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과 국무총리의 골프 비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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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변치 않는 총리를 기대하며...국경일은 경건하게 그 뜻을
기념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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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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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삼일절에 이해찬 총리가 부산에 사는 돈 많은 사람들과 골프를 친 일로 말이 많다. 철도청 사람들이 파업을 해서 건설교통부, 노동부,
검찰과 경찰이 비상근무를 하는 판에 나라 살림을 맡은 최고 책임자가 한가하게 골프를 친 일이 말썽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 총리는
이번 말고도 여러 번 나라에 중대한 일이 있을 때 골프를 쳐서 말썽이 된 일이 있기에 더 말이 많다. 이 말썽에 대해서 이 총리 쪽은 “오래전에
약속한 일이었다. 그게 무슨 큰 잘못이냐?”고 해명하고 있다. 그런데 중대한 사건이 있는데 골프나 친 것도 문제지만, 총리나 공무원들이 국경일을
골프나 치고 등산이나 가는 날로 생각하는 사회 현상이 더 큰 문제이고 잘못임을 알려준다.
어제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 때 김진표
교육부총리에게 한 국회의원이 “총리가 국경일에 골프나 치는 걸 보고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잘못된 게 아니냐?”고 물으니 김 부총리는
“골프는 수백만이 즐기는 대중 운동이다. 평소에 열심히 일한 총리가 하루 골프를 친 것은 사생활이다. 미국 대통령도 골프를 치며 국사를 챙기기도
한다.”며 골프를 친 것을 따지는 사회 현상과 국민이 잘못인 거처럼 말하고 있었다. 김 부총리뿐 아니라 더 많은 장관과 정치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현 집권자들과 나라가 걱정스럽다.
국경일은 그날의 뜻을 경건하게 되새기는
날이 돼야
왜 그런지 말하겠다. 첫째, 국경일은 일요일이나 다른 공휴일처럼 총리가 골프나 치고 사생활을
즐기는 날이 아니다. 총리뿐 아니라 모든 공무원과 학생들과 국민들까지 그 뜻을 되새기며 기념하는 날이다. 내가 학교에 다닌 5, 60년대만 해도
학교에서 기념식을 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많이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전두환 정권 때부터 시작?)인가 국가기관과 공무원은
말할 거 없고 학생들까지 국경일을 노는 날로 생각하고 있다. 마음 놓고 경축하고 즐길 수 없는 슬프고 가슴 아픈 날을 국경일로 정한 것도
문제지만 나라(행정자치부)가 마지못해 기념식이나 한번 하는 꼴로 만든 게 큰 잘못이다. 앞으로 국경일은 그냥 쉬는 날이 아닌 모든 국가기관과
학교, 지방자치단체가 그에 걸맞은 기념식을 하고 경축하는 분위기와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골프는 대중운동이고, 골프를 치는
건 사생활이라는 의식이 잘못이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재산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 누가 뭐라 해도 골프는 돈 없는 사람이 치기 힘든
운동이다. 내가 돈이 있어 골프를 치는 데 왜 말이 많으냐고 말해선 안 된다. 지금 세 끼 때우는 걸 걱정하고 전기,
수도요금을 낼 걱정을 하는 국민이 수두룩하다. 지금 정부도 가난한 사람이 늘어나는 거 때문에 걱정을 하고 그걸 해결한다고 세금을
퍼붓고 있다. 경제 양극화가 어쩌고 하더니 이제 교육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수 조원을 쓰겠다고 한다.
그런데 정치를 이렇게 개떡같이
해서 많은 국민을 더 살기 힘들게 해놓고, 골프는 모두 즐기는 거라며 그를 따지는 국민을 못난이로 몰아붙이는 의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도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과 브로커하고 골프를 치면서 사생활이라고 큰소리치는 태도로는 뻔하다. 나도 골프를 치고 싶으나 돈과 시간이 없어 아직 골프채
한번 만져보지 못하는 처지라서인지 교육부총리 말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셋째, 아무리 미리 약속된 골프치기라도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엔 그 약속을 깨고 나랏일에 신경 쓰는 게 총리의 바른 태도이다. 만약에 나라에 큰 일이 있는데도 총리가 골프 치는 게
즐거웠고 마음이 편했다면 그는 나랏일을 할 자격도 없고 근본이 잘못된 사람이다. 평소에 아무리 일을 열심히 했다고 해도 말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나라와 국민을 생각해서 그 공치기가 즐겁지도 않고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종대왕은 한 백성이 한
사람을 죽인 사건 소식을 듣고 “내가 부덕한 탓으로 그런 사람이 나왔다.”며 자신을 탓했다. 지도자가 그런 태도와 의식으로 나랏일을 할 때
문제가 잘 풀리고 백성이 우러러보게 된다.
국민을 잘 살펴 좋은 일 많이 하는 총리가 되길
바라며
끝으로 14대 국회 때 이해찬 국회의원을 만나 좋은 느낌을 받아서 호감을 가지고 잘 되길 바란 사람임을
밝힌다. 14대 국회 때 나는 국회의원들에게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만들어다 주면서 바꾸라고 건의했다. 그 때 많은 국회의원들이 외면했으나 이
의원은 찬성했었다. 더욱이 그 때 박 아무개 의원은 부모 나이인 한글단체 간부 앞에서 담배를 빼물고 거드름 떠는 것과 이 의원이 허름한
끌신(슬리퍼)에 검소한 옷차림으로 예의바르게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비교하면서 이 의원을 칭찬한 일이 있다. 그 때 내가 한글학회 행사에 와서 한
말씀 해달라고 부탁하니 들어주어서 고마워하면서 그 분이 잘 되고 좋은 일을 많이 하길 바라기도 했다. 그런데 장관이 되고 총리가 되더니 영어
공용어에다가 여러 말썽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고 실망스러웠다.
요즘 여기저기 누리꾼들뿐 아니라 술자리에서도 이
총리에 대한 말이 많다. 어제도 한 술자리에서 어떤 분이 영어 공용어에다가 골프 말썽이나 일으키는 이 총리가 실망스럽다고 하니, 이 총리가
대학생 때 그 학과 선배로서 조교였다는 한 교수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높은 자리에 오르니 눈에 무언가 씌운 거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은 말할 거 없고 호감을 가진 국민을 위해서도 이 총리가 칭찬받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기 위해 좀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 노력 가운데 하나가 영어 망국병 치료에 힘쓰는 일이고 국경일을 단순히 노는 날이 아닌 온 국민이 경축하고 기리는 날로 만드는 일임을
밝힌다. 당신이 어려웠던 옛일을 생각하며 어렵게 사는 국민을 살펴주는 일은 기본이다. 제발 내 눈에 김종필 전 총리보다 더 잘난 총리로 보이게
해주길 부탁한다. 높은 자리를 오래 자주 앉아 있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높은 자리에서 있을 때 좋은 일을 많이 잘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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