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한자 이름패를 고집하는 국회의원 몇 사람

한글빛 2006. 9. 18. 13:06
국회의원 대부분 한글 이름패 사용
몇몇 의원 개인 사정으로 한자 이름패 고집하나 ‘한글 사랑’ 확인돼
 
이대로 논설위원
 

▲16대 국회 때 통합신당 의원들의 한글 이름패 .    ©이대로 논설위원

세상에 한자, 로마자, 일본 글자 등 수많은 글자가 있다. 그런데 그 글자 가운데 가장 좋은 글자, 최신 글자는 소리글자다. 지난 날 많은 사람이 소리글자 가운데에서 영어를 적는 로마자가 좋은 글자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로마자보다도 더 좋은 글자가 우리 글자인 한글이다. 한글이 우리 글자여서 우리 스스로 좋다는 게 아니고 세계에서 이름난 언어학자와 국제기구인 유엔에서도 인정하고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있다.

이렇게 한글을 나라밖에서도 인정하고 있는데 나라 안에서는 그에 걸 맞는 대접을 하지 않아서 빛이 나지 않고 제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우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글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랑스럽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실제는 잘 쓰지 않고 중국 한자를 더 소중한 글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냥 보통 한국인이 그런 게 아니고 똑똑하고 잘 낫다는 정치인, 학자, 돈이 많은 재벌 사장들이 그랬다. 이들 거의 모두가 일본식 한자혼용 말글살이에 길들어서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써야 가장 좋은 거로 알고 있다.

이 한자혼용주의자들도 한글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입으로만 한글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야 모두 헛소리이다. 실제로 한글을 써야 한다. 이름도, 편지도, 신문이나 공문서와 교과서에도 한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사람이름이나 중요한 낱말은 일본식 한자말을 한자로 쓰고 한글을 토씨로만 쓰자고 했다. 그리고 한글만 쓰는 걸 가로막았다. 자기만 안 쓰는 게 아니라 다른 국민에게도 쓰지 말라고 한다.

조선 시대나 일제 식민지시대는 한글을 쓰는 시대가 아니고 한문이나 일본 글을 쓰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한글을 쓰는 한글시대이다. 지금 내가 한글만으로 글을 써도 얼마든지 그 말뜻을 알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런데 일제가 물러간 지 60년이 넘었는데도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는 헛똑똑이 학자들이 있고 정치인이 있다. 그런 무리가 지난 60년 동안 판치고 있어서 우리 한글이 제 힘을 쓰지 못하고 푸대접을 받았다.

한글단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한자혼용단체에 대항해서 한글세상을 만들려고 무척 애썼다. 그 일 가운데 국회의원 이름패를 우리 글자인 한글로 쓰자는 운동을 했고 나는 그 운동에 앞장섰다. 14대 국회 때부터 그 운동을 열심히 한 결과로 16대 국회 때부터 한글 이름패를 쓰기 시작해서 17대 국회에선 90% 의원이 한글 이름패를 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몇몇 의원이 한자 이름패를 고집하고 있다. 지금이 한글시대인데 조선시대나 일본강점기로 착각하고 있는 거 같다.
 
▲국회 정문과 본회의장 정면에 붙어있는 한자로 된 국회 보람(휘장).     ©이대로 논설위원


누가 한글 이름패를 쓰지 않는가

올해 초부터 한자 이름패를 고집하는 의원들에게 왜 한글 이름패를 쓰지 않는지 알아보았다. 노회찬 의원실을 통해 알아본 결과 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모두 한글이었고, 한자였다가 한글로 바꾼 의원이 7명이었고, 한자로 다시 바꾼 의원이 2명이었다.

한글 : 266명(88.9%) =열린우리당 144인 전원, 한나라당 98명, 민주노동당 9인 전원, 민주당 9명, 무소속 6명

한자 : 32명 (10.7%) = 한나라당 29명(공성진, 권철현, 김기춘, 김덕룡, 김명주, 김무성, 김영선, 김용갑, 김재원, 김정부, 김학송, 맹형규, 문희, 박계동, 박종근, 서상기, 안상수, 유승민, 이강두, 이방호, 이성구, 이종구, 이한구, 이혜훈, 장윤석, 전여옥, 최병국, 최연희, 허태열)
민주당 1명(이정일), 자민련 1명(김학원), 무소속 1명(류근찬)

한자에서 한글로 수정 - 7명 = 박근혜(11.12), 이재오(10.10), 임인배(8.31), 홍준표(2.14), 황진하(9.26)  김종인(5.5), 신국환(7.1)

한글에서 한자로 수정 - 2명 = 이혜훈(6.9), 김덕룡(6.7)

왜 한자 이름패를 고집하는가

나는 한자로 이름을 쓰는 의원에게 왜 한자 이름패를 고집하는지 알아보려고 편지를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그런데 3일 뒤에 확인하니 김학원 의원과 이혜훈 의원만 내가 보낸 편지를 읽었고 일주일이 지나도 더 읽은 의원이 없고 아무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자통신시대인데 한자로 쓴 국회의원들은 전자우편을 활용하지 못하든가 이용하지 않는 의원이 대부분이고 누리편지와 누리집도 없는 의원이 있음을 알고 실망했다.

