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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고] “유치원 영어 교육은 절대로 안 된다”

한글빛 2018. 11. 5. 12:08

[기고] “유치원 영어 교육은 절대로 안 된다”

–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정책이다

 

지난 10월 4일 교육부는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 까닭은 “금지하게 되면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며 학부모들이 요구하기 때문에 방과 후에 놀이 중심으로 영어 교육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유치원 영어 교육을 금지하겠다.”는 발표를 뒤집는 것이다. 언 듯 보기에 그 이유가 그럴듯하다. 그러나 100년 앞을 내다보고 결정하는 교육정책을 그렇게 가볍게 할 일이 아니다. 나는 김영삼 정권 때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그 까닭은 그 시행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에서다. 유치원 영어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이런 발표를 하니 지난 10월 16일 “사교육없는세상, 전국국어교사모임, 한글문화연대” 등 21개 교육 및 한글단체들은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 허용은 아동학대”라며 그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하니 그 부작용과 피해가 커서 그 초등 영어교육도 안 해야 할 판인데 유치원에서부터 영어 교육을 하면 초등 1~2학년도 영어 수업을 하겠다고 할 것이며 영어 사교육은 더 늘어날 것이다. 

 

지난날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거리에 영어 간판이 늘어나고, 회사와 아파트 이름이 영어로 바뀌었으며 우리말이 영어에 짓밟히고 죽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10월 4일 유치원 방과 후 영어 교육 허용 문화방송 보도 그림, 왼쪽은 10월 16일 사교육없는세상, 전국국어교사모임, 한글문화연대 등 21개 시민,교육단체가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그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잘하겠다고 원어민 교사를 데려왔는데 범죄 전과자도 있고, 성범제자까지 생겼다. 이제 유치원마다 영어 원어민 교사를 모시려고 경쟁할 것이다. 지난날 조기 해외 유학 바람이 불어 기러기아빠라는 말이 생기고 가정이 파탄 난 집도 많다. 

 

영어 조기유학을 다녀왔으나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고 사회 적응을 제대로 못해 취직도 못해 술집이나 식당에 종업원으로 일하는 젊은이도 생겼다.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지자체들이 영어마을을 만들었으나 헛돈쓰기였다. 영어를 잘하려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얼간이까지 나왔다. 이제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쳐도 제대로 안 되면 미국의 한 주가 되자는 이가 나올지 모른다. 

 

우리말이 죽으면 우리 겨레도 죽고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러우면 우리 사회도 어지럽게 되고 국민정신도 혼란스럽게 된다. 김영삼 정권 때에 영어에 우리말이 짓밟히고 얼빠지니 나라 경제가 흔들리고 국제통화기금의 경제 식민지가 된 일이 있다. 또한 지금 영어 조기교육으로 모든 교육이 제대로 안 되고 비정상이다. 

 

영어 교육시간이 늘어나니 도덕과 체육, 과학과 실업 교육시간이 줄게 되었다. 그런데 유치원부터 영어 교육을 하게 되면 초등학교 1~2학년도 영어 교육을 하겠다고 할 것이며 그 부작용과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또한 우리말과 우리 얼은 더 영어에 짓밟히고 죽어갈 것이고 나라 앞날을 어둡게 만들 것이다.

 

▲오른쪽은 80년대 명동거리모습:영문간판이 없다. 왼쪽은 오늘날 명동거리:온통 영문간판이다(뉴스1).

 

나는 지난날 영어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할 때에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어도 잘하면 좋지만, 우리말부터 잘 가르치고, 참사람과 참한국인 교육부터 먼저 잘해야 할 것이며 중, 고교에서 하는 영어 교재와 교사 수준을 높이고 영어 교육 방식과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정보통신을 통한 새로운 교육방식을 개발하고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래도 영어 교육이 잘 안 되고, 영어가 절실하면 영어 조기교육을 진지하게 의논하고 결정하자고 말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중, 고교 영어 교육 개선은 안 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서둘러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했고 그 피해가 크다.

 

▲왼쪽은 정재환님이 쓴 책 표지, 오른쪽은 난장판이 된 사립유치원 비리 토론회 문화방송 화면 찍그림.

 

요즘 한글운동가요 역사학자 정재환님이 50대 후반에 영어 공부를 한 경험을 ‘50대부터 시작한 영어 공부’라는 책을 냈다. 나이를 먹어서도 영어를 잘 할 필요를 느끼면 영어 공부를 하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건 괜히 어려서 외국어를 배우면 좋다고 어린이들은 들볶지 말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공부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 하면 더 잘 된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하고 싶을 때에 잘 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도와주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 또 외교관이나 학자, 무역업자들처럼 영어를 잘해야 할 사람들을 전문가로 양성해주는 것이 유치원 아이들을 들볶는 것보다 더 이익이고 효과가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까지 “유치원 방과 후 영어 교육 문제”를 결론짓겠다고 했는데,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워서인지 아직 아무 말이 없다. 그러나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다. 

 

만약 시행하겠다면 그 반대 여론이 시끄럽게 될 것이고, 이 정부와 교육부장관에게 큰 짐이 될 것이기에 유은혜 교육부장관에게 간곡하게 건의한다. 

 

“유치원 영어 교육을 허용하면 우리 교육도 우리말도 우리나라도 망하게 하는 잘못된 정책이 될 것이니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 시행하는 초등 3학년부터 하는 영어 교육도 중단해야 한다” “정책이 잘못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시민이 거리에서 시위하고 떠드는 것보다 이렇게 말글로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글을 쓰니 교육부는 이를 가볍게 보지 말고 귀담아 듣기 바란다.”

 

이대로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회장/한글이름연구소 소장/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출처 :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글쓴이 : 나라임자 원글보기
메모 :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잘못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