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뽑으면서
올해로 일곱 번째 ꡐ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ꡑ을 뽑았습니다. 우리는 지난 7년 동안 먼저 우리말을 살려야 나라와 겨레가 살아난다는 믿음으로 이 일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먼 뒷날 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누가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에 힘이 되었으며 누가 걸림돌이 되었는지를 똑똑히 알려주어야 하겠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많은 국민과 언론이 우리의 참뜻을 알아주고 도와주어서 고마웠지만,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과 재벌과 학자들이 아직도 우리가 하는 말에 귀를 막은 채 훼방꾼의 길로만 내달리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올해도 지킴이로 뽑아야 분과 모임도 많았고, 훼방꾼으로 뽑아야 할 분과 모임도 많았습니다. 훼방꾼이 사라져서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그만 두고 싶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한자와 영어 섬기기 바람을 부채질하니까, 함부로 영어를 쓰고 이름을 짓는 일과 로마자와 한자와 한글을 뒤섞어 틔기말을 만드는 일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한자검정시험과 지방자치단체의 영어마을을 훼방꾼으로 뽑으라고 추천했으며, 영어와 한자를 지나치게 섬기는 큰 회사와 일류대학, 우리말을 더럽히고 죽이는 신문과 방송을 훼방꾼의 으뜸으로 뽑으라는 분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여기에 밝혀둡니다.
우리말을 살리려는 국민의 뜻을 받들고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받아서 올해도 ‘지킴이 10, 훼방꾼 10’을 아래와 같이 뽑았습니다. 무엇이 우리말을 살리는 길이며 무엇이 우리말을 죽이는 길인지를 널리 알리려는 뜻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눈여겨봐 주시고 우리말을 살려서 나라와 겨레를 살리는 일에 힘을 보태주시기를 빌고 또 바랍니다.
2005년 10월 5일
559돌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
우리말 지킴이 10.
1. 으뜸 지킴이 - 부산대학교 ‘우리말 배움터’ 누리집(운영자 권혁철 교수)
어느 누구나 쉽게 누리그물(인터넷)에서 바른 우리말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평생 배움터인데 2005년 9월 27일에 이 누리집(홈페이지)을 들른 횟수가 1000만이 넘었습니다. 초․중․고등학생은 글쓰기교실, 어문 규정, 철자검사기에 힘입어 바른 우리말살이의 바탕을 다질 수 있고, 여느 사람은 자신이 쓴 글말의 잘못이나 생활에서 자주 틀리는 글말을 바로잡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들르고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은 쉽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걸 찾아주고 바로잡아주는 검사기를 권혁철 교수님이 만들고 누구나 그냥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권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한글 편집기 ‘글’이나, 글 바로잡기 ‘바른한글’에도 적용해 많은 사람이 쉽게 도움을 받습니다. ‘우리말 배움터’ 누리집은 누구나 바른 말글살이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고마운 누리집이고, 권혁철(부산대학교 전자계산학과)교수는 우리말을 살리고 바로 쓰는 데 크게 이바지했기에 ‘우리말 배움터’ 누리집과 권혁철 교수를 ‘우리말을 사랑하는 배달겨레’의 이름으로 큰 지킴이로 뽑아 우리말 역사에 올립니다.
2.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은 1988년 창간하면서부터 일간 신문 가운데 가장 먼저 한글로 가로 쓰기를 했습니다. 올해부터 글자꼴을 딱딱한 네모꼴에서 벗어나 읽고 보기 좋은 새 글꼴(한결체)을 선보여 한글을 다시 크게 빛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바른 말글살이를 하려 힘썼으며 창간 17돌을 맞은 올해 한겨레말글연구소(소장 최인호)를 만들어 세계화 바람에 밀어닥치는 외국어 홍수로 거칠어진 우리 말살이를 다듬고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한글은 여러 가지 글꼴로 쓸 수 있는 빼어난 글자입니다. 그러나 지난날 한문처럼 네모꼴로만 글을 쓰는 줄 알았고 쓰고 있었습니다. 한글로 가로 쓴 신문을 만든 일과 함께 이번 글꼴 바꾸기는 한글 발전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남북 말글이 달리진 걸 하나로 만드는 일과 나라 안의 말글환경 개선, 나라밖으로 우리말 퍼트리는 일도 함께 힘쓰겠다니 반갑고 고맙습니다. 그동안 여러 어려움을 견디며 우리말과 우리글을 갈고 닦으려 애쓴 한겨레신문 여러분께 고마움을 알리고 더 잘해주시길 부탁합니다.
