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공병우 - 타자기는 1급 전략 무기

한글빛 2005. 5. 13. 22:30
타자기는 1급 전략 무기 공병우 한글문화원장 약 10년 전 내가 미국에서 연구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미국 정부에서 기계식 영문 타자기를 구입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나는 서울에서 영문 타자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 동아기계 주식회사"가 다른 업자들을 물리치고 타자기 수만 대를 납품한다는 사실을 신문을 통해 알았다. 그 당시 나는, 컴퓨터 시대에 기계식 타자기를 국제 입찰로 구입하는 미국 정부의 행동을 의아하게 여겼다. 나는 돈 많은 미국 정부가 쓸데도 없는 기계식 타자기를 구입한 것은 미국 관리들이 상거래에서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저지를 부정 거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구입한 기계식 타자기를 창고에 쌓아 두면 녹슬어 결국 폐물처리 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 무렵 세계는 평화의 길로만 치닫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컴퓨터 시대에 기계식 타자기를 대량 구입하다니! ! 그러나 지난 90년 중동에서 걸프전쟁이 일어났다. 나는 그 때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미국 사람들은 바람이 많고 먼지가 많은 사막지대에서 전쟁을 하기 위해 기계식 타자기를 준비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미국 사람들의 치밀한 전쟁준비에 나는 놀랐다. 그리고 걸프전쟁 때 가장 훌륭한 보도로 큰 명예를 얻은 기자가 기계식 타자기를 사용했다는 기사도 잡지에 공개되었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이 타자기 때문에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 사실을 소재로 영화는 물론 출판물도 나왔다. 또 "Mr, Typewriter(타자기님)"이라는 책에서 저자 '포오크'씨는 끝말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그마한 타자기는 화약무기에 맞먹는 1급 전략무기이다."라고 맺었다. 그런데 우리 군대에서는 윗글쇠를 20%나 더 누르는 가짜 2벌식 타자기로 교육하고 실무에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에 통신과 작전명령에 중요한 무기 구실을 하는 타자기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아직도 속도 빠른 타자기 하나 제대로 선정 못하는 근대를 믿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 나라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199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