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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 최고의 글자를 가지고 있는 문화민족이다. 하지만 지금의 말글생활을 보면 과연 문화민족으로서 긍지는 있는지 걱정스러움뿐이다. 온갖 법률용어는 물론 책과 대중매체는 일본말투, 외래어가 판을 치고 있어 우리말글은 큰 상처를 입고 신음을 하는 중인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해방 뒤 우리는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지만 실효성있는 법률로서의 기능이 부족한 채로 큰 구실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글전용을 지키지 않고, 말글을 더럽히는 일이 벌어져도 이를 고치도록 할 힘이 부족한 절름발이 법률이었던 것이다.
이에 문화관광부는 2002년 10월부터 국어의 보전과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법령의 마련이 절실하다고 보아 국어기본법 제정을 추진했고, 작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어기본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이 법의 시행령을 만들기 위해 국립국어원을 중심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시행령(안)이 만들어졌으며, 5월 안에 입법예고를 하고, 관련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7월 28일 이전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시행령(안)은 한글단체에선 많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4월 30일 오전 10시 30분 국립국어원과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공동 주관으로 국립국어원 세미나실에서 이대로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사무총장의 사회로 "국어기본법 시행령 잘 만들기 이야기 마당"을 열었다. 먼저 남기심 국립국어원장과 이상보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회장, 원로한글인 문제안 선생의 인사말로 이야기 마당이 시작되었다. 남기심 원장은 "그동안은 규범, 규제 등 부정적인 것이 중심이었지만 이젠 이에 대한 반성과 시대적인 요청을 받아들여 국어를 풍부하게 하고, 문화를 진흥시키는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야기 마당 맨 먼저 순서로 국어기본법 시행령을 만드는 책임을 지고 있는 국립국어원 김세중 국어생활부장이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국어기본법의 제정과정을 설명하고, 국어기본법 시행령 작성 과정과 공청회 등 그동안의 상황을 대강 이야기 했다. 또 만들어진 시행령안이 아직도 많이 부족한 만큼 이번 이야기 마당에서 나온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고치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어서 한글문화단체의 의견을 종합한 상명대 국어교육과 최기호 교수의 다음과 같은 발제가 있었다. "시행령(안)이 연구, 조사는 잘 되어있지만 실천하는 부분은 많이 모자란다. 무분별한 외국어의 사용 등에 경고, 견책하는 등의 제재조항이 없다는 게 큰 결점이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하여 대대적 해사를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셰익스피어가 황폐해진 영어를 토박이말로 살려내어 고급영어로 발전시킨 사례를 본받자." 다음에 발언을 한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이광석 교수는 행정과 연계된 실제적인 부분을 짚어주었다. "유관학회와 관계증진을 통해 용어가 일반화되기 이전에 미리 거르도록 해야 한다. 시행령엔 예산 관련 규정이 없다. 시행령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예산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전 국가기관에 국어심의관을 둔다는 것은 엄청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먼저 국무조정실에 국어 전문가 관직을 신설하는 것이 급한 일이다."
"로마자를 제외하고 자국어 자판기, 자국어 주소체계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인 점이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인터넷에 올리면 금방 세계화, 보편화가 될 수 있다. 국어가 인터넷에 살아남을 말글이 되어야 하고, 이에 걸림돌이 없도록 시행령이 고쳐져야 한다. 한글 정보화에 대한 무관심은 죄악이다." 국어순화운동가 이수열 선생은 국어기본법 시행령에 쓰인 말들이 잘못된 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한다. "관계자를 통해서 올바른 우리말로 바꾼 시행령(안)을 보냈는데 전혀 반영이 안 됐다. 우리말글의 기본을 정하는 법률인데 그 안에 쓰인 말들이 잘못된 것투성이라면 이는 큰 문제이다. 쓸데없는 토씨의 사용, 일본말투, 일본식 또는 어려운 한자말 따위는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 '국어심의회'를 활성화하고, 글을 우리 전통 말본에 맞추어 완벽하게 쓸 수 있는 '공인 교열사제' 법제화, 방송인들의 자질 향상책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학술이사이며,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광양고 김두루한 교사는 언론과 교육에 관련된 의견을 제시한다. "우리말을 가꾸고 사랑하는 언론을 지원할 조항이 신설되어야 한다. 또 학교에서 우리말로 학문하는 모임들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자라나는 새 세대에 올바른 우리말 교육이 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교육부와 긴밀한 협조에 의한 올바른 국어교육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한글주간을 만들고, 한글날과 한글주간엔 국가기관과 학교에서 한글에 관한 행사를 꼭 치르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어 보존과 발전을 위한 활동을 하는 학술단체와 시민단체를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지식재단 신승일 박사는 "정보화시대에 한글이 세계에 우뚝 서고, 한류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으며, 임경희 중앙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학술어 문제가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김경희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대표는 "우리말글을 가장 많이 죽이는 언론, 출판계 사람들이 참석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김영명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시행령을 어겼을 때 제재할 수단이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라는 의견을, 홍영호 변호사는 "법률가로서 법, 시행령의 제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김수업 교수는 "교육을 생각하지 않고 시행령을 만들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교육부 등과의 부처간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재들도 관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또 박용수 (사)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은 "남북 말글통일을 염두에 두고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으며, 성우이며, 바른 발음운동을 하는 이종구씨는 "말이 중요하기 때문에 말을 통일시키고, 제대로 정립시킬 수 있도록 하려면 학교에서 올바로 가르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마지막으로 김하수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 부장은 시행령을 같이 만드는 주체로서의 생각을 덧붙였다. "지금 발표된 내용 중 규제와 예산 문제는 우리 스스로도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국회 문화관광위 간사인 한 의원이 문제는 있지만 우선 먼저 제정하고 계속 개정하도록 하자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규제 문제는 규제개혁위원회를 넘어서 통과시키는 것이 문제이다. 국립국어원과 민간단체가 손잡고 같이 일을 해나가길 바란다."
우리 겨레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말글문제가 국어기본법과 그 시행령에 달려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도 시행령의 보완은 늦지 않았고, 더 완벽하도록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의 한결같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국어기본법과 시행령으로 우리말글이 상처받지 않고, 세계에 우뚝 서는 자랑스러운 날이 오기를 기원해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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