3. 충청북도 교육청(교육감 김천호)의 ‘한글사랑관’
충청북도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한글사랑 정신을 심어주고 우리말을 바르게 쓰게 하려고 지난해 ‘한글사랑관’을 만들었습니다. 훈민정음은 물론 한글로 맨 처음 인쇄한 월인천강지곡, 옛소설 같은 한글 서적과 교과서와 사전들 모두 3천여 점의 자료를 전시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찾아와 구경하고 우리말과 한글에 대한 사랑과 긍지를 갖게 하고 있습니다. 다른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영어마을을 만들고 영어 섬기기에 열심인 때에 우리 한글을 사랑하는 교육에 힘을 쏟은 것은 매우 자랑스럽고 훌륭한 일입니다.
다른 교육청에서도 본받을 일이기에 우리말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더 좋은 시설에 더 많은 자료를 가지고 더 많은 학생들에게 한글 사랑 정신을 심어주고 바른 말글살이 교육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금 지나친 외국말 교육 열풍은 보통 문제가 아닌 터에 충북에서 우리말 지킴이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4. 서산시의회 윤철수 의원
일제가 물러간 지 60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일본 법령을 베낀 법률 문장이 판을 칩니다. 그래서 법제처는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로 된 법령을 쉬운 우리말글로 바꾸려는 특별법안을 국회에 내 놓았는데도 얼빠진 국회의원이 많아 16대 국회 때도 통과시키지 못했고 다시 17대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가 있는데 아직까지 법령과 조례를 일본 식민지 때 쓰던 한자혼용 문장으로 쓴다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인 서산시의회 윤철수 의원은 일제 한자말과 일본 말투로 된 시의 조례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서 시 공무원들에게 쉬운 말 쓰기 정신을 심어주고 시민에게 시 조례를 쉽게 이해하고 지킬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천으로서 다른 지방자치의회는 말할 나위도 없고 국회도 본받을 일이기에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5. 상품 이름을 우리말로 짓는 웅진식품(대표 유재면)
많은 기업들이 회사 이름과 상품 이름을 영문으로 바꾸는 데만 열심인데 웅진식품에서는 제품 이름을 ‘아침햇살, 하늘보리, 초롱이’처럼 우리말로 짓고 있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잘하는 일이라 온 국민에 알리고 칭찬해주길 부탁드리면서 얼빠진 기업들에게 웅진식품을 닮기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말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더욱이 이 회사 경영철학이 “커피, 콜라 같은 남의 나라 마실 거리가 판치는 세상에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좋은 우리 음료를 내놓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음료수를 만들고 있다. 생활문화에서 정신문화까지 인류와 사회에 봉사한다.”는 것이라 합니다. ‘참된 한국 기업’이라 하겠으며 이 회사에서 만드는 마실 거리는 마음 놓고 먹어도 되겠다는 믿음이 갑니다. 앞으로 우리 몸을 튼튼하게 하는 좋은 마실 거리를 많이 만들어, 우리 마음을 깨끗하고 맑게 하는 우리말 이름을 달아 회사가 날로 커나가길 두 손 모아 빌고 바랍니다.
6. 우리말 색깔 이름을 짓게 한 김민하와 여섯 학생
올해 5월에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최근 관용 색깔 이름 42개를 포함해 모두 133개의 표준 이름을 정하면서 인종차별 논란을 빚었던 ꡐ살색ꡑ을 ꡐ살구색ꡑ으로 바꾸고, 병아리색(노랑), 수박색(초록), 자두색(진한 빨강)처럼 우리가 흔히 쓰는 우리말 색깔 이름도 공식으로 쓰게 했습니다.
