”에서 ‘price’가 빠져야 맞는 표현이다. 또한 ‘close Sunday’는 ‘가까운 일요일’이란 뜻이기 때문에 ‘일요일엔 쉽니다’라는 표현은 “closed on Sundays”가 옳다. 한 옷가게의 “cash-like sweater” 표지는 무슨 뜻일까?” 돈같은 스웨터인가? cashmere sweater 아닌가? ‘2%’라는 음료수가 처음 나왔을 때 광고 문구에 ‘2% Human Water’라고 쓰여 있어 친구들과 크게 웃은 일이 있다. Human Water(오줌)? ‘Made in 20’은 또 무슨 말인가?" 라고 쓰고 있다.  

요즘 영어로 이름을 짓거나 바꾸는 사람이 많다. 어떤 회사는 사장이 그러니 모든 직원이 영어로 창씨개명하고 유치원도 그런다고 한다. 그런데 2002년 11월 15일치 동아일보에 난 기사를 보니 이 또한 엉터리가 많다고 한다. 한 외국계 기업 여직원은 그냥 예뻐 보여서 크리스(Chris)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한참 지나서야 크리스가 남자 이름으로 많이 쓰이는 크리스토퍼(Christopher)의 애칭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여자인 자신에게 배달되는 해외우편물 수신인란에 으레 ‘미스터 (Mr)’라는 존칭이 붙었던 이유도 그제야 알았단다.  

옌볜대학 중국어과 장 옌까오 교수도 2002년 3월 5일치 부산일보에 우리국민들의 외국어 남용에 대해 꼬집고 있었다.  " 한국인들의 외국어 남용 습관은 내가 한국에 와서 생활한 몇 년 동안 가장 지적하고 싶었던 일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이를 지적하는 것이 외람되다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이에 관한 논평은 한국의 자존심이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http://jabo.co.kr/zboard/
▲ 비에 젖어있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표지
거리를 걷노라면 즐비한 외래어 간판에 정신이 아찔하다. 텔레비전을 켜면 외래어와 외국 문자가 자연스럽게 화면에 오르고, 아나운서도 수시로 외래어를 곁들인다. 신문을 펼치면 앞다퉈 외래어와 외국문자가 나온다. '프로젝트' '옵션' 'DJ' 'JP' 등 이루 셀 수가 없다. 

해도 너무하다 싶어 지난 2월 26일,모 일간지에 쓰인 외래어(영어)를 세어보았다. 중복어,인명, 지명을 제외했는데도 1면부터 12면까지 약 245개의 외래어를 썼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중 광고에 쓰인 것이 135개나 차지한다는 점이다. 대중의 문화의식에 미치는 신문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단어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할텐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결국 생활 전반에 걸쳐 외래어가 판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언어문자와 일본 언어문자의 그늘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영어의 물결 속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지금 영어열풍이 일고 있지만 한국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중국에서는 음차역을 하되 자국의 언어관습에 맞게 새 단어를 만들어 영어를 수용한다. '코카콜라'의 경우,'可口可樂'으로 옮김으로써 음을 살리면서도 '입맛에 맞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즐긴다'는 의미소까지 포함했다. 언어는 민족적 색깔이 분명해야 한다. 즉,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불필요한 이물질이 고유어의 원래 색깔을 흐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고 쓰고 있다. 

나라 일을 위한 공식 발언을 할 때와 문서에도 외국말을 쓰기 좋아하는 청와대 공무원과 배순훈 위원장 같은 분은 위 외국인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할까?!  분명히 세계화 시대에 무슨 국수주의 말이냐고 할 것이다. 외국인이 기업하기 좋게 하기 위해 외국말을 우리말 속에 섞어 쓰는 게 무엇이 잘못이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헛똑똑이 생각이다. 미국화가 세계화요 우리 것 버리는 것이 외국 기업하기 좋게 하는 것으로 착각한 행동이다!  남이 모르는 어려운 말을 섞어 쓰면 큰 자랑으로 여기는 우월감에서 나온 이기주의 행동이다. 나 같은 한국인 말이라면 국수주의라고 할 수 있지만 저 외국인들의 말은 그게 아니다. 외국인들의 말이 옳다고 보고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하자! 

외국 기업인이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은 대통령과 그의 아들과 비서가 법을 위반하고 부정한 행위를 해서 쇠고랑 차는 일, 재벌 기업의 회장이 거짓장부 꾸미다가 옥살이 하는 일, 노동자와 기업주가 다투고 파업을 일삼는 일이 더 국가 신용도와 투자환경을 그르치는 일이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이다. 국민들이 제 나라 말을 잘 알고 바르게 쓸 때 진짜 문화강국, 지식정보 강국이 되고 그 정신이 경제 발전의 뿌리가 되고 밑거름이 된다. 

이제 정부 스스로 '대통령 아젠다'가 어떻고, '하이 서울, 서울 라이프' 가 어쩌고 되지도 않는 말을 하지 말자. '대통령 국정과제', '서울 생활'이라고 하자!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모두 빨리 알아듣고 가슴으로 느끼고 함께 따르고 도울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로 설명하라. 그게 바로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이며 자신들을 위한 일이다.  

외국에 유학을 가서 외국물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겨레 얼이 빠진 얼간이들을 장관이나 학자로서 특별대접을 하지 말자. 일반 국민과 겨레말은 어떻게 되던지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돈의 노예가 된 자도 나라의 중요한 직책이나 언론인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하자. 경제가 중요하고 외국인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답시고 겨레말을 더럽히고 죽여서 나라까지 망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말 잘 알고 바르게 쓰는 사람, 우리 문화 소중하게 여기는 정치인과 공무원, 학자를 더 대접하자. 이제 새 우리말을 열심히 만들고 이용할 것이며 우리 문화를 정리하고 창조해 내세우자. 그래야 우리가 외국인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 고문

* 필자는 '우리말글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본부장입니다. 
기사입력: 2003/05/29 [16:40]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