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조선인민 모두위해 말하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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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신문의 날에 1백년 전 '독립신문'의 창간호 논설을 다시 새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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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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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신문의 날은 109년 전인 1896년에 우리나라 최초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된 날을 기념하여 신문의 날로 정했다. 그 때 독립신문은 오늘날 신문에 견주면 부피는 초라하지만 창간호 논설은 옳고 무게가 있다. 신문의 날을 맞이해 신문 관련 분들에게 축하말씀을 드리면서 좀 더 좋은 신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독립신문 창간호 논설에 비춰본 오늘날 신문과 세상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적어본다. 독립신문 창간호 논설은 “ 우리는 첫째, 편벽 되지 아니한 고로 무슨 당에도 상관이 없고 상하귀천을 달리 대접 아니하고, 모두 조선사람으로만 알고, 조선과 조선인민 모두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대신 말해 주려한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날 신문이 이 창간 정신을 본받아 공평하고 바른말만 하는 게 아니라 특정 정당과 집단의 편을 들고 신문끼리 패싸움을 하고 국민도 편이 갈리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또 논설은 “정부에서 하는 일을 백성에게 전할 터이요,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전할 터이니 만일 백성이 정부 일을 자세히 알고, 정부에서 백성의 일을 자세히 알면 피차에 유익한 일만이 있을 터이요. 불평한 마음과 의심하는 생각이 없어질 터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날 신문이 정부와 국민의 생각과 소식을 잘 전해서 서로 불평하고 의심하지 않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끼리 서로 불평하고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는 이가 많다. 109년 전 독립신문은 한글만 쓰는 까닭을 “우리신문이 한문을 아니 쓰고 다만 국문으로만 쓰는 것은 한글이 우리 글이니 읽고 쓰기 편해서 상하귀천이 다 보게 함이라. 각 국에서는 사람들이 남녀물론하고 본국 국문을 먼저 배워 능통한 후에야 외국 글을 배우는 법인데 조선서는 조선 국문은 아니 배우더라도 한문만 공부하는 까닭에 국문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더라.”라고 적었다. 그런데 109년이 지난 오늘날 신문과 세상은 제 말글보다 남의 말글인 한문과 영문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부채질하고 더 섬기게 만들고 있다. 독립신문이 한자시대인 109년 전에 한글로만 신문을 만들고 띄어쓴 것은 문자혁명이라고 할 정도의 큰 개혁이었다. 그 때 선각자들은 우리말글로 국민을 똑똑하게 만들고 말길(言路)을 열어 힘센 나라를 만들고 나라를 지키려 했으나 지배층과 민중이 따라주지 않아 개혁이 실패하고 나라는 기울어 일제의 손에 넘어갔다. 만약 그 때 지금처럼 온 국민이 글을 알고 신문이 세상을 바르게 이끌었다면 일제 식민지가 되지도 않고, 지금은 몰라보게 발전한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일제 식민지 때에 민족지도자들이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갈고 닦아 일제가 물러간 뒤 우리 말글로 교육을 하고 신문과 공문서를 만들어 우리 말글이 자리잡을 수 있었고, 국민 모두 글을 읽고 쓸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모두 학자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쉬운 우리말글살이가 국민 수준을 높여주었고, 그 바탕에서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신문과 지식인이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거나 미국말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섬겨서 한글 문자혁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어 안타깝고 가슴아프다. 국가수준은 국민수준이고 국민수준은 지식과 정보수준이며 말글활용수준이다. 오늘날 중국과 일본은 우리를 지배할 나라요 민족으로 생각하고 거짓 역사를 꾸미고 침략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어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흥분하고 분개하고 있다. 그들이 아직도 우리를 깔보고 헛소리를 하는 건 그들이 못되어서이겠지만 우리 자신에게도 허물과 책임이 있다고 본다. 세계 으뜸가는 문화경쟁무기요 보물인 한글을 지키고 빛내지 않고 스스로 업신여기고 남의 말을 더 섬기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을 지키고 빛낼 때 국가와 국민수준이 높아지고 힘센 나라가 되어 이웃나라가 깔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세상 돌아가는 꼴이 100년 전 나라가 망할 때와 비슷하다고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다. 독립신문 창간호 논설 정신을 이어받아 바르고 공평한 신문,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는 신문이 나와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국민을 편안케 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빌어본다. / 본지고문 * 필자는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사무총장입니다.