‘살색’은 외국인 노동자들로부터 인종차별 시비를 부른 뒤 2002년부터 ꡐ연주황ꡑ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어려운 한자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자 인권침해라는 진정서를 인권위원회에 낸 성남 이매중 2년 김민하 학생과 초․중등 학생 여섯 사람이 낸 것을 인권위원회에서 기술표준원에 권고해서 바뀐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엉터리 표현과 무슨 말인지 쉽게 알 수 없는 낱말이며 일본식 이름들이 많은데 어린 학생들이 바로잡게 한 게 아름답고 본받을 일이라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7. 문화방송 ‘우리말 나들이(진행 유수민)’
오늘날 방송과 신문이 우리말을 어지럽히고 죽인다는 소리가 높은데 방송국 아나운서들이 우리말을 살리고 바르게 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문화방송 아나운서들도 오래 전부터 모임을 만들고 날마다 잘못 쓰는 우리말이나 바른 말을 소개하며 우리말 사랑 정신을 북돋고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잘 하는 일이라 많은 국민들이 칭찬하기에 그 소식을 알리고 더욱 잘하길 바라는 뜻으로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우리말을 잘못 쓰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또한 외국어와 의미를 알 수 없는 은어, 속어, 비어 때문에 우리말이 오염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아나운서들이 뜻을 모아 <우리말 나들이>를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1997년 12월 8일 첫 회가 방송되었고 현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5시 30분에 방송되고 있습니다. 문화방송은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에서도 우리말 바로 쓰기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고 다른 방송 진행자들도 바른말을 하도록 힘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8. 한글문화 세계화추진 의원모임(대표 신기남의원)
6월 21일에 국회에서 여야 의원 61명이 모여 ‘한글문화 세계화추진 의원모임’ 창립식을 했습니다. 16대 국회 때도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의원모임’을 만들어 한글날 국경일 제정운동을 한 신기남의원과 여러 의원들은 17대 국회에 들어와서 또 ‘한글날 국경일 제정법안’을 내고 ‘국회 상징 보람(배지) 國자를 한글로 바꾸기’ 운동도 하고 국회 안에서 한글과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과 함께 한글을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정책연구와 추진활동을 할 계획인 줄 압니다.
모임 대표는 신기남의원, 열린우리당 간사에 임종인 의원과 24명, 한나라당 간사에 정두언 의원과 25명, 민주노동당 간사 노회찬 의원과 10명, 민주당 간사 손봉숙 의원과 2명, 모두 61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천영세 의원과 10명이 전원 참여했습니다. 나랏말과 한글을 갈고 닦고 바로 세우는 일은 선거구제나 연정 같은 정쟁보다 나랏일 가운데 가장 먼저 해야 할 매우 중대한 일인데 그동안 게을리 했습니다. 이제 한자로만 쓰던 국회의원 이름패도 거의 한글로 쓰고 있습니다. 이 분들 중심으로 한글날 국경일 제정법안을 올해에 꼭 통과시키고 국회가 한글과 겨레말을 살리는 좋은 정책을 세우고 나라를 더욱 새롭게 빛내주길 바랍니다.
9. 공군 제1전투비행단과 한국자동차공학회
공군 제1전투비행단은 비행단 수송대 운전자들이 가장 자주 쓰는 일본식 자동차 용어 20개를 뽑아 우리말로 바꾸고 우리말 살려 쓰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구락숑’이란 일본식 외국어 대신 ‘경음기’란 우리말을 바꾸어 쓰는 일인데, ‘한국자동차공학회’에서 발표한 ‘올바른 자동차 용어’를 참고로 해 벌이는 일입니다.
'기스'는 '흠', '마후라'는 '경음기', '모도시'는 '운전대 되돌림', '백미러'는 '뒷거울', 등으로 바꿔 쓰도록 교육했으며 익숙해지도록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김성수(23)병장은 "교육에 참가해 보니 일본말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사용하는 말도 많았지만 일본말의 영향을 받은 줄도 모르고 사용하는 말도 많았다"며 "일본을 성토하기 전에 우리말 사랑부터 실천해야겠다"고 말했답니다.
