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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독립신문 창간논설

한글빛 2005. 4. 7. 22:21
[기고] 다시 본 ‘독립신문 창간논설’
[경향신문 2005-04-06 18:09]    
〈이대로/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사무총장〉

 

4월7일은 신문의 날이다. 신문의 날은 109년 전인 1896년에 우리나라 최초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된 날을 기념하여 정한 날이다. 그때 독립신문은 오늘날 신문에 견주면 부피는 초라하지만 창간호 논설은 무게가 있다. 신문의 날을 맞이해 신문 관련 분들에게 축하말씀을 드리면서 좀더 좋은 신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독립신문 창간호 논설에 비춰본 오늘날 신문과 세상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적어본다.

 

독립신문 창간호 논설은 “우리는 첫째, 편벽되지 아니한고로 무슨 당에도 상관이 없고 상하귀천을 달리 대접 아니하고, 모두 조선사람으로만 알고, 조선과 조선인민 모두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대신 말해 주려한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날 신문은 특정 정당과 집단의 편을 들고 신문끼리 패싸움을 하고 국민도 편이 갈리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또 논설은 “정부에서 하는 일을 백성에게 전할 터이요,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전할 터이니 만일 백성이 정부 일을 자세히 알고 정부에서 백성의 일을 자세히 알면 피차에 유익한 일만이 있을 터이요, 불평한 마음과 의심하는 생각이 없어질 터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날 신문은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끼리 서로 불평하면서 의심하고 만들고 있다고 보는 이가 많다.

 

106년 전 독립신문은 한글만 쓰는 까닭을 “우리신문이 한문을 아니 쓰고 다만 국문으로만 쓰는 것은 한글이 우리 글이니 읽고 쓰기 편해서 상하귀천이 다 보게 함이라. 각 국에서는 사람들이 남녀 물론하고 본국 국문을 먼저 배워 능통한 후에야 외국 글을 배우는 법인데 조선서는 조선 국문은 아니 배우더라도 한문만 공부하는 까닭에 국문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더라”라고 적었다. 그런데 109년이 지난 오늘날 신문과 세상은 제 말글보다 남의 말글인 한문과 영문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부채질하고 있다.

 

독립신문이 한자시대인 109년 전에 한글로만 신문을 만들고 띄어쓴 것은 문자혁명이라고 할 정도의 큰 개혁이었다. 그때 선각자들은 우리말글로 국민을 똑똑하게 만들고 말길(言路)을 열어 힘센 나라를 만들고 나라를 지키려 했으나 지배층과 민중이 따라주지 않아 개혁이 실패하고 나라는 기울어 일제의 손에 넘어갔다. 이후 다행스럽게도 일제 식민지 때에 민족지도자들이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갈고 닦아 일제가 물러간 뒤 우리말글로 교육을 하고 신문과 공문서를 만들어 우리말글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 쉬운 우리말글살이가 국민 수준을 높여주었고, 그 바탕에서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신문과 지식인이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거나 미국말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섬겨서 한글 문자혁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독립신문 창간호 논설 정신을 이어받아 바르고 공평한 신문, 우리말글을 살리고 빛내는 신문이 나와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국민을 편안케 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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