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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명박 정부, 국어 정책도 철학도 없었다"

한글빛 2021. 7. 1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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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명박 정부, 국어 정책도 철학도 없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국어 정책도 철학도 없었다"

외솔회 대한민국 말글 정책의 어제와 오늘 학술회의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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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솔회 대한민국 말글 정책의 어제와 오늘 학술회의 열어

08.10.07 11:47l최종 업데이트 08.10.07 12:03l

김영조(sol119)

 

 
▲ 학술회의 (재)외솔회가 주죄한 “대한민국 말글 정책의 어제와 오늘” 학술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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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면 562돌 맞는 한글날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위대한 글자 '한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영어 몰입교육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 등 오히려 제 나라 말글을 푸대접한다고 해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왜일까? 물론 그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나라의 말글 정책 탓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재)외솔회는 지난 10월 6일 이른 10시 30분부터 저녁 5시 40분까지 서울 대학로 흥사단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등의 후원으로 그 대한민국 말글 정책에 대한 학술회의를 열었다. 제목은 '대한민국 말글 정책의 어제와 오늘'.

학술회의는 먼저 외솔회 최기호 회장의 여는 말과 김석득 외솔회 명예회장의 환영말씀,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의 격려말씀이 있었다.

 
▲ 최기호 외 학술회의에서 여는말을 하는 외솔회 최기호 회장(왼쪽), 환영말씀을 하는 외솔회 김석득 명예회장(가운데), 격려말씀을 하는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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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한양대 김정수 교수의 사회로 제1부가 시작되었다. 맨 먼저 부경대 김영환 교수가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의 말글 정책'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발제에서 최만리의 상소문에서의 '이제 동문동궤의 시기를 당하여~'를 예로 들면서 "<동문동궤(同文同軌)>는 중국 중심의 사대교린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미국말을 공용어로 삼자는 말이나 영어 몰입교육을 주장하는 것은 <동문동궤>의 새로운 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문동궤>는 <중용>에 나오는 말로 글쓰기에서 중국 각 지방의 서로 다른 글자의 형태를 통일하고 수레를 만드는 법식을 같게 한다는 말인데 중국 중심의 질서로부터 이탈한다는 뜻이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동국대 김슬옹 교수는 김영환 교수의 발제 중 "1948년 공포된 '한글 전용법'은 구한말부터 내려오던 한글 전용운동이 정책당국에 의해 구체화한 매우 중요한 결단이었다"란 주장에 대해 "상징적 선언을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왜 상징적 선언에 그쳤는지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토론1 발표하는 김영환 교수(왼쪽), 사회를 보는 김정수 교수(가운데), 토론자 김슬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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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표는 서울대 민현식 교수의 '전두환, 노태우 정부의 말글 정책'이었다. 다른 발제자 사정 때문에 박정희 정부에 앞서서 발표한 것이다. 그는 발제에서 "의사가 되려면 고통스러운 해부 과정을 거쳐야 하듯이 자기의 언어를 진단하고 개선하려면 언어를 분석(해부), 진단하는 경험을 거쳐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상명대 김두루한 교수는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얻은 교훈인 참다운 '민간자율'과 함께 고민함으로써 온 겨레에 '덕'을 끼치고 베푸는 말글 정책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아름답고 보람찬 말글살이를 온겨레가 누리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점심 뒤 권재일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이어진 '박정희 정부의 말글 정책'이란 발표에서 최용기 국립국어원 한국어진흥부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기는 한글 전용의 전성기라 할 수 있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대를 한글 전용의 전성기로 만들려 노력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결실은 크게 드러나지 못했다"고 진단했으며 토론에 최인호 한겨레말글연구소장이 참여했다.

이어서 중국 월수외국어대 이대로 교수는 '김영삼, 김대중 정부의 말글 정책'에서 "김영삼, 김대중 정권시대는 국어 정책 암흑기였다. 제대로 된 국어 정책도 없고, 기관도 없는 마당에 오히려 한글세상을 한자와 영어 세상으로 바꾸려 시도해 말글살이와 교육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울분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한 토론은 방송인 정재환씨가 맡았다.

마지막으로 발제를 한 최기호 외솔회 회장은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말글 정책'에서 국어기본법 제정과 한글날 국경일 제정에 관련된 역사를 상기했다. 그러면서 한글날 국경일 지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던 날 동지들과 함께 밤새워 목 놓아 만세를 불렀다며 만감에 휩싸인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건국대학교 박종덕 교수는 "노무현, 이명박 정부 시대 국어 정책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어 정책도 계획도 철학도 없었다"고 진단하며, "국립국어원이 많은 민간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더불어 정책을 논의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정책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잠시 휴식한 뒤 건국대 조오현 교수의 사회로 시작한 종합토론에는 경상대 김용석 교수, 교원대 성낙수 교수, 국어문화운동본부 남영신 이사장, 한림대 김영명 교수가 참여했다.

 
▲ 종합토론 학술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종합토론 모습(왼쪽부터 김영명 교수, 김용석 교수, 조오현 교수, 성낙수 교수, 남영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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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에서는 토론자의 발표 뒤에 벌어진 난상토론에서 두건의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 하나는 남영신 이시장이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은 없애야 한다"는 폭탄발언을 하자 김용석 교수는 "위험한 주장이 아닌가?"라고 받아쳤고, 이에 남 이사장은 "학자들이 몇 명 앉아서 뚝딱 바꾸곤 하는 그런 엉터리 맞춤법은 오히려 언어생활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성낙수 교수는 "규정을 없애면 모체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걱정을 했고, 참관자인 오동춘 짚신문학회 회장은 "뜻은 좋지만 그렇게 하면 질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또 하나의 논쟁은 성 교수의 "대학 입시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한 논쟁이었다. 조오현 교수가 이에 대한 반박으로 "예전 자율화 시기에 어떤 대학은 한자만 출제하기도 했다. 만일 자율 입시가 그런 방향으로 흐른다면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라고 말하자 성 교수는 "만일 한 대학에서 입시에 한자만 출제한다면 오히려 자연히 그 대학 지원자가 줄게 되고 그러면 해결되지 않겠는가?"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자 조 교수는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형태소'에 대해 물으면 대답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그건 대학이 문법을 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보다는 대학이 문법을 출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해야만 한다"라고 받아쳤다.

이들 난상토론을 지켜본 청중들은 참 바람직한 토론이었다며 토론자들에게 크게 손뼉을 쳐주었다. 562돌 한글날을 맞아 벌어진 이날의 외솔회 토론은 어쩌면 이때에 꼭 치러야 할 학술회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