군대는 제2 교육기관이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이 우리말을 사랑하는 정신을 배워 사회에서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광복 60돌이라고 많은 국가 예산을 들여 떠벌리는 행사보다 이런 게 더 알차고 값진 일입니다.
10. 경남도민일보
경남도민일보는 지역 언론사로서는 보기 드물게 기사에서 어려운 한자말을 줄이고 우리 겨레말을 살려 쓰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2003년 늦은 봄에 '실시'라는 낱말이 아무 뜻도 없으면서 기사를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 신문사의 기자들은 반년 동안 하나로 똘똘 뭉쳐 노력한 끝에 그 해 가을에는 한 달에 230회를 웃돌던 ‘실시’ 기사를 30회 아래로 줄였습니다. 여기에서 힘을 얻은 경남도민일보는 사외 인사들로 구성한 지면평가위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쉬운 기사 쓰기 운동을 두 해 동안 집중해서 벌인 결과 이제는 기사가 눈에 뜨이게 쉬워졌고 기자들도 우리 겨레말을 살려 쓰는 데 앞장을 서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를 올해 우리말 지킴이로 삼은 뜻은 남다른 노력을 쏟아 온 신문사 여러분께 힘을 보태 드리고 지방에 사시는 독자들에게도 우리 겨레말의 소중함을 한 번 더 일깨워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쉽고 또렷한 우리 겨레말을 살려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더욱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말 훼방꾼 10.
1. 으뜸 훼방꾼 - 고속철도 이름 KTX
고속철도는 우리나라의 대표 열차입니다. 그런데 이 열차 이름을 우리말글이 아닌 영문자로 지었습니다. 우리말과 우리 글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우리 국민이 주로 타는데 정부기관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 이름을 지을 때도 쉬운 우리말로 지어달라고 건의도 하고, 주장도 했습니다. 그런데 머지않아 통일 된 나라가 되면 북쪽도 달려야 하고 시베리아까지 달릴 우리 대표 열차가 우리말이 아닌 남의 말로 이름을 짓고 남의 글자로 번듯이 써서 붙이고 달린다는 것이 겨레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라 보았습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고속철도 이름을 ‘신칸센’이라는 일본말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지역과 노선에 따라 ‘노조미(희망), 히카리(빛), 쓰바사(날개), 고마치(아름다움)’라는 일본말을 붙여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한미르(큰용)’나 ‘번개’ 같이 좋은 이름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우리말로 이름을 바꾸어주기를 바랍니다.
새 철도청장 이철님이 한 일은 아니지만 온 겨레와 후손을 생각해서 이제라도 우리말로 멋있는 이름을 지어 붙이고 쌩쌩 달리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를 가지고 있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 남의 말글로 이름을 짓는 것은 후손에게도 남의 나라에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린 아이와 할머니도 타는 우리 기차이며 그 이름을 읽지 못하고 뜻을 모르는 국민이 많습니다.
2. KT&G
국가기관이었던 전매청이 담배인삼공사로 바꾸었다가 민영화하면서 회사 이름도 KT&G란 영문으로 짓고 새로 만드는 담배 이름을 모두 외국말로 짓고 있습니다. 올해 KT&G 새로 만들어 팔고 있는 ‘인디고ꡑ는 ꡐ인디비주얼 고잉(individual going)ꡑ에서 ꡐ인디ꡑ와 ꡐ고ꡑ를 합친 말로서 신세대의 ꡐ인디문화ꡑ에서 힌트를 얻어 지은 이름이라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KT&G는 1996년 ꡐ에쎄ꡑ를 시작으로 시마, 루멘, 시즌즈, 레종, 원, 제스트, 비전, 클라우드 나인 따위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번번이 외국어 이름을 붙여 왔습니다. ꡐ에쎄ꡑ는 ꡐ그들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ꡐ레종ꡑ은 ꡐ이유(reason)ꡑ의 프랑스어, ꡐ제스트ꡑ는 ꡐ열정ꡑ을 뜻하는 영어인 줄로 압니다. 게다가 2003년에 내놓은 ꡐ클라우드 나인ꡑ은 미국에서 ꡐ마약ꡑ의 은어로 쓰인다는 점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의 담배 이름은 ‘로 크럭스, 클라우드 나인, 로 크럭스, 인디고, 에쎄필드, 에쎄원, 제스트, 후레시레종, 더원, 에세멘솔, 에쎄라이트, 레종, 루멘, 시즌, 시마, 에쎄클래식. 타임라이트, 도라지 然, 허밍타임, 타임, 리치, 심플, 이렇게 온통 외국말이고 값이 싼 담배 가운데 ’하나로, 한라산, 장미‘란 이름이 보입니다. 우리말은 외국어보다 값싼 말이란 뜻이 담겨 있는 듯이 보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참으로 얼간이 짓이고 누어서 침 뱉기입니다.
