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한말글 이름의 날 선포식 소식

한글빛 2007. 5. 9. 22:42
밝은 누리’에서 ‘금난새’까지
‘한말글 이름의 날 선포식’...5월 8일 법정기념일 추진
 
이철우 기자
 
▲‘한말글 이름의 날 법정기념일 추진위’는 5월8일 한글회관 얼말글교육관에서 <한말글 이름의 날 선포식>과 ‘기념발표회’를 진행했다.     © 이철우 기자
 
“우리 민족은 말은 있으되 글자가 없어 한자빌어적기(차자)를 해왔습니다. 활 잘 쏘는 사람(주몽)·밝은 누리(박혁거세)·이가 많은 분(유리니사금)·알을 토한 분(탈해)·거칠마로:용감한 분(거칠부) 등 지배계층도 처음에는 한글이름을 썼습니다”
 
김두루한 상명대 강사는 5월8일 ‘한말글(토박이말+한글) 이름의 날 법정기념일 추진위원회’ 주최로 한글회관 얼말글교육관에서 열린 ‘한말글 이름의 날 선포식’ 기념발표회에서 <한말글 이름의 역사와 실태>를 발표하여 한글이름의 역사와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우선 이름에는 신분제가 반영되었다고 지적했다. 계층에 관계없이 한글이름을 써왔지만, 고려 이후 지배계층은 한자식 이름을, 여자를 포함한 피지배 계층은 한말 이름을 지는 일이 본격화되어 한자가 인간차별의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한글이 만들어졌지만 이름 짓는 방식(상류층 한자식, 하류층 한글이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그것 자체에 한글이름과 그 이름을 쓴 사람들을 천대해 왔음을 알 수 있다.(강아지·밤톨이·모질이·맷돌이·개똥이·설마·무길이 등)

‘성씨’ 또한 널리 쓰이지 않다가 본격으로 쓰인 것은 고려 무종9년(1044)에 성이 없는 사람은 과거에 급제할 수 없다는 ‘봉미제도’를 시행해 성이 보편화 되었다. 또한 누구라도 성과 본을 가지도록 법제화된 것은 1909년 민적법 시행부터다.
 
그는 일제식민지 시절이 성씨 역사의 최대수난기라고 지적했다. 1939년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 정책으로 실시된 창씨개명이 강요되면서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고치라는 요구에 따른 사람이 전체 국민의 80%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우리겨레는 일본식 두 글자 씨를 만들면서도 토박이 씨와 본관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김해 김씨는 김해-가네우미로, 광산 김씨는 광산-미써야마로, 평산 신씨는 평산-히라야마, 전주 이씨는 전주-리노이에·구니모또·미야모또 등으로 고치는 식이다.
 
그는 또한 광복이 되었지만 곧바로 분단으로 이어지고 ‘남한사회’에서 친일파가 지배·기득권층이 되면서 일제치하 모순이 새로운 모순으로 바뀌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측이 국한문혼용을 시작하고 있을 때, 북측은 49년부터 국가정책으로 일상생활에서 한자사용을 폐지하고 이름을 외래문자로 표기하지 않았다. 또한 북측은 고유어로 이름 짓기로 권유하고 이름 짓기를 어휘론과 조어법의 한 분야로 수용, 학문을 체계화하고 있다.
 
한편, 해방 이후 남측에서 최초로 호적에 ‘한글 이름’이 들어간 사람은 음악가인 ‘금난새’(뛰어난 새·나는 새)로 아버지 ‘금수현’(김수현) 씨가 47년 9월25일에 올렸다. 그 이후 한글이름으로 호적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그 가운데 최초는 1979년 밝(박)한샘이다.
 
그는 한말글 이름 짓기의 장점으로 부르는 소리가 부드럽고 쓰기 쉬우며, 떠올리기 좋고, 뜻을 담기 좋고, 줄여 다듬을 수 있으며,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예슬(예쁘고 슬기롭게)·훤눌(훤한누리)·난새(나는 새)·봄들(봄의 들)처럼 ‘줄기합치기’도 가능하며, 한자말 이름 짓기의 두자 틀 위주에서 벗어나 푸른나래·보리나·별 등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말글 이름 짓기는 단순한 한글쓰기를 주장하는 좁은 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며, 반만 년 우리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나됨(정체성)을 찾는 지름길이며 겨레슬기(한글이름의 창의성)를 기르는 문화 활동임을 강조했다.

발표회는 배우리 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우리이름이 길 이름에 되살아난다), 김정수 한양대 언어학 교수(한말글 이름의 가치와 짓기), 밝한샘 한글이름펴기모임 으뜸빛(한자로 된 성과 이름 뜯어 고쳐야)의 발표와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의 토론, 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표회에 앞서 ‘한말글 이름의 날 법정기념일 추진위원회’는 <한말글 이름의 날 선포식>을 열어 법정기념일 지정을 촉구했으며, 법정기념일 지정을 위한 100만 사람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서명은 누리집이나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누리집(www.hanmal.pe.kr)에서 가능하며, 이후 서명을 모아 정부에 청원서를 낼 계획이다.

* 왜 5월8일인가?

이들이 5월8일을 ‘한말글 이름의 날’로 정한 것은 40년 전인 67년5월8일 있은 ‘첫 번째 고운 이름 뽑기’시상식에서 비롯된다.

서울대학교 국어운동학생회(67년3월16일 창립)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고 쉬운 한글만을 쓰는 국어운동 첫걸음으로 ‘내 이름 한글로만 쓰기’와 ‘새 이름 토박이말로 짓기’를 국민에 호소하는 뜻에서 ‘고운 이름 뽑기’를 시작해 86년까지 17차례 진행했다.

한글이름펴기모임과 한글학회 등은 이후 행사 취지를 이어받아 십 여 차례 행사를 벌여온 바 있으며, 이날을 국어운동을 처음 공식화한 날로 기념하기에 이른 것이다.
2007/05/09 [10:32]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