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한글은 손전화에서도 그 과학성이 증명되었다.

한글빛 2007. 12. 8. 21:05
최고의 과학문자 '한글', 휴대전화서도 입증
[수필-한국인의 엄지는 위대하다] 24개의 자음과 모음의 조화
 
박상기 기자
 
지하철 옆자리에 한 여학생이 앉았다.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 쯤 되어 보인다. 앉자마자 휴대폰을 꺼내더니, 문자메시지를 날린다. 자판을 누르는 두 손의 엄지손가락이 눈부시게 빠르다.

200자 원고지 반 장 정도의 메시지를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낸다. 그걸 보낸 다음 다시 시작한다. 다른 친구에게 보내나보다. 보내고 나더니 또 시작이다. 좁은 휴대폰 자판을 누르는 학생의 손이 모이를 쪼는 방앗간의 참새 같다.

요즘 두 고교생이 한국을 즐겁게 하고 있다. 수영의 기린아 박태환 군과 은반의 요정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양이다. 내년 북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예약해놓은 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만일 올림픽 종목에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 보내기' 종목이 있다면 단연 우리 학생들이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독식할 것 같다. 옆에 앉은 학생도 메달감이 아닐까. 각 나라 100명의 청소년들에게 성경의 <주기도문>을 각각 자기 나라 언어로 치게 하여 평균 시간을 잰다면..... 학생의 손놀림을 구경하다가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문자를 찍냐?"
"우리 반에 나보다 더 빠른 애들 많아요."


"그래? 니도 귀신 같은데...."
"에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네요."
"세종대왕께 감사해야겠다."
"왜요?"


문자는 빨리 보내도 말귀는 빨리 알아듣지 못하는 디지털 세대답다. 저희들이 세종대왕 때문에 '행복한 엄지공주'임을 알지 못한다. 지하철에서 학생에게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므로, 여기에 그 까닭을 풀어놓는다.

24개의 자음·모음만으로 컴퓨터와 휴대폰의 자판 내에서 모든 문자 입력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자는 한글뿐이다. 한글로 5초면 되는 문장을 중국, 일본문자는 35초 걸린다. 한글의 입력 속도가 일곱 배 정도 빠르다는 얘기다.

중국인이 컴퓨터 자판을 치는 모습을 보자. 3만개가 넘는다는 한자를 어떻게 좁은 자판에 다 깔아놓을 수 있을까? 한자를 자판에 나열하는 게 불가능해 중국어 발음을 먼저 영어로 모사(한어 병음)해 알파벳으로 입력한 다음에 단어마다 입력키를 눌러야 화면에서 한자로 바뀐다.

또 같은 병음을 가진 글자가 20개 정도는 보통이다. 그 중에서 맞는 한자를 선택해야 한다. 타이핑을 많이 하는 전문직 중국인들은 한자의 획과 부수를 나열한 또 다른 자판을 이용한다. 자판을 다섯 번 눌러 글자 하나가 구성되므로 오필자형(五筆字型)이라고 한다. 속도는 앞 방법보다 훨씬 빠르지만 익히기 어려워 일반인은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일본인도 비슷하다. 컴퓨터 자판을 보면 역시 알파벳이다. 일본인들은 '世'를 영어식 발음인 'se'로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법을 쓴다. 각 단어가 영어 발음 표기에 맞게 입력돼야 화면에서 가나 문자로 바뀐다. 게다가 문장마다 한자가 있으므로 쉼 없이 한자 변환해야 한다. 일본어는 102개의 가나를 자판에 올려 가나로 입력하는 방법도 있지만 익숙해지기 어렵다.

이러니 인터넷 친화도가 한국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언어를 여러 가지로 사용하는 국가들은 입력방식 개발부터 골칫덩어리다. 한글이 '디지털 문자'로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문자임을 바로 실감하게 된다. 세종은 수백년 뒤에 올 정보통신 시대를 예상하고 문자를 만들지 않았나 착각이 들 정도이다.   



박상기 기자는 고려대 불문과 졸업.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새>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20여년 동안 언론계에서 활동하며 월간 <한국인>과 주간 <시사저널>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작품으로 <홍수의 밤> <사해> <대기발령> <밤꽃> 등 20여 편의 중, 단편을 발표했으며, 작품집 <서울피라미떼>가 있다.   


2007/12/02 [10:00] ⓒ참말로
 
이대로 드림 이대로 07/12/08 [20:56] 수정 삭제
  박 선생님, 안녕하실 줄 압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알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 쓰셨습니다. 저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는데 박 선생님이 잘 쓰셨으니 퍼다가 여기 저기 읽게 하겠습니다. 저 지금 중국에 있습니다. 중국 대학생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년 전 중국에서 정보통신 학술회의를 하는 데 셈틀 전문가란 한 중국 동포 교수가 이제 한글이 한자보다 입력이 빠르다는 말을 안하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말씀하신 오필자형식으로 하면 진짜 한글보다 빠른가 봅니다. 그래서 그 때 코가 좀 빠졌는데 지금 중국에서 보니 교수라는 이들도 병음으로밖에 쓰지 못해 아주 느렸습니다. 오필자형은 아무나 쉽게 익혀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많이 쓰는 간체자나 한자 몇 천자는 쓸 수 있지만 수만자는 그렇게 빨리 익혀 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한글보다 빠를 리가 없을 것입니다. 며칠 전에 내가 한글 타자를 보지도 않고 따따따따--- 하면서 빨리 글을 쓰는 것을 보고 연변 출신 교수가 "와 ! 어떻게 그렇게 빨리 칠 수 있는가?"라며 감탄했습니다. 그래서 한글은 이렇게 치기 쉽고 재미있으며 한국 사람 거의 이렇게 글을 쓴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한 일이 있습니다. 덕분에 기분 좋았습니다. 추운 날씨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기 바라며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