3. 영어 공용화 추진하는 LG
이 회사는 SK와 함께 회사이름을 일찌감치 영어로 바꾸어서 ‘영문 창씨개명’ 바람을 이끈 기업이어서 우리가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아 그 잘못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눈길도 주지 않고 회사 안에서 영어 공용어를 추진하고 있으며 회사를 분리하면서 LS, GS 같이 모두 영문으로 짓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글날이 있는 10월 “ LG전자가 글로벌경영 역량강화를 위해 영어 공용화를 실시한다. 올해부터 연구․생산업무 중 전 세계적으로 공유가 필요한 업무 중심으로 영문화 작업을 추진하고 오는 2008년에 영어 공용화를 끝내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들에겐 한국말과 한글이 거추장스런 것이고 우리 겨레 사람은 모두 하찮은 사람들로 보이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들의 눈에는 돈과 외국말만 보입니다. 기업이 영문을 써야 할 때도 있어 쓰면 되지 영어를 공용어로 하겠다고 한글날 며칠 뒤에 떠드는 마음보를 모르겠습니다. 또 영문으로 이름을 바꾸는 건 고객만족을 위한 것이라며 엄청난 돈을 들여서 이름을 광고하기도 합니다. ‘GS리테일’이란 간판만 바꾸는 데 200억이 든다고 하니 그밖에 다른 광고비까지 하면 엄청난 돈이 들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말을 하면 내 돈 내 맘대로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코웃음만 칠는지 모르지만 어차피 그 부담은 우리 소비자에게 갈 것입니다. 우리말을 더럽히는 우리말 훼방꾼에 그치지 않고 반민족 반사회 기업으로 보입니다.
4. 국회방송 제목 Talk & Law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국회방송이 방송 제목을 영문으로 지어 우리말을 훼손하는 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신율의 TALK * LAW"란 방송 제목의 영문 이름을 붉고 파란 네온으로 크게 광고하는 게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국회의장은 당장 그 방송 제목을 우리말로 바꾸게 하고 그런 제목을 단 담당 공무원을 바로 내처주길 바랍니다. 이름패마저 제 나라 글자로 만들자니까 ‘관행’이라며 수십 년 동안 거부하던 국회 사무처, 법률을 어기며 공문서를 한자 혼용으로 쓰고 문장 또한 매끄럽지 않아서 공문서 하나 우리말답게 만들지 못한다는 원성이 높았던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이제는 영어 섬기기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법을 만드는 일과 법안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재미있게 알려주겠다는 게 방송 제목부터 남의 말글로 쓰는 것이라면 그 담당자의 능력과 자질이 모자라는 것으로 보입니다.
5. 서울시 하수처리사업소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이 쓰는 공문서, 알림글 들이 일본식 한자말과 외국말투여서 쉬운 말로 고쳐야 한다는 건의를 수없이 하고 여기저기서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나라 안 중요한 기관이나 유적지 곳곳에 널린 알림글이 맞춤법이 틀리고 어려운 말투에 명령조 문장입니다.