한글 이름패를 쓰는 의원들에 비해 한자 이름패를 쓰는 의원들이 전자통신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의원들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편지를 공개로 올리고 전화로 답변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의원회관으로 찾아가 알아보고 부탁도 했다. 그때 최연희, 김덕룡의원은 불미스런 사건이 있어 누리집과 의원실도 닫은 상태였다.

이렇게 어렵게 부탁했으나 아래처럼 몇 의원만  답변을 하고 나머지는 소식이 없었다. 무언가 자신이 없든가 국민과 한글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 국민의 대표로서 자질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은 답변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답변한 분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 사정으로 한자 이름패 사용하나 '한글 사랑' 확인할 수 있어

전여옥 의원 : 제가 한자로 명패를 쓴 것은 제 개인보다는 저의 아버님(현재 79세)께서 한자로 쓰길 원하셨습니다. 공식적(?)으로는 할아버지께서 지어준 이름인데 사실 저의 아버지가 여러 가지로 고르고 고른 한자로 지은 실제 작명자(?)였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은 제 이름에 무척 애착을 갖고 '한자를 꼭 써야 네 이름은 의미가 전달된다'고 강력히 말씀하셔서 웃으실지 모르나 '효도차원'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저를 낳고 기르신 아버님 소원이니까요  - 글쎄- 다음에 제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때 저의 아버님이 허락하시면 저도 한글로 쓸까 합니다.

이종구의원실 :  이종구 의원실입니다. 동명이인이 많아서, 한글로 쓰면 더 혼동이 되는 것 같아서 한자 이름패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선거 때는 쓴 적이 없습니다. 한글로 바꾸는 것은 생각 중입니다.

안상수 의원실 : 15대 국회의원시절 인천 계양의 안상수 의원(현 인천광역시장 안상수)과 동명이인인 이유로 혼란을 피하고자 한자로 쓰고 있습니다. 명함은 혼란을 피하고자 한문과 혼용해서 쓰고 있으며, 선전 벽보 등에는 한글로 사용하였습니다. 동명이인이 있는 관계로 이에 대한 어려움이 있음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가급적 한글사용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류근찬 의원 : 어떻게 보면 저는 한글전용, 한자병행 사용으로 이어진 우리나라 어문정책의 피해자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제 이름을 한글 표기 시 ‘류근찬’으로 표기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입학할 당시인 1960년대 말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에는 공문서까지 한글로만 쓰는 한글전용 정책에 따라 성씨 표기도 물론 한글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柳씨 종회(문화, 전주, 진주, 하회, 서령, 고흥 柳씨 등)가 ‘柳’를 ‘유’로 표기할 경우 ‘兪씨’나 ‘劉씨’ 등과 구별이 안 되니 ‘柳’를 ‘유’가 아닌 ‘류’로 표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문교부에 냈고, 문교부가 이를 허가함으로써 대부분 ‘柳씨’ 들이 ‘柳’를 ‘류’로 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제 기록은 대학 학적부, 재직했던 KBS의 모든 기록 등에 ‘류’로 표기됐고, 이 기록들이 전산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관공서 공문을 제외한 모든 기록을 ‘류근찬’으로 검색해야만 자료가 나옵니다.

그러다가 1994년 성씨 표기에 두음법칙을 적용하도록 하는 호적예규가 제정되고 2004년 ‘柳씨’는 ‘유’로써야 한다는 대법원의 유권해석으로, 주민등록 등 모든 공문서상의 제 이름이 ‘류근찬’에서 ‘유근찬’으로 바뀌었습니다. 30년 이상 사용해 온 저의 이름이 바뀐 셈입니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가 개원하고 동료의원들이 한글로 명패를 바꾸는 가운데, 한자명패를 고집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한글로 ‘류근찬’이라고 표기하면 그만이지만 법을 만드! 는 국회의원이 법이나 규정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부득이 논란의 여지가 없는 한자표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004년 국회의원 선거 때, 안 그래도 이름을 표기하는 문제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질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다행히 ‘류’씨를 써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줘서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해 유권자들에게도 익숙했던 ‘류근찬’으로 당시 선거를 치렀습니다.

한 가지 일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 1994년 성표기법이 바뀌면서 KBS 앵커였던 당시 뉴스오프닝 자막에 ‘앵커 류근찬’ 대신 ‘앵커 유근찬’으로 내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방송이 나가자 문화, 진주, 전주, 하회 등 류씨 문중으로부터 강력한 항의가 들어왔고, 할 수 없이 한동안 아예 이름을 넣지 않은 채 방송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한글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동료의원에 비해 조금도 덜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밝힙니다.

