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13. 우리 말글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은 ‘한말글’이다

한글빛 2013. 9. 9. 04:53

13. 우리 말글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은 ‘한말글’이다


이 대 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우리 글자 이름은 ‘한글’, 우리말 이름은 ‘한말’이고, 우리말과 우리 글자를 묶어서 부르는 이름은 ‘한말글’이다. 그런데 ‘한글’이란 우리 글자 이름은 모두 알지만 ‘한말’이란 우리말 이름과 ‘한말글’이란 이름은 아는 사람이 적다. 그래서 “한글, 한말, 한말글”이란 이름의 참뜻과 발자취를 밝힌다.
먼저 ‘한글’을 살펴보자. ‘한글’이란 이름이 공식으로 쓰인 것은 주시경 선생이 대한제국 때인 1908년에 만든 ‘국어연구학회(한글학회 처음 이름)’란 이름을 1913년에 ‘한글모’로 바꿔 부른 것이다. 1910년 일본제국에 나라를 빼앗겨서 우리말을 ‘국어’라 못하고, 우리 글자를 ‘국문’이라고도 할 수 없게 되어서 그 모임 이름을 1911년에 ‘배달말글몯음’이라고 바꿨다가 1913년에 ‘한글모’로 바꾸었다.


그 까닭은 그 때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우리 글자를 “언문, 암글”이라면서 업신여기며 중국 한자를 더 섬기고 있었기에 이참에 우리 글자에 떳떳한 이름을 지어 우리 말글을 살리고 지키자는 생각에서 그랬다. ‘한글’이란 말뜻은 “한겨레의 글, 으뜸글”이란 뜻이다. 그 때 같은 뜻으로 우리말은 ‘한말’이라고 지었다.


그런데 한글이 빛나야 우리 겨레와 우리말이 살고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국어연구학회’란 모임 이름을 한자말로 바꾸지 않고 토박이말로 지어서 ‘한말모임’이라고 안 하고 ‘한글모임’을 줄여서 부르기 좋으라고 ‘한글모’라고 한 것은 ‘한글’이란 새 이름을 내세워 우리 글자를 살리자는 간절한 뜻이었다.


그런데 1914년에 이 일에 앞장 선 주시경 선생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한글모’ 활동이 식었다가 1921년에 ‘조선어연구회’로 이름을 바꾸어 다시 활동을 힘차게 하였다. 그리고 1926년에 우리 글자를 살리자고 ‘가갸날’을 만들었는데 ‘한글’이란 이름을 알리자고 1927년에 ‘한글’이란 모임 학술지도 내고, 1928년에 ‘가갸날’도 ‘한글날’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 때까지도 우리 글자 이름이 ‘한글’이고 우리말 이름이 ‘한말’이란 것을 아는 사람이 적었다. 그래서 1930년 11월 19일 동아일보 4면 한글날 특집호에 조중현님은 아래 동요를 썼다. ‘한글’과 ‘한말’이란 새말을 알리자는 뜻이었다.

제목 : 한말과 한글 - 구월 이십 구일(훈민정음 반포 484주년)을 맞으며-
방실방실 어린이 재미스럽게 “말이 뛴다. 소 뛴다.” 말은 하여도, 하는 이말 이름을 모른다 해서 ‘한말’이라 이름을 일러 줫지요. 방실방실 어린이 얌전스럽게, 가갸거겨 책 들고 글을 읽어도, 읽는 그 글 이름을 모른다 해서 ‘한글’이라 이름을 갈처 줫지요. 쉽고 고운 우리글 ‘한글’이라요, 좋고 좋은 우리말 ‘한말’이라요, 방실방실 어린이 잘도 읽는다, 방실방실 어린이 잘도 부른다.

그리고 광복 뒤 대한민국을 세우면서 1949년 ‘조선어학회’란 이름을 ‘한글학회’로 바꾸었다. 이때도 학회 이름을 ‘배달말학회’나 ‘한국어학회’로 하자는 이도 있었으나 아직도 한글이 천대를 받고 있어 한글을 살리자는 뜻에서 ‘한글학회’가 되었다. 그리고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면서 ‘한글’이란 이름은 뿌리를 내렸으나 ‘한말’이란 이름을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 말글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말’이란 이름도 살리자고 우리 말글을 통틀어 부를 때는 ‘한말글’이라고 하자고 정했다. 그리고 한말글사랑겨레모임(1991년 공동대표 리대로), 한말글연구회(회장 정재도),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2006년 대표 문제안) 들들 모임 이름으로 지어 부르면서 ‘한말글’도 널리 쓰이고 있다.


‘서울’이란 말은 신라 때 ‘서라벌’이라 토박이말에서 내려온 말인데 1896년 대한제국 때 주시경, 서재필 선생이 한자를 쓰지 않고 한글만 쓴 독립신문을 내면서 펴낸 곳을 ‘한양’이나 ‘한성’이라고 안 하고 “펴낸 곳 셔울”이라고 쓰고, 1920년 경 주시경 선생 제자 김두봉이 ‘조선어 말본’을 내면서 “박은곳 새글집, 펴낸곳 서울”이라고 썼던 주시경 선생 뜻을 살려서 광복 뒤에 우리 수도 이름을 ‘한성’이나 ‘경성’이란 한자말 땅이름을 쓰지 않고 ‘서울’이란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썼다.


그 때 대전도 ‘한밭’, 광주는 ‘빛고을’, 대구는 ‘달구벌’이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참으로 잘한 일이다. 이제라도 그런 정신으로 “한글, 한말, 한말글”이란 명칭을 바르게 쓰면서 토박이말을 살려야겠다. 한말글이 살고 빛나야 우리 겨레 얼이 살고 이 나라가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또 다시 100여 년 전에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아프고 슬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 것이어서 그렇다.