최근에 서울시 하수처리사업소는 일반 국민이 보라는 펼침막(현수막)을 한글로 쓰긴 했지만 “중량천변 차집관거 준설공사입니다.”라고 일본 한자말로 써 달아 보통 국민이 그 뜻을 바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많이 배우지 못한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이 배운 교수도 알아보기 어려운 일본말 ‘차집관거’를 끌어다 썼기 때문입니다. 펼침막을 다는 까닭은 일반 시민에게 알리려고 한 것일 겁니다. 그 일이 큰비가 오기 전에 모래나 쓰레기로 막힌 하수관을 뚫는 공사였습니다. “막힌 하수관을 뚫고 있습니다.”라고 쓰면 바로 알아보고 “참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하겠는데 오히려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아직도 이런 공무원과 공문서가 판치고 있으며 우리의 말을 못들은 척 하면서 한자말은 한자로 써야 한다고 합니다. 일본 전문용어이기 때문에 한자로 써도 쉽게 알 수가 없습니다.
6. KT
국가 기관이었던 전화국이 ‘한국통신’으로 바꾸었다가 민영화하면서 영문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거리를 가득 메운 ‘KT’란 영문 간판은 불법이란 소송을 내서 법원으로부터 위법이란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눈 하나 끄덕하지 않고 영어 쓰기에 더욱 바쁩니다. <Let‘s KT>란 이상한 영문 광고를 하면서 ’고객‘이라는 일본말을 자꾸 퍼트리고 있습니다.
이 회사뿐 아니라 많은 회사들 소비자를 ‘고객’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한국통신이 가장 많이 국민을 접촉하면서 ‘손님’이나 ‘가입자’나 ‘선생님’이나 ‘아주머니’, ‘학생’이라고 가려 불러야 할 때에 모두 ‘고객님’이라 부르고 있어 우리말이 뒤틀리게 만듭니다. 어린 아이에게도 ‘고객님’이라고 하니 그런 아이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쓸 지 걱정입니다. 이들이 전화를 할 때마다 코맥힌 목소리로 ‘고객님! 고객님!’하는 데 친절해 보이지도 않고 징그럽게 들린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7.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지난 6월 14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해달라는 “국경일 지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되고 법안 발의자 대표로 신기남 의원이 제안 설명을 했는데 일부 행자위 의원들이 “한글사랑에는 공감하지만 주 5일제 실시와 관련해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하면 공휴일이 늘어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신중하게 생각해야한다고 반대 의견을 내서 여야의원 간에 논란이 있었습니다. 16일 다시 논의하게 되었는데 행정자치부가 입법 예고한 대통령령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확정되는 것을 보고 의논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공휴일에서 빠진 날이라면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보이는데 한글날은 공휴일로 해서 온 겨레가 잔치를 벌여야 하는 날이고, 국경일이라도 가장 경사스런 국경일이라야 마땅합니다.
지난 16대 국회 때도 국회의원들이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하기 위한 국경일 제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는데 이번과 똑 같은 일이 벌어져서 법안 심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자동 폐기된 일이 있습니다. 재벌이 공휴일이 늘어나는 걸 반대한다고 행정자치부와 일부 행자위 위원이 이번과 같은 주장을 해서 제대로 심의조차 안하고, 다시 공청회를 연 뒤 결정하자고 하곤 슬그머니 그냥 넘어가 버렸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한글을 무시하고 국민을 속인 셈입니다. 재벌과 돈의 힘이 세지만 알고 보면 누구나 쉽게 쓰는 한글이 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국회와 정부가 올바로 깨달아야 합니다.
15년 전 나라살림과 회사경영을 잘 못하고 정경유착 부정부패로 나라경제를 망친 장본인인 정부와 경제단체는 이제 진짜 놀자는 토요 휴무제와 휴가일 수를 늘리면서 한글날 복권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한글날 놀면 경제가 어렵다는 그들 논리라면 토요일에 놀지도 말아야 합니다. 또 토요 휴무제를 실시하면 나라는 완전히 망하게 될 것입니다. 행자위 위원들은 당장 한글날 국경일 제정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8. 영문 아파트 이름 ‘타워 팰리스’
나랏말이 죽을 위기인데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뺀 재벌회사들은 회사 이름도 제품 이름도 영문으로 지어 나랏말을 더 짓밟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시민이 사는 아파트를 지어 팔면서 모두 영문으로 짓고 있습니다. 큰 회사가 그러니 조그만 회사나 개인이 짓는 이름까지도 영문으로 짓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삼성물산이 도곡동에 지은 ‘타워 팰리스’라는 아파트 이름을 영문 아파트 이름 대표로 보아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았습니다.