다만, 본인이 2005년 4월부터 특히 진주 류씨 진양군 종회 회장을 맡고 있고, 종회 일에 깊이 관여하고 계신 어른들이 많은 집안 분위기상 앞으로 명패를 한글로 바꿀 경우 ‘유근찬’으로 해야 하는지요? 그렇게 표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점 양해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혜훈 의원실:  이혜훈 의원께서 한자 이름패를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17대 국회가 개원할 당시 의원실 직원이 이혜훈 의원께 여쭤보지 않고 국회 사무처에 '관행'인 줄 알고 한자 이름을 불러줘서 그렇게 사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음 국회에서 이름패를 만들 때는 한글로 하시겠다는 것이 의원님의 뜻입니다. 참고로 명함 등에는 모두 한글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성진 의원:  중국은 한국의 운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한자교육이 다음 세대의 번영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자 이름패를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미래세대가  세계화에 발맞추어 나아가기 위해서 중국어와 영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봅니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한자에 익숙하지 않다는 의견을 참고해서 그 당시의 선전벽보와 명함에는 한글을 사용했습니다. 앞으로는 한글과 한자를 병용할 생각입니다.

16대 국회에서 한글 이름패 쓰기 시작하다

한글단체와 많은 국민이 지난 60년 동안 국회가 한글로 이름패를 써주길 바라고 건의를 했지만 발벗고 그 운동을 한 것은 14대 국회 때부터다. 14대 국회 때 나와 함께 한글사랑운동을 하는 원광호님이 원주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한글 이름패 쓰기 운동을 활발하게 했다.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회장 안호상)에서 국회의장에게 한글 이름패를 쓸 것을 건의했으나 듣지 않아서 성금을 모아 299명 모든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만들어 주면서 쓰라고 했으나 받지도 않았다.
 
▲14대 국회 때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회장 안호상)이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만들어 주었으나 받지 않아 원광호 의원에게 전달하는 사진: 국회에서 받아주지 않아 몰래 사과상상자에 담아와 필자가 즉석에서 글을 써 전달했다.     ©이대로 논설위원

15대 국회 때도 또 건의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16대 국회 때 한글날 국경일 제정운동을 하면서 다시 한글 이름패 쓰기 운동을 했고,2003년 10월 9일에 열린우리당의 전신인 통합신당(원내 대표 김근태)이 소속 국회의원 모두의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겠다고 하면서 국회는 원하는 국회의원에겐 한글로 바꾸도록 했다. 2004년 2월 19일자로 국회 사무처에 확인해보니 114명이 한글로 이름패를 바꾸었었다.

한글단체는 17대 국회에 문을 열자마자 국회와 각 정당에 한글 이름패를 쓸 것을 또 건의했다. 그 결과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264명이 한글 이름패를 사용함으로써 88%가 한글로 이름패를 달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모두 한글로 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무소속 의원 가운데 34명만 한자로 썼다. 이제 한글 이름패 세상이 되었다.

한글사랑은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한글을 써야 한다. 일찍이 세종대왕님은 "온 백성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글로 쓰도록 쉬운 우리 글자를 만드니 모두 즐겨 쓰라."라고 말씀하셨다. 한글 임자인 우리 스스로 한글을 쓰지 않고 빛내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일본이나 중국, 미국 사람이 하지 않는다. 우리가 한글을 즐겨 쓰고 빛내야 한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인 우리의 한글을 잘 부려 써서 우리 자주문화, 한글문화를 창조해 후손에게 물려주고 온 세계 문화발전에서 이바지하자. 국회의원 이름패는 말할 것 없고 국회와 정부 안에서 쓰는 공문서와 명함에도 쉬운 우리 글자인 한글로만 쓰자. 그렇게 할 때 한글문화가 꽃피고 더 잘 사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지방자치의회인 경기도의회와 인천시의회는 오래전부터 한글 이름패를 쓰고 있으며, 올해 서울시의회와 동대문구의회도 모든 의원의 이름패를 한글로 썼다. 지난해 국회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통과한 국회답게 이번 한글날엔 모든 국회의원이 한글 이름패로 바꾸고 국회 깃발과 정문, 본회의장 정면에 붙어있는 한자로 된 보람(휘장)을 한글로 바꿔 써 주길 간절히 바란다.



이대로
이대로 참말로 논설위원은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학생회 창립 초대 회장
1990년 한말글사랑겨레모임 공동대표
1994년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회 조직위윈장
1997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2000년 한글세계화추진본부 상임이사(현)
2004년 한글날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사무총장
2005년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2006/09/18 [07:14]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