독 닙 신 문 제일 권 제일 호 조선 서울 건양 원년 사월 초칠 일 금요일 논설 우리가 독닙신문을 오늘 처음으로 출판하는데 조선 속에 있는 내 외국 인민에게 우리 주의를 미리 말씀하여 아시게 하노라. 우리는 첫째, 편벽 되지 아니한 고로 무슨 당에도 상관이 없고 상하귀천을 달리 대접 아니하고 모두 조선사람으로만 알고 조선만 위하며 공평히 인민에게 말할 터인데 우리가 서울 백성만 위할 게 아니라 조선 전국 인민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대신 말해 주려함. 정부에서 하시는 일을 백성에게 전할 터이요,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전할 터이니 만일 백성이 정부 일을 자세히 알고, 정부에서 백성의 일을 자세히 아시면 피차에 유익한 일만이 있을 터이요. 불평한 마음과 의심하는 생각이 없어질 터이옴. 우리가 이 신문을 출판하기는 이익을 취하려는 게 아닌 고로 값을 헐하도록 하였고, 모두 언문으로 쓰기는 남녀상하귀천이 모두 보기 쉽도록 함이요. 또 구절을 띄어쓰기는 알아보기 쉽도록 함이라. 우리는 바른대로만 신문을 만들 터 인고로 정부 관원이라도 잘못하는 이 있으면 우리가 말할 터이요. 탐관오리들을 알면 세상에 그 사람의 행적을 펼 터이요. 개인 백성이라도 무법한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가 찾아 신문에 설명할 터이옴. 우리는 조선 대 군주 폐하와 조선정부와 조선인민을 위하는 사람들인 고로 편당 있는 의논이든지 한쪽만 생각하고 하는 말은 우리 신문상에 없을 터이옴. 또 한쪽에 영문으로 기록하기는 외국인민이 조선 사정을 자세히 모른즉 혹 편벽 된 말만 듣고 조선을 잘못 생각할까 보아 실상 사정을 알게 하고 져 하여 영문으로 조금 기록함. 그리한즉 이 신문은 똑 조선만 위함을 가히 알 터이요. 이 신문을 인연하여 내외 남녀상하귀천이 모두 조선 일을 서로 알 터이옴. 우리가 또 외국 사정도 조선인민을 위하여 간간이 기록할 터이니 그걸 인연하여 외국은 가지 못하더라도 조선인민이 외국사정도 알 터이옴. 오늘은 처음인고로 대강 우리 주의만 세상에 고하고 우리 신문을 보면 조선인민이 소견과 지혜가 진보함을 믿노라 논설 끝이기 전에 우리가 대 군주 폐하께 만세를 부르나이다. --------------- 우리신문이 한문을 아니 쓰고 다만 국문으로만 쓰는 것은 상하귀천이 다 보게 함이라. 또 국문을 이렇게 구절을 띄어쓴즉 아무라도 이 신문 보기가 쉽고 신문 속에 있는 말을 자세히 알아보게 함이라. 각 국에서는 사람들이 남녀물론하고 본국 국문을 먼저 배워 능통한 후에야 외국 글을 배우는 법인데 조선서는 조선 국문은 아니 배우더라도 한문만 공부하는 까닭에 국문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더라. 조선 국문하고 한문하고 비교하여보면 조선 국문이 한문보다 얼마나 나은 것이 무엇인고 하니, 첫째는 배우기가 쉬워 좋은 글이요. 둘째는 이 글이 조선 글이니 조선인민들이 알아서 백사를 한문대신 국문으로 써야 상하귀천이 모두 보고 알아보기가 쉬운 터이라. 한문만 늘 써버릇하고 국문은 폐한 까닭에 국문만 쓴 글을 조선인민이 도리혀 알아보지 못하고 한문을 잘 알아보니 그게 어찌 한심치 아니하리요. 또 국문을 알아보기가 어려운 건 다름이 아니라, 첫째는 말마디를 떼이지 아니하고 그저 줄줄이 내려쓰는 까닭에 글자가 위에 붙었는지 몰라서 몇 번 읽어 본 후에야 글자가 어디 붙었는지 비로써 알고 읽으니 국문으로 쓴 편지 한 장을 보자 하면 한문으로 쓴 것보다 더디 보고 또 그나마 국문을 자주 아니 쓰는 고로 서툴러서 잘못 봄이라. 그런고로 정부에서 내리는 명령과 국가문서를 한문으로만 쓴즉 한문 못하는 인민은 남의 말만 듣고 무슨 명령인줄 알고 이편이 친히 그 글을 못 보니 그 사람은 무단히 병신이 됨이라. 한문 못한다고 그 사람이 무식한 사람이 아니라 국문만 잘 하고 다른 물정과 학문이 있으면 그 사람은 한문만 하고 다른 물정과 학문이 없는 사람보다 유식하고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라. 조선 부인 네도 국문을 잘하고 각색 물정과 학문을 배워 소견이 높고 행실이 정직하면 물론 빈부귀천간에 그 부인이 한문을 잘 하고도 다른 것 모르는 귀족 남자보다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라. 우리 신문은 빈부귀천을 다름없이 이 신문을 보고 외국 물정과 내지 사정을 알게 하려는 뜻이니 남녀노소 상하귀천간에 우리 신문을 하루걸러 몇 달만 보면 새 지각과 새 학문이 생길걸 미리 아노라. [독립신문 창간호 논설을 오늘날 띄어쓰기로 조금 바꾸어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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