아이파크, 홈타운, 쟈이, 쌍떼빌, the #, 위브, 스윗닷홈, 롯데캐슬, SK VIEW, 센트레빌, 리슈빌, 르네상스, 블루밍, 데시앙, 솔파크, 이노스빌, 에버빌, 월드메르디앙, 굿모닝힐,브라운스톤, 미션힐, 브래뉴, 이런 서양말 이름이 수두룩하고, 백년家약, 그대家, 이런 틔기 이름도 있고 來美安이란 틔기 한자 이름도 있습니다. 이러다간 신라 때 온통 사람 이름과 땅이름을 중국식 한문으로 지어서 지금까지 내려와 우리말글살이를 어지럽혔듯이 온 나라 아파트가 어지러운 외국어 이름 투성이입니다. 외국말 아파트 이름을 짓는 회사들을 모두 우리말 훼방꾼으로 우리말 역사에 기록합니다.
9. 억지스런 틔기말을 만들어 퍼뜨리는 언론과 기업
신문윤리위원회는 최근에 '弗어나는 오일머니', 'We-心心Free', '濠好 아줌마', '반가워요! Young원한 오빠', '외환은 즐거운 上上', '칼의 노래를 佛러본다' 같은 억지스런 말을 만들어 쓰는 신문에 경고조치했다고 합니다. '好老자식?, '人터넷, English? 無無‘는 전철 안에 마구 붙인 회사 광고문 제목인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뉴스타임, 시사투나잇, 타임포커스. 상상플러스, 뉴스 플러스 암니옴니, 그린 로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NG스페셜 해피타임, 빙글빙글 랭크쇼'들은 방송 제목입니다. 이 모두 우리말을 더럽히고 죽이는 외국말들입니다. 틔기말 광고문과 마찬가지로 이런 외국말 제목들도 우리말을 죽이는 훼방꾼들입니다.
10. 법을 짓밟는 대법원과 학술원
공문서는 한글로 써야 합니다. 지난날에는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이, 이제는 ‘국어기본법’이 그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정부기관이 잘 지키고 있는데 아직도 잘 지키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법과 규정도 그들에겐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권위만 드높은가 봅니다. 학술원이 그런 기관입니다. 학술원 시상식장에 써 붙인 펼침막은 ‘慶 第四九回 大韓民國 學術院償 施賞式 祝’ 이렇습니다. 600년 전 한글 창제를 반대한 집현전과 똑 같이 한글을 우습게 여기는 국가기관입니다.
그런데 이번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식 때 대법원도 ‘慶 第14 代 李容勳 大法院長 就任 祝’이라는 펼침막을 만들어 행사장 안팎에 써서 붙였습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판결문도 더 쉽게 쓰겠다고 말한 것으로 신문에서 봤는데 대법원장의 말씀이 사실과 어긋나는 듯합니다. 일본 법률 문장을 본뜬 법전으로 공부한 직원들이 일본 한자 문장에 길들여서 우리말과 한글 쓰기를 반대하고 있다는 평소의 원성이 이렇게 나타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공문서와 옥외광고물, 국가기관의 현판과 알림글은 당연히 대한민국 글자로 써야 합니다. 지난날에는 한글전용법이 있었고, 오늘에는 국어기본법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최고 학술기관과 사법기관이 우리 글자를 싫어하고 무시하면 누가 대한민국 글자를 좋아하고 즐겨 쓴다는 말입니까? 제발 학술원과 대법원은 법률을 지키는 모범을 보이기 바랍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구호 (0) | 2017.12.25 |
---|---|
[스크랩] 우리의 주장(2005년 2월 1일 - 이대로 작성) (0) | 2017.12.25 |
[스크랩] ■ 교육부의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 일몰 결정에 대한 논평보도(2017. 12. 01.) (0) | 2017.12.03 |
[스크랩] [한글칼럼]왜 세벌식 자판을 나라표준으로 정해야 하나? (0) | 2017.11.29 |
[스크랩] 한글반포 571돌 기념 -세종대왕 납시오! (0) | 2017.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