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단체들, 노원구청 영어간판 의무시행 중단 촉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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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열어 ‘영어 사대주의’ 비판...철회 요청서 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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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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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단체들은 4월 30일 노원구청이 추진하는 '영어간판 의무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말글문화협회 문제안 회장, 한글문화연구회 박용수 이사장, 외솔회 박대희 이사,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이대로 공동대표, 한글학회 유운상 사무국장,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차재경 이사, 한글문화연대 정재환 부대표 들 20여 개 한글문화단체 대표들은 이날 오전 노원구청 앞에서 한글문화연대(대표 고경희)가 주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노원구청이 거리 간판에 한글과 함께 영문을 강제로 쓰게 하는 시행규칙 강행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글단체 대표들은 “우리나라 거리의 간판에 외국어 문자를 의무로 병기하도록 한 시행규칙은 위법”이라며 “불법광고물을 정비한다는 구실로 한글만 쓴 간판을 단속하겠다는 강제 조항을 넣은 것은 한국 정부기관으로서 줏대 없는 영어 사대주의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영문 표기 간판 의무시행규칙을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한 후 ‘철회 요청서’를 이노근 노원구청장에 전달했다. 한글단체의 ‘시행 과정에 여론을 제대로 들었는지와 어떤 법과 규정에 근거를 두고 그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구청 측은 “간판에 영문을 쓰자는 것은 구민이 잘살게 하려는 것”이라며 “충분히 여론을 듣고 심의회의 자문을 받고 결정했으므로 시행 절차나 법규 위반은 아니다. 외국인이 이곳에 왔을 때 외국 글자로 간판이 되었으면 좋아할 것이다.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이대로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사무총장은 “시행 절차와 형식이 잘못되었기에 안 된다는 게 주된 방문 목적이 아니라 영문 표기 강제 조항이 우리말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왔다”며 “이 일은 단순히 영문 간판을 달아서 돈을 몇 푼 더 벌 수 있다는 문제를 넘어서 전국에 불고 있는 영어 열병을 부채질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에 철회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원구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과 온 나라와 겨레의 문제”라며 “우리말 독립을 방해하는 것은 역적행위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라”라고 경고했다. 이날 노원구청은 바닥에 대리석을 까는 등 구청 청사 현관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현관에 들어서니 정면에 영문으로 "hi seoul"이란 서울시 영문구호가 크게 써 붙어있고 구청장 접견실에 들어가니 마찬가지로 정면에도 그런 영문구호가 크게 붙어 있었다.
구청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과 구청장을 만나 회의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문 구호를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노원구나 구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외국 글자를 보고 좋아할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혀서 우리말과 우리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풍경을 본 한 한글단체 대표는 "이 분위기에서 밤낮 생활하는 노원구청장과 노원구 공무원들이 영어에 노예가 될 수밖에 없겠다. 이런 속에서 그런 정책이 나오고 강행하는 게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한 거 같다. 구청을 방문하는 사람들까지 영어 노예로 만들려고 아까운 세금을 이런 식으로 쓰다니 한심하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과 전혀 다른 의식 속에서 살고 있었다. 이들은 “노원구청 공무원들이 우리나라의 공무원인지 의심이 간다”며 “영문 간판만 쓰면 돈을 많이 벌고 세계화인 줄 착각해서 우리 말글은 보이지 않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말과 얼을 지킬 강력하고 분명한 법과 규정을 만들지 않으면 우리 말글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노원구청 공무원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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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서울 노원’이란 영어 구호가 구청 현관과 구청장실과 거리에 가득하다. ©이대로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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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안 회장과 이대로 대표가 노원구청 담당 공무원에게 철회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대로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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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2 [11:19] ⓒ참말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