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해야 할 까닭

한글빛 2010. 7. 27. 16:59

기고]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써야 할 까닭 / 이대로
한겨레
»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문화재청은 새로 짓는 광화문 현판을 110년 전 한자 현판 사진을 일본에서 구해다 보고 비슷하게 디지털 짜깁기 방식으로 만들어 달 것이라고 발표했다. 21세기 한글시대에 그런 식으로 만든 한자 현판은 모조품이며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고 역사상 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 국민의 큰 관심사인 광화문 현판 글자를 국민은 무시하고 문화재위원 몇이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도 큰 잘못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왜 그런지 밝힌다.

첫째, 한글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이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한글은 경복궁 안에서 세종대왕이 만들었으며, 광화문이란 이름도 세종대왕이 지었다. 오늘날 한글문화를 꽃피우는 일은 시대사명이고 국민의 꿈이다. 한글시대에 그 광화문을 새로 지으면서 한글로 현판을 달 때 세종정신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문화재로서 한자 현판보다 수천배 가치가 더 크다.

둘째,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의 중심이고 서울의 얼굴이다. 앞으로 수천년 뒤에도 우리 후손과 외국인이 찾을 것이고 사진을 찍고 관광을 할 것이다. 한자 현판은 나라의 얼굴과 세종정신에 먹칠할 것이다. 한글 현판은 광화문과 경복궁이 상징하듯 위대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정신이 어린 곳을 보여주는 표시로서 천마디 말보다 상징 효과도 크고, 관광객들을 크게 감동시킬 것이다. 우리가 세계 으뜸 글자를 만든 문화민족이고 문명국가임을 알리는 광고 효과도 대단히 커서 나라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다.

셋째, 우리가 왜 광화문 앞마당에 세종대왕 동상을 세웠는가! 세종대왕은 우리 역사에서 한글을 만드는 등 훌륭한 업적을 가장 많이 남긴 분으로서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조상이기에 고마워하면서 그 정신을 되새기고 자랑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세종대왕 등 뒤에 한자 현판을 다는 것은 세종대왕과 한글을 모독하는 짓이다.

넷째, 많은 사람이 한글은 훌륭한 글자라고 말하면서 한글이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잘 알지도 못하고 나라에서도 그곳에 아무 표시도 해놓지 않았다. 경복궁 안 어디에도 없고, 경복궁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후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고 인류문화 발전도 거스르는 일이다. 한글 현판이 세계 으뜸 글자가 태어난 세계 문자문화 성지가 경복궁임을 알려주는 알림판이고 표상이 될 것이며 날마다 국민이 보면서 기운을 얻을 것이다.

다섯째, 문화재를 복원하는 목적은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외국인에게 문화국가임을 자랑하려는 게 아닌가! 예정보다 앞서 8월15일에 준공하는 이유가 경술국치 100돌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외국인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란다. 외국 정상들에게 세계 으뜸인 제 나라의 글자를 천대하고 남의 글자나 섬기는 못난 나라란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 한글이어야 한다. 외국 정상들이 한자 현판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상상만 해도 낯이 뜨겁다. 차라리 준공을 늦추어라.

여섯째, 광복 뒤에 경복궁을 지을 때 이름인 ‘한양’이나 일제강점기 때 이름인 ‘경성’이란 지명을 버리고 왜 ‘서울’이란 우리말 이름으로 바꾸었는지 그 의미를 아는가? 대원군이 광화문을 재건하고, 고종이 우리 글자를 ‘국문’이라 부르고 쓰게 한 뜻이 무언지 아는가? 우리 말글을 살리고 자주국가를 만들려는 시대정신을 담아서 떳떳하게 살려는 움직임이고 표시다. 새로 짓는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다는 것은 오늘 시대정신을 나타내고 국운 상승을 부채질하는 일이다.

세종대왕이 오늘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의 동상 등 뒤에 한자 현판을 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한글 현판은 겨레와 나라의 품격과 관광자원 가치를 높여준다. 한글문화를 꽃피게 해서 부강한 선진국을 만들어줄 것이다. 문화재청장은 한자 현판 만들기를 당장 그만하고 세종대왕 때 훈민정음 글꼴로 현판을 만들어 달라! 그래야 나라가 살고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