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한자교육추진연합회 궐기대회 비판

한글빛 2009. 5. 22. 02:41

한자 부활 운동하는 조순, 조갑제님들 주장을 따진다.
어째서 한국의 지식인, 기득권층은 한글을 짓밟을까?
 
이대로 한글 운동가
교육추진총연합회(이사장 진태하)는 지난 2009년 5월 14일에 서울 수운회관에서 “역대 국무총리 전원이 정부에 건의한 한자교육 촉구 대강연회”를 한 일이 있다. 이날 전 경제부총리 조순, 전 고려대총장 홍일식, 조선일보 기자 조갑제님과 몇 사람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아래와 같은 광고문이 크게 났지만 바쁜 일이 있어 가보지 못했기에 어디 신문에라도 그분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 보도된 게 있을까 찾아봤더니 아무 신문에도 그 궐기대회 보도가 없었다. 전 같으면 여기 저기 보도되었을 터인데 이제 별 관심이 없는 거 같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가 낸 한자교육 촉구 궐기대회 광고문. 많은 분이 보라고 사진을 올린다.

그래서 그 행사를 주최한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누리집에 가보았더니 그 행사의 광고문과 국무총리를 지낸 이들의 한자교육 촉구 건의문을 알리는 보도자료만 있고 강연 내용이 없었다. 그래도 궁금해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조갑제 기자님의 누리집에 조순 선생과 자신의 강연 글이 있고 다른 사람들의 것은 없었다. 아마 다른 이들의 강연은 별 게 아니어서 두 분의 글만 올린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두 분의 주장도 내가 보기엔 억지소리요 엉터리였다. 왜 그렇게 보였는지 두 분이 주장한 것 가운데 몇 가지만 따져보련다.

먼저 조갑제님의 주장을 따져보겠다. 그는 "한글專用정책이 좌익 量産"이라는 제목아래에 “ 한글專用의 확산을 저지하는 길이 국가정상화의 길이다. 한글 전용을 저지하여야 선진화가 이뤄진다. 좌파득세와 한글전용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두 가지 장애물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닢처럼 연관되어 있다. 좌파가 한글전용을 확산시키고, 한글전용이 좌파가 득세할 수 있는 천박한 문화적 풍토를 만들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북한이 한글전용 정책을 먼저 시행했다고 그런다면 억지소리다. 한글전용주의자는 모두 좌익세력이라는 말투인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조갑제 선생이 좋아하는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은 한글전용정책을 강력하게 편 분들이다. 그럼 그 분들도 죄익 세력이란 말인가? 내가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40년이 넘게 한글전용운동에 앞장서면서 모시고 배웠던 최현배, 허웅 한글학회장이나 안호상, 공병우, 한갑수, 전택부,문제안, 김동길 선생님들이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걸 본 일이 없다. 내가 보기 모두 조갑제님과 같은 보수주의자들이었다. 돌아가신 분들은 몰라도 지금 살아있는 분들과 한글전용 대표단체인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회장들을 만나보고 그런 말을 하시기 바란다. 한글전용주의자는 모두 좌익세력이라는 등식은 전혀 맞지 않는다.

그리고 한글전용을 저지해야 선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소리는 오히려 그 반대인데 거꾸로 말하고 있다. 한글전용이 문맹을 없애고 국민 지식수준을 높여주어서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빨리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정보통신 선진국이 된 것도 한글 덕이란 것은 어린 학생들도 아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노인들은 조 선생님의 이런 선동에 넘어갈지 모르지만 젊은이들은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코웃음 칠 말씀이다. 

조갑제 선생님은 "漢字말살 신문사 상대로 不買운동해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漢字-한글혼용에 의한 한국어 정상화 운동은 정치적으로, 공격적으로,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한글전용하는 신문과 출판물에 대하여는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 한국어의 파괴를 걱정하는 기성세대는, 한글전용으로 한국어를 파괴하는 데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을 낙선시키는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의 뿌리가 잘려나가면 깊은 생각을 유도해야 할 언어가 요란한 소리로 변질된다. 소리는 언어가 아니다. 언어의 암호화, 소리화를 촉진하는 한글전용은 언어파괴이고 정보전달과 思考기능의 파괴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 한겨레신문을 겨냥해서 한글전용을 하는 신문은 사보지 말자고 한 거로 보이는데 이 또한 착각이고 큰 실수다. 지금 한글전용을 안 하는 신문이 없다. 조선일보도 가끔 한자를 몇 자 섞어 쓰지만 사실상 한글전용이다. 그런데 한글전용을 하는 신문을 사보지 말자니 아무 신문도 이번 강연회 기사를 안 낸 거 같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출마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알림글을 한글로 쓰고 있다. 한자혼용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럼 그들 모두를 떨어지게 한단 말인가? 한글을 못 쓰게 겁주는 말일 뿐이다. 본래 말은 소리요 글은 그 소리를 기호로 적은 거란 걸 모르고 소리글자인 한글을 안 된다고 하는 말씀으로 보인다. 한국인이 한국의 글자인 한글을 쓰는 건 당연할 일이고 시대 흐름이다. 이걸 거스르고 옛 중국 한자를 쓰고 일본식 한자혼용 생활을 하자는 이들이 잘못임을 왜 모르는가.

이제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주장을 따져보자. 조순님은 "한글專用이 확산되어 反지성적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한글專用으로 얻은 것은 경박함이고 잃은 것은 문화이다"고 말하였다. 趙 박사는 "한글전용으로는 知性을 만들지 못한다. 知性이 없으면 文化를 만들 수 없다. 문화를 만들 수 없는 나라는 망한다. 경제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 語文정책이다. 한글전용론자들이 漢字를 구축하였다고 생각하나 실은 한글을 쫓아내고 있다. 아파트 이름 등 생활어에 영어가 대거 등장하여 한글을 몰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趙 박사는 한글전용으로는 人文學뿐 아니라 과학도 불가능하다. 漢字문화권인 東北亞가 세계의 중심적 문화권이 될 것인데, 한국만이 漢字를 버린다면 앞으로 미아가 되고 말 것이다. 적개심, 애국심, 콤플렉스가 그들의 맹목적인 생각의 바탕이 된 것 같다. 李明博 대통령이 語文정책을 바로 세운다면 다른 정책에서 실패하더라도 역사에 남을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딱한 분이다. 나는 이 분이 이런 분임을 2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20년 전 나는 이 분이 깨어있는 서울대 경제학 교수인 줄 알고 그가 한국은행 은행장이 되었을 때 “국가기관의 현판과 기관장의 직인은 한글로 쓰게 되어있다. 모든 국가기관의 현판은 한글인데 한국은행만 아직까지 ‘韓國銀行’이란 한자현판을 달고 있다. 깨어있는 조순 은행장님께서 개선해 주기 바란다.”는 건의를 보냈더니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한글날까지 바꿔달지 않으면 그대로 두지 않겠다고 다시 편지를 했는데 1년도 안 되어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물러나서 다음 한글날에 새로 온 은행장님에게 건의해 ‘한국은행’이란 한글 현판으로 바꾸어 달게 한 일이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학자요 교육자라면 일본식 한자말을 그대로 베껴서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고 쉬운 우리말로 그 원리를 가르치려는 고민을 해야 옳다. 더욱이 진짜 경제학자라면 배우고 쓰기 쉬운 한글이 얼마나 경제성이 높은 글자임을 알아야 한다. 45년 전 내게 경제원론을 가르친 교수님은 경제원론책을 한글로만 썼으며 한글은 경제성이 높은 글자라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조순 교수님이 쓴 경제원론 책을 읽고는 ‘경제’란 말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마치 일본 책을 읽는 거처럼 설명이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분은 한번 조순 교수님이 쓴 책을 보고 경제란 뜻을 설명해 주기 바란다.  

그런데 이 분은 일본 한자말로만 경제와 과학과 학문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 거 같다. 거기다가 오늘날 영어가 판치는 것까지 한글전용에 뒤집어씌우는 억지까지 부리니 기가 막힌다. 일제가 물러간 뒤 우리가 우리말을 도로 찾아서 쓰고 우리 글자인 한글을 쓰자는 것이 일본에 대한 적개심, 애국심, 콤플렉스란 맹목적 생각에서 나온 잘못이라니 할 말이 없다. 우리 지도층, 지식인들의 정신 상태와 수준과 인격이 어떤지 나타나는 본보기다. 

지난날 영어 바람이 일려고 시작할 때부터 한글단체는 영어 숭배 정책을 막으려고 강연회도 하고 항의도 하고 거리 서명운동도 했다. 1인 시위도 했다. 그러나 조순 선생과 한자단체는 영어 바람을 막으려고 무엇은 했는가? 오히려 한글이나 짓밟으려는 궐기대회나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글전용 정책만 막으면 다른 정책은 실패해도 좋다는 주장은 제 정신으로 하시는 말씀인지 알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할 거 없고 우리 겨레와 나라까지 망칠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쓰는 한자를 버리면 동북아의 미아가 된다는 것도, 학문을 할 수 없다는 것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씀이다. 중국은 우리가 쓰는 옛 한자를 버리고 간체자를 만들어 쓰고 있으며 모두 제나라 말글로 자주 학문을 꽃피우고 있다. 이제 중국이나 일본식 한자말을 고집하지 말고 토박이말을 살려 쓰고 학술 용어도 우리식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을 할 때이다.

이제 근거 없는 선동 발언은 그만하시기 바란다.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이용해 한글을 짓밟고 있다. 일제의 한자혼용 교육과 말글살이에 길든 사람과 그 자제들 가운데 기득권 세력과 보수세력이 많다고 그들을 선동해 한글세상이 안 되게 하려고 발버둥치는 거로 보인다. 한국인이 한국말과 한글을 사랑하고 즐겨 쓰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자기 고집과 자기 지식에 사로잡혀서 한글을 짓밟고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게 대단한 애국운동인 줄 아는 망상에서 벗어나시기 바란다. 이제라도 더 이상 한글을 더럽히는 일에 나서지 않으시는 게 지금까지 누린 특혜와 명예를 지키는 일임도 깨달으시면 좋겠다. 이제 제발, 좌우니 진보니 보수니 싸움에 희생되는 사람도 없고 그걸 이용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다.

2009/05/21 [23:05] ⓒ unify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