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빛찬님! 이름이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말글로 이름 짓는 세상을 열다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이대로
1967년 서울대 국어운동대학생회는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자는 운동 차원에서 해마다 “고운이름 뽑기” 행사를 했다. 그리고 1968년 한글날에 서울대, 연대, 고대, 동국대 국어운동대학생회가 중심으로 전국국어운동대학생연합회를 창립하고 모든 대학이 함께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는 운동을 하기로 했다. 그 때 나는 연합회 모임 감사로서 아버지가 지어주신 ‘李澤魯(이택로)’란 한자 이름을 ‘이대로’라고 스스로 한말글 이름으로 바꾸었다. 5000년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는 세상을 열었다는 뜻에서 이 운동은 새 역사를 창조한 일이고, 겨레의 앞날을 밝힐 일이라고 보고 내가 이 운동에 앞장 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배달겨레는 단군시대로부터 5000년 역사를 가졌지만 수천 년 동안 우리 글자가 없어서 통일 신라 때부터 중국 한자말로 이름을 짓고 한자로 썼다. 삼국시대 초기까지만 해도 우리식 이름이 있었고 그 이름을 우리 글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자로 적었다. 사람 이름도 “연개소문, 박혁거세, 을지문덕”처럼 우리식 이름을 지었으나 통일 신라 때부터 ‘김유신’처럼 중국식 성씨에다가 세 글자로 된 이름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 통일 신라가 나름대로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하지만 중국 당나라 문화식민지가 된 것이다. 신라 22대 지증왕 4년 (서기 503년)에 ‘서라벌’이라는 나라 이름을 중국식인 ‘신라’라 바꾸고 “거서간, 니사금, 마립간, 차차웅” 같은 우리말식 우두머리 ‘존호’를 버리고 중국처럼 ‘왕’이라 중국 한자말로 바꾸기 시작하여 신라 제35대 경덕왕(742~765 재위) 때에 사람이름이나 땅이름, 관직 이름까지도 중국식으로 바꾸면서 중국 문화의 곁가지로 만들었고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중국 유교와 한문을 숭상하는 완전 중국 문화의 식민지가 되었다.
신라가 당나라의 힘을 빌어서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통일 신라 때부터 중국식으로 “김,이,박” 같은 중국식 성씨를 만들고 한자로 이름을 지으면서 우리말과 겨레 얼이 약해진 것이다. 그러다가 1443년에 조선 4대왕인 세종이 우리 글자인 한글을 만들었으나 중국 한문이 1000년이 넘게 뿌리를 내린 터라서 우리 글자가 살아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지도 않고, 우리 글자를 제대로 쓰지 않다가 1910년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면서 강제로 일본식 창씨개명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하늘이 도와 1945년 왜놈 쇠사슬에서 풀리면서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미국 군정시대인 1946년에 철학자 정종 교수가 아들 이름을 ‘정어지루(목원대 명예 교수)’라고 짓고, 1947년에 음악가 금수현님이 아들 이름을 ‘금난새(음악 지휘자)’라고 짓고, 1953년에 사회 운동가 김철 선생이 아들 이름을 ‘김한길(국회의원)’이라고 지어 호적에 올렸다. 이 분들은 우리 말글 이름 개척자요 선구자들이다. 그리고 1967년 서울대 국어운동대학생회에서 이렇게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지은 분들을 알리는 “고운이름 뽑기”를 해마다 해서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는 깃발을 들었고 나도 그 때부터 그 운동을 해서 한말글 이름짓기 세상을 열었다.
그런데 아직도 중국식으로 이름을 짓고 쓰는 사람이 많고, 요즘에는 미국식 영문으로 이름을 짓는 자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통일 신라 때 중국식으로 이름을 짓기 시작하면서 중국 문화 종살이를 하게 만든 잘못을 오늘날 우리 스스로 미국식 창씨개명을 함으로써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하고 있다. 왜정 때는 왜놈들이 강제로 창씨개명을 하게 했으나 이제 세계 으뜸 글자인 한글로 우리 문화가 꽃펴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는데 미국식 창씨개명을 하는 것은 못난 짓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은 이 땅을 빼앗은 뒤에 식민 통치를 쉽게 하려고 사람이름도 한자로 바꾸고, 땅이름도 한자말로 바꿨다. ‘새말(새마을)은 新村(신촌)으로 ’밤고개‘는 ?峴(율현)으로 ’벌말‘은 坪村으로 ‘한밭’은 ‘대전(大田), ’빛고을‘은 광주(光州)가 되었다. 여자 이름에 “영자, 순자”처럼 ‘子(자)’자가 들어간 것은 일본식 이름이고, 왜정 말기엔 우리 성씨와 이름을 왜식으로 바꾸는 창씨개명을 강제로 시키고 우리 말글을 쓰지 못하게 했다. 학교에서 우리말을 못 쓰게 하고, 우리 말글을 지키고 살리려는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감옥에 가두고 옥살이를 시켰다. 그 겨레말을 없애면 그 겨레도 없어지고 완전한 제 식민지로 되기 때문에 그랬다.
이제 중국과 일본 종살이 찌꺼기를 없애는 차원에서 우리 글자 이름도 ‘한글’이라고 한말글로 붙이고, 대한민국 수도 명칭을 ‘한성’이나 ‘경성’이란 한자말이 아닌 ‘서울’로 바꾸었듯이 우리 말글로 땅이름도 짓고, 사람이름과 회사나 가게 이름도 짓자. 내 고향 태안에 ‘뜰에봄약국’이 있다. ‘강뜰에새봄결’이란 한말글 이름을 가진 약사와 그 남편 ‘김텃골돌샘터’님은 온 가족 이름과 가게 이름을 한말글로 바꾸었다. 그래서 내가 공동대표로 있는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에서 “2007년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뽑아 칭찬하고 고마움을 알렸다.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는 일이 아직 시작이라 이름 짓기 연구와 방법, 기술이 부족하지만 우리 겨레가 살고 잘 사는 나라가 되려면 그 길로 가야 한다. 이 일은 돈과 힘이 드는 일도 아니고 마음만 바꾸면 된다. 모두 함께 노력해 자주문화를 꽃피워 후손에게 물려주자.
[태안신문